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경/ 기자

초록물고기의 배태곤(문성근)이 막둥이(한석규)에게 물었다. "너, 인생을 아냐?"라고.
박하사탕의 김영호(설경구)가 물었다. "삶이 아름답냐?"고.
인생에 대한 혹은 삶에 대한 이창동 감독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인터뷰 장소인 일산 '숲속의 섬'에서 이창동 감독을 기다리는 시간은 참 초조했다.
어눌한 말씨에다 원래 입이 무겁다는 소문은 인터뷰를 준비하는 내내 입을 바싹 말리기까지 했다.
준비한 질문은 8개. 그러나 인터뷰 예상 시간인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끝난다면 감독의 어눌한 분위기에 휘말린 셈이 되는 것이 아닌가?

긴장을 누르려고 애꿎은 연필만 돌리고 있는 순간 까만 색 승용차를 타고 온 이창동 감독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온다. 티셔츠 단추를 두 개 풀어헤친 채로(그러나 섹시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마를 푹 덮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그는 악수를 청했다. 핀 마이크를 달면서 질문지를 받아 본 이 감독은 대뜸 물었다.
"이 질문지, 본인이 혼자 작성한 겁니까?"
'누가 도와라도 줬으면 얼마나 좋아'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었을까?
"네, 질문이 마음에 안 드세요?"
가슴이 철렁, 그러나 감독은 말없이 그냥 웃는다.
끝장이구나 생각했을 법한데 오히려 그 웃음이 긴장감을 돋구기보다 편안함을 주는 이유는 뭘까?

이창동 감독은 말이 없다는데 질문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답변들.
나를 겁주던 말들과 지금의 이창동 감독은 너무 다른 모습이다.
말이 길어지더라도 할 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이 감독은 결코 말이 어눌한 분이 아니셨다. 적어도 여기서는. 오히려 이 감독 말에 집중한 나머지 다음 질문을 매끄럽게 넘기지 못한 실수를 범할 정도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