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의 기본적 자료들이 '서울'이라는 공간과 장소 그리고 페인팅 벽화라는 단일한 형식에 한정되어 있지만, 모든 결과물들이 사회적 관계와 그 근저에 흐르는 의식을 내포하고 있듯이 이 전시의 자료들은 보다 많은 논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벽화들은 부분이자 전체로서 도시 공간의 물리적 환경을 구축하는 입면들에 개입함으로써 도시환경과 도시민의 삶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간여한다. 이는 공공미술의 속성이 그러하듯 일반적 미술행위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전시가 미술 분야에 한정된 논의가 아닌, 일반대중을 포함하여 문화, 도시, 조경, 행정, 정책 등 도시환경을 만들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보다 확장된 논의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

이경복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에서 조경을 전공하였다. 현재 엠(M)조형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주로 공공미술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도시·건축·조경 분야 등과 협업을 통한 미술의 영역 확대 및 공공미술의 실현을 모색해가고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 739번지 청솔마을 110동 208호
·전자우편: slowlee@kornet.net
·전화: (02)306-6254-5 (M조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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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예술' 페인팅 벽화 실내로 집합

경찰서 담벼락에는 시민들에게 친절·봉사하겠다는 포돌이와 포순이가 큼직한 머리에 벙긋 웃는 얼굴로 등장한다. 공사 현장 가림막에는 엉뚱하게 연꽃과 무궁화꽃이 피어난다. 거리 곳곳에서 시민들 눈을 잡아끄는 페인팅벽화들이다. 알록달록한 색깔로 도시를 물들이는 이 페인팅벽화들은 `환경미화'에 제대로 도움이 되고 있을까.
화가 이경복(37·엠조형연구소 소장)씨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2000년 12월부터 2001년 8월까지 서울 시내를 이잡듯이 뒤져 페인팅벽화 1100여 점을 사진으로 찍었다. `우물안 개구리' 소리를 들을까봐 벽화가 잘 돼 있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찾아가 또 500여 점을 기록했다. 16일까지 서울 공평동 공평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경복의 서울 보고서전1-서울시 대로변 페인팅벽화에 대한 소고'는 이렇게 다리품을 팔아 건진 사진자료 700여 점을 모아놓은 전시회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을 가득 채운 공책 크기만한 페이팅벽화 사진들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하나하나 뜯어보던 손님 하나가 “어, 이거 우리 동네 상계역 기둥에 그려진 건데…” 반색을 한다. 누구에게나 낯익은 페인팅벽화가 공공미술의 형식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것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벽화들이 언제, 누구 손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려졌고 또 사라져갔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페인팅벽화는 1980년대 초반에 시작돼 지난 20여 년을 우리 생활 주변에서 함께 해온 문화행위의 하나입니다. 공공미술을 전공한 저는 그동안 페인팅벽화 보수작업을 나갈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아무도 그 중요함을 모르고 지나치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반성과 평가를 포함해 이 분야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이경복씨는 “페인팅벽화에 대한 정확한 자료나 검증 없이 무조건 `지저분하다' `돈이 많이 든다' 등 부정적 반응만 터져나온 국내 공공미술의 현실을 확실한 현장 작업으로 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거리환경 개선'이라는 관주도형 시각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페인팅벽화 개발이 소중하다는 얘기다. 이씨는 “이번 조사를 하면서 벽화 위에 그려진 각종 낙서들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벽화 내용과 소통하려는 시민들 낙서가 그 자체로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더라는 것이다. 또 페인팅벽화들의 40% 이상이 그 위에 덕지덕지 붙여진 각종 벽보와 광고물로 훼손돼 있었는데, 잘 그려져 완성도가 높은 벽화는 비교적 깨끗하게 원형이 보존돼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최근 월드컵을 앞두고 새로 단장하는 벽화들이 많은데, 그것이 일회성 덮어씌우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페인팅벽화에 대한 문화적 배려와 보다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논점 제공을 위해 12일 저녁 7시 전시장에서는 공공미술협의회 주최로 `페인팅벽화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린다. (02)733-9512. / 정재숙 기자 jjs@hani.co.kr 2002-04-11(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