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트걸 ^^

구랍 12월 28일 저녁 5시.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하면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총총걸음으로 서울 남산에 자리한 '문학의 집 서울'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눈빛이 뭔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들은 모두 <시 & 산문 낭송 콘테스트> 참가자들이다. 행사가 7시 시작이니까 '예심'을 치르기 위해 일찍 온 것이리라. 행사장에 오는 동안 참가자들은 준비한 낭송작을 외우는가 하면, 어떻게 작품을 낭송해야 할지 줄곧 생각했을 터이다.

<시 & 산문 낭송 콘테스트> 행사가 디지털문화예술아카데미의 주관으로 구랍 12월 28일 저녁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렸다. '문학의 집 서울'은 한때 저 엄혹한 독재정권 시절 공포의 대명사였던 옛 안기부장의 공관이었다. 그런 곳에서 문인들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문학 축제가 열렸으니 그 의미가 남달랐다.


우선 일반 참가자를 위한 추천시 8편과 추천 산문 6편 모두 그 의미가 여느 낭송회와 달리 느껴졌다. 시부문의 경우 한국인의 애송시인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비롯해, 정지용의 「향수」, 신경림의 「목계장터」,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등이 추천작이었다. 산문 부문은 황석영의 「 삼포 가는 길」, 이문구의 「장동리 싸리나무」, 현기영의 「마지막 테우리」 그리고 오랜 영어(囹圄) 생활을 했던 신영복 선생의 산문이 추천작이었다.

특히 70년대를 온몸으로 버텨냈던 김지하 시인의 저항시 「타는 목마름으로」가 옛 안기부장 공관에서 낭송된다니 자못 아이러니하면서도 감격스러운 바가 없지 않았다. 「향수」는 어떠한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빼어난 서정성의 가락으로 그려내지 않았던가. 또 이문구의 「장동리 싸리나무」는 구수한 입담에 묘사된 탁월한 시골 묘사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이 아니던가. 그런데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문학의 집 서울'의 아늑하게 잘 꾸며진 내부 분위기에서 예전의 그 공포를 자아내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윽고, 사회자가 예심을 시작한다는 발표를 했다. 잠깐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예심에서는 25명 남짓한 참가 신청자 가운데 10명을 선발해 본심에 올린다고 한다. 예심은 좀 늦게 도착한 참가자들로 인해 다소 진행이 늦어졌지만 그 열기는 매서운 겨울 추위를 느끼지 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7시 무렵, 예심 발표가 이어졌다. 일순간 행사장이 고요해졌다. 예심 결과는 강형철 시인이 발표했다. 명단이 발표되는데, 본심에 올랐는지 누군가 짧은 감탄사를 토해낸다. 본심에 오른 10명은 다시 낭송작을 정했고, 낙선자 중에서 2명이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