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쏟아지는 햇볕은 봄을 재촉한다.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가지 끝이 물 오른 듯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금방이라도 눈이 틀 것처럼 한껏 벅차 보인다. 바람은 아직 차지만 여기저기 봄맞이 하느라 산천이 분주해 보이는 때다.
   물웅덩이마다 개구리 알이 질펀하다. 누구보다 먼저 봄을 맞이하는 산개구리는 어느새 짝짓기를 하고 물웅덩이를 찾아 알을 낳기 시작했다. 개구리 종류에 따라 알을 흩어지게 낳기도 하는데 산개구리는 알을 뭉쳐서 낳는다. 웅덩이 안에는 여기저기 한 무더기의 알들이 부화를 기다리고 있다.
   우무질에 둘러싸인 개구리알은 까맣게 햇빛 바라기를 한다. 우무질 상태를 보면 언제쯤 낳았는지 알 수 있다. 우무질이 맑고 투명하며 위로 살짝 떠 있는 것은 낳은 지 얼마 안 된 것이다. 그 다음에는 우무질이 점점 불어나 물 아래로 살짝 가라 앉아 까만 알만 투명하게 보인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우무질이 더 많이 불어나 물 위에 뜨며 색깔도 희부옇게 변한다.
   우무질은 알을 보호해 주며 올챙이로 깨어났을 때 좋은 먹잇감이 되어 준다. 우무질은 암컷의 뱃속에 있을 때는 끈끈한 점액질에 불과한데 물과 만나면 알 하나하나의 좋은 집이 되도록 동그랗게 불어나니 생명의 신비함에 또 한 번 감탄할 따름이다. 이렇게 일 주일 정도 시간이 흐르면 꼬물꼬물 올챙이가 되어 우무질 밖으로 나오게 된다. 치열이 생기면서 올챙이는 부드러운 물풀이나 이끼류를 먹으며 자란다.
   이맘때면 도롱뇽알도 볼 수 있는데 아무 데도 없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매년 도롱뇽이 알을 낳던 맑은 계곡이나 옹달샘을 찾아가도 볼 수가 없다. 도롱뇽이 가장 알을 많이 낳던 옹달샘은 아예 바짝 말라버려 이곳이 옹달샘이었는지 그 흔적조차 없다. 바싹 마른 낙엽만 바람에 날리며 옹달샘 자리를 빗질하고 있다. 가뭄이 문제일 수 있다. 땅이 이렇게 버석버석 말라 있는데 어느 길로 물을 찾아 올 것인가.
   그나마 생태공원에서 여기저기 만들어 놓은 수로나 웅덩이 덕분에 새들도 야생동물도 물을 마시러 온다. 이런 웅덩이마저 없다면 산개구리는 어디다 알을 낳을 것이며 새들이나 야생동물들은 어디서 목을 축일 것인가. 산개구리가 알을 낳은 웅덩이 주변에는 새발자국 고라니 발자국, 족제비 발자국이 찍혀 있다. 바로 옆은 차가 쌩쌩 달리는 6차선 도로인데도 밤마다 이 웅덩이는 많은 동물들의 생명을 보듬고 키워내고 있다. 작은 물웅덩이 하나 옹달샘 하나가 야생동물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삶터일 것이다. 작은 물웅덩이 하나라도 예사로 보아 넘기거나 그것을 함부로 해치면 안 되겠다. 수많은 생명들의 산실이자 삶터이기 때문이다.
   만물이 깨어난다는 봄이다. 그 만물 중 사람이 차지하는 것은 하나의 점에 불과할 것이다. 모든 만물이 공평히 평화롭게 봄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을 저 쏟아지는 봄빛에 빌어본다. (20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