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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봉 시인 약력

1953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숭실대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창작과비평사의 17인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에 「좋은 세상」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시집 『좋은 세상』(1986), 『봄 여름 가을 겨울』(1989), 『절망은 어깨동무를 하고』(1994), 『무엇이 너를 키우니』(1996), 『내 몸에는 달이 살고 있다』(2002) 등을 펴냈고, 시론집 『한국 현대시의 현실의식』(1993), 『시와 생태적 상상력』(2000) 등이 있다.

     == 질문요지 ==
     ▒  시집 펴낸 소감
     ▒  왜 생태적 상상력인가?
     ▒  마음의 유토피아의 길
     ▒  생태주의 시학의 문제점
     ▒  故 조태일 시인과의 인연
     ▒  향후 계획
     ▒  시낭송

     == 인터뷰관련 참고시 ==
     ▒  청매화, 봄빛
     ▒  젊은 느티나무
     ▒  초록 잎새들!
     ▒  돌멩이 하나
     ▒  달과 돌
     ▒  달
     ▒  낡은 집


시인의 말

눈감았다 뜨면 세상, 나무 다 보인다. 검게 빛나는 밑둥이며 줄기, 우듬지며 잔가지까지도…… 나도 한 소식했나보다, 하고 피식 웃는다.
다시 눈감았다 뜨면 세상, 나무 온통 어지러운 이파리들 천지다. 빨·주·노·초·파·남·보, 제멋대로 빛나는 것들…‥
한 소식? 그런 것이 있었나, 싶다.
검게 빛나던 밑동이며 줄기, 우듬지며 잔가지는 어디에도 없다. 보이지 않는다. 오직 이파리들뿐이다.
또 다시 눈감았다 뜬다. 다 보인다. 또또 눈감았다 뜬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또또또 다시 눈감았다 뜬다. 다 보인다.

강물은 늘 이렇게 제 몸을 뒤척이며 흐른다. 강물은 더 이상 물고기를 앞뒤로, 옆으로 떠밀지 못한다. 강물에게는 앞과 뒤, 옆이 없다. 그냥 흘러갈 따름이다.
언제나 물고기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한몸으로 살고 있다.
지난 1980년대 한때 오직 순수한 서정만으로도 시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 믿은 적이 있다. 지천명이 다 되어서야 순수한 서정 속에선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든 물고기는 잡종이다. 눈꺼풀이 없어 끝내 눈을 감았다 뜨지 못하는 버들붕어까지도!

창작과비평사에서 또 한권의 시집을 낸다. 우연히 처갓집에 들렀다가 뜻밖에 땅마지기라도 상속받은 마음이다.
내 시의 이마에 맨 처음 붉은 고리점을 찍어준 이시영 형, 작품을 골라준 외우 고형렬 시인, 해설을 맡아준 유성호 교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표한다.


2002년 2월 이은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