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직이 말하는 고영직

1992년부터 글을 써왔으나 천성이 자못 게으른 탓에, 글을 많이 쓰지는 못했다. 사연 많았던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엔 소설 쓰기에 관심이 많았으나, '드라이'한 분석적 문장에 한계를 절감하고는 방향 전환을 하게 됐다.

문청(文靑) 시절에 평론가 염무웅, 소설가 이문구와 황석영, 시인 김지하와 신경림의 글에 적잖은 '빚'을 졌다. 염무웅의 힘 있고 주제 의식이 분명한 문장, 동향의 작가 채만식의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이문구의 능청스런 문장과 황석영의 작가 정신은 늘 작가가 도달해야 하는 지점에 대해 생각하게 하곤 했다. 그리고 두 차례에 걸친 김지하의 새로운 사상적 모색과 신경림의 한결같은 시적 깊이의 탐색은 글을 쓰는 태도에 대해 한 좌표를 제시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평소 나의 정서는 도시적 감수성보다는 '컨추리 보이'(country boy) 정서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품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김수영 시인이 언명한 바 있는 "첨단의 절정"에 대한 내면적 반발의 결과가 아닌가 한다. 비록 잡문에 불과하지만, 화려한 수사의 멋을 부리는 것보다는, 긴 여운을 남기는 에세이를 자주 올리겠다는 말로 짧은 소감을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