<금강화곡>과 『홍선웅의 판각기행』

하지만 우리는 그가 이렇게 정성스럽게 찍어낸 7년 동안의 작품들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크지 않은 단체전이나 기획전에서 겨우 몇 작품을 보는 정도. 그걸 제외하고는 인쇄매체를 통해서 소개된 것과 시집을 비롯한 각종 책표지 그림으로 그의 판화를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속세를 떠나 인적 드문 깊은 산 조그마한 절로 출가하기 위해 들어간 소승처럼 그가 그렇게 치열하게 해 온 조직활동들을 접고 문수산 밑으로 들어가 버린 지 7년. 바깥 세상에서 그를 그리워하는, 그의 작품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금에서야 그의 외출이 허락(?)됐다.

“하여간 남들이 굉장히 궁금해하는 거 같아. 어떤 작품하는지. 또 어떤 작품이 나올 지. 그리고 처음이니까 더 관심이 많고. 하여간 최선을 다해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있었던 먹판화라든지 진경판화라든지 최근에 내가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을 최선을 다해서 했다고 봐. 그래서 이번에 남들이 어떻게 볼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은 두려움도 있어. 근데 최선을 다했으니까. 보는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오히려 내가 기대를 갖고 있는 거지”

그가 칼을 잡은 지 20여 년 만에 첫 개인전을 갖게 된 것이다. 가나아트 기획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인사동 인사아트스페이스에서 11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열린다. 그 정도 연륜이면 적어도 개인전 한두 차례는 가질 법 한데 왜 지금까지 갖지 않았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개인전들을 사실은 많이 하는데, 젊은 나이에 개인전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 우선은 개인전에 대해서 크게 생각지 않았었고. 두 번째로는 80년대에서 90년대 초까지 바빴던 시대였고, 민중운동하면서 80년대 초부터 한 12년 간을 계속 조직에 직책을 맡아서 있다보니까 다른 작가들보다 작품량이 많이 뒤졌지”라며 개인전 할 만큼 작품들이 모이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번 전시에는 80년대, 90년대 초에 작업한 통일과 교육을 주제로 한 몇 작품들과 최근에 관심을 갖고 계속 해오고 있는 불교판화, 진경판화 등 대략 40여 작품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되는 작품은 할머니들이 손수 짠, 자연 염색으로 곱게 물들인 무명에 찍어낸 먹판화다. 그는 작년부터 자연 염색에 관심을 갖고 직접 염색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작업실 1층 재료실에는 쪽, 쑥, 양파 껍질 등으로 그가 직접 염색한 파스텔톤의 무명천이 놓여 있었다.

“작년부터 천연 염색에 관심을 가지고 올해 봄과 여름에 내내 했어. 쑥물, 감물, 황토물, 복합염까지. 그 염료들도 당연히 자연 축출물이지만 그 건조과정도 낮에는 햇빛에 말리고, 밤에는 달빛에도 말리고, 밤이슬도 맞게 하고, 또 아침에 다시 말리고 하는 것이 자연과 동떨어지는 것이 하나 없어. 또 서서히 바래 가는 천연색의 멋이라는 게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어”라며 작품의 영감도, 재료도 모두 자연으로부터 얻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