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영직 (문학평론가)

한국 사진의 미래를 위해 사진작가들이 발을 벗고 나섰다.
사진 전문 화랑 스페이스 사진'(Apostophy)이 2월 28일 서울 충무로2가 고려빌딩에서 문을 열고, 개관전으로 <도감전―인물도감>을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사진계의 원로를 비롯해 중견 사진작가 정주하 교수(백제예대), 오형근 교수(계원조형예술대), 사진평론가 이영준씨 등이 모여 사진가를 위한 대안 공간을 모색한 끝에 충무로 포토박스 지하에 20평 남짓한 공간을 어렵사리 꾸리게 됐다.

사실 사진전문 화랑은 사진작가들의 숙원 사업이었다고 과언이 아니다. 국내 굴지의 기업체에서 운영하는 사진갤러리가 속속 문을 닫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사진갤러리의 명맥을 유지하던 서울 인사동 하우아트마저 문을 닫았다. 사진작가들의 상실감은 박탈감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예비 사진작가'를 꿈꾸는 젊은 사진학도의 자괴감은 더욱 컸다. 그런 탓일까? "사진은 '작은 상처'를 안고 있는 장르"라는 정주하 교수(갤러리 디렉터)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비록 전시장 규모와 여건은 여느 고급 상업화랑에 비할 바는 못 된다. 하지만 진통 끝에 사진계의 염원을 담아 문을 열었기에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사진평론가 이영준씨는 "군말이 필요 없다. 망하지 않고, 잘 운영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정주하 교수도 "뭐니뭐니해도 '머니(money)'다"라고 전제, "대안 공간으로 살아 남을 수 있도록 (나쁜 의미가 아니라) 차라리 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