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각 / 소설가 겸 환경운동가 네팔여성 찬드라 참회모금운동 및 전달

우리는 십여 년 전부터 외국인 노동자들과 더불어 한 하늘을 지붕 삼아 살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살색 물감'라는 말을 아직도 무의식 중에 쓰듯이 공생의 삶과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방글라데시, 미얀마,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네팔, 베트남, 중국(옌볜)… 등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급기야 "살색이라는 표현을 바꾸어 달라"는 항변을 담은 편지를 물감회사 사장들에게 보냈고 '살색 없애기' 캠페인까지 벌였다. 그러나 살색에 대한 편견은 차라리 사정이 나은지도 모른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묵살은 코리언 드림을 품고 이 땅을 찾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피멍의 상처를 주고 있다. 그들의 상처는 곧 분노가 되어 결국에는 그 분노의 화살이 다시 우리에게로 향해지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혹,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지를 여행한 사람들이라면 한국인에 대한 현지인들의 정서가 예상 밖으로 썩 좋지만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우리 자신들의 '얼굴'을 돌아보아야만 한다.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한, 우리는 '제국주의자의 눈'으로 그들을 대상화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自省)이 필요하다. 이 자성을 위해 '젊은 작가들'이 팔을 걷고 나설 필요가 있다. 우리 작가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십년이 넘도록 자신의 존재와 인격을 '묵살' 당한 채 살고 있었음에도 침묵했음을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외국인 노동자 집성촌이랄 수 있는 안산시 원곡본동과 서울 가리봉동의 중국인 거리는 아직껏 우리 문학의 영토 안에 편입되지 못했다는 점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갖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젊은작가포럼(위원장 한창훈) 소속 젊은 작가들은 <문학카페 명동> 기간 동안 경기도 안산시를 비롯해 부천·대전·가리봉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을 찾아 취재한 내용을 '현장 르포' 형식으로 담아 작가회의 홈페이지(minjak.or.kr) 등에 연재할 구상이다. 젊은 작가 2명이 각 지역을 찾아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 관련 단체 실무자와도 만나 그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다. 젊은 작가들은 '현장 르포' 연재 작업이 자칫 "저 1980년대식 소재주의 아니냐" 하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은 우리 문학이 '생활세계'의 단독자(單獨者)로서의 일상과 주말기행류의 생태주의에서 좀처럼 벗어나 있지 못하다는 견해에 많은 부분 동감을 표시한다. 젊은 작가들은 이번 '외국인 노동자 실태조사' 르포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들과 '희망의 연대'를 꿈꿀 수 있는 작은 시도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