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명 낭송 참여 … 일반인 낭송 솜씨 문인 압도

7시. 이제 초대 시인 10명도 도착했다. 행사장은 100명 남짓한 참여자들로 꽉 찼다. 본심이 시작되자 술렁이던 분위기도 차분해졌다. 낭송은 초대 문인과 일반인 참가자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낭송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작품낭송 시 조용한 배경 음악 탓인지 '낭송의 맛'을 한층 더 느낄 수 있었다.

행사는 정희성 시인이 「우리들의 그리움은」이라는 작품을 시범 낭송하는것으로 막이 올랐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거든」을 낭송한 이원규 시인은 낭송도 낭송이지만, 그 입성에서 단연 화제를 모았다. 검은 폴라티와 건빵바지, 군화를 신고 온 복장이 마치 퀵서비스 배달원 같아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초대 문인의 낭송 중 가장 인기를 얻은 문인은 임동확 시인이 아니었을까? 자작시 「인동초」를 낭송하기 위해 등단한 임 시인은 매를 들고 나와 궁금증을 일으켰는데, 시의 도입 부분이 "쳐라, …"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뭔가 세상을 향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자신의 내면 또한 일깨운다는 의미로 "쳐라…"라는 부분에서 실제 매로 자신을 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실제 자신을 치지는 않았지만.


일반인 참가자들의 낭송 실력은 대체로 고른 편이었다. 특히 추천작을 암송해서 낭송하는 열의를 보였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외워서 낭송한 어느 참가자는 꽤 많은 '훈련'을 한 표정이 역력했다. 정확한 발음 구사, 문장·어휘에 탄력 주기, 단락이 끊어지는 부분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호홉을 가다듬고 다시 매끄럽게 낭송하는 등…그야말로 그 실력이 대단했다.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참가자는 임항수 선생(46, 용산공고 체육교사)의 「타는 목마름으로」 낭송이었다.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로 시작, '뒷골목'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와 '호루라기 소리',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등을 70년대 암울한 현실의 모습을 십분 살려 낭송을 하는 순간, 문득 어디선가 최루탄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마저 자아냈다. 찢어지는 듯한 절규로 "민주주의여"를 부르짖은 낭송자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겨두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풀 죽은 듯하나 투명하고 고요한 목소리로 "만세"를 외침으로서 사람들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맛보는 듯한 쾌감을 느끼며 우렁찬 박수 세례를 쏟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