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내 핸드폰에는 로또복권 당첨 번호가 뜬다. 나하고는 하등의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여섯 개의 번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로또복권을 사지 않았고 산다고 해도 당첨될 확률을 믿지 않는다. 어디서 오는 문자 서비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말마다 한 번씩 로또복권의 존재가 상기된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공들이지 않고는 돌아오는 것이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 그렇기에 복권당첨 같은 건 꿈도 꾸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언젠가부터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토끼풀밭을 지나갈 때면 네잎클로버를 찾는 것이다. 이즈음 흙이 있는 곳이라면 영락없이 토끼풀이 한창이다. 하얀 꽃을 피우며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푸른 생명력으로 터를 넓히며 자란다. 무성한 토끼풀밭에서 내심 행운이 찾아오길 빌며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어느 것이 한 줄기에서 피어난 것인지 모를 정도로 클로버는 얼키설키 얽혀 방석 만하게 퍼진다. 그런데도 어느 것 하나 처지는 것 없이 공평하게 하늘을 보고 햇볕을 받는다. 그 많은 것들이 얽혀있는데 어쩌면 이리 질서정연할까. 그렇게 꼭 같은 모습 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가 하면 네잎클로버를 족집게처럼 잘 찾아내는 사람도 있다. 지나가다가도 여기 네잎클로버가 있다고 손가락질을 할 정도이다. 고개를 들이밀고 눈에 힘을 주고 꼭 찾고 말겠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게 네잎클로버이다. 그럴 때마다 내게는 왜 보이지 않는 거지? 내게는 행운이 오지 않는 건가? 하긴 요행수라곤 문구점 앞에 있는 10원짜리 뽑기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없었다.  무엇 때문에 내게는 잘 보이지 않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음에 달려 있는 것임을 최근에야 알았다. 평소에 내 마음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 초조하고 조급했다. 실제로 내 생활리듬을 살펴보면 시간에 쫓기고, 욕심에 쫓기며 허둥지둥 살고 있다. 그러한 사람에게 무리 진 세 잎 토끼풀 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기란 무척 요원한 일일 것이다. 여유 있게 마음을 비우고 찾아도 잘 보이지 않을 터에. 그렇게 생각하고 나자, 얼마 전부터 네잎클로버가 보이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네잎클로버를 찾았을 때의 그 짜릿함, 모든 것이 잘 풀리고 곧 행운이 올 것처럼 마음이 가붓하게 떠오르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여러 개의 네잎클로버를 찾았다. 잘 말려서 주위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는 기쁨 또한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나의 행운을 빌어주는 사람만큼 소중한 사람이 또 있을까.  작년 이맘때쯤 받았던 눈물겨운 네잎클로버가 생각난다. 어머니가 몹시 편찮으신 적이 있다. 밥도 제대로 못 드셨고 거의 누워서 지내다시피 했다. 병원에서는 나이가 들어 기력이 달려 그런 것이지 특별히 이상 있는 데는 없다고 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바깥바람을 쐬고 싶다며 지팡이를 짚고 나가셨다. 한참이 지나도 어머니는 들어오지 않으셨다. 혹여 어디서 쓰러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했다. 아파트 주변을 돌며 어머니를 찾았다. 저만치 한손에는 지팡이를, 한손에는 무언가를 조심스레 바쳐 들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바람만 좀 세게 불어도 금방 쓰러질 것처럼 힘이 없어 보였다. 마중 나온 딸을 본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내 앞에 뭔가를 내밀었다.
"네잎크로바여."
핏기 없이 노랗게 떨고 있는 어머니의 손에는 네잎클로버가 소복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세상에, 이 귀한 네잎크로바를 어디서 이렇게 많이 땄어요. 엄마, 이제 안 아프겠네."
어머니가 주신 네잎클로버는 지금도 책갈피 사이에 곱게 끼어있다. 딸의 행운을 빌며 뜯으셨을 어머니의 가만한 손길을 느낀다. 쇠잔한 기운이라도 따뜻하게 덥혀 자식에게 주고자 하는 어머니의 마음. 네잎클로버는 그럴 때 보이는 게 아닐까. 얼마 전에 몇 개 갈무리 해두었던 네잎클로버를 지인에게 준 적이 있다. 네잎클로버를 내밀자, 얼굴에 화색이 돌며 오늘 수영선수인 아들이 대회 훈련에 들어갔는데 행운이 올 것 같다며 좋아했다. 네잎클로버를 소중히 받아든 그녀의 눈빛에서 아들을 향한 어미의 지극한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순간 짠했다.
얼마 후 그녀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 네잎크로바가 효험이 있나 봐요. 고마워요. 아들이 수영 대회에서 금메달 땄어요. 샘이 주신 네잎크로바는 아들 가방에 코팅해서 넣었어요.-
메시지를 보는 순간 코끝이 찡했다. 동시에 활짝 웃는 지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훈련을 보내고 기도하던 어미의 간절한 눈빛도 떠올랐다.
그래,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빌어 주라고 나온 것이다. 네잎 클로버를 두고 돌연변이니, 나폴레옹의 목숨을 건졌느니, 아무리 얘기해도 나 아닌 다름 사람의 행운을 빌어주는 마음만큼 고운 것이 또 있을까.  언젠가 아이들과 꽃 편지 쓰기를 하다가 편지 받는 사람의 행운을 비는 뜻에서 네잎클로버를 만들어 붙이자고 했다. 세 잎에 이파리 한 개를 더 붙여, 그야말로 네 잎을 만드는 것이다. 세 잎과 네 잎의 차이는 결국 마음에 있는 것이다. 세 잎은 행복을, 네 잎은 행운을 뜻한다고 하지만 행운도 결국, 자신의 노력으로 만드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무리무리 토끼풀 속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듯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살아간다면 곧 행운도 찾아오겠지. 행여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믿고 또 살아봐야겠다. (2006.6.2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