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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덕을 지닌 감나무
이맘때가 되면 청보랏빛 하늘에 주황색으로 점점이 수를 놓는 예쁜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감나무지요.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감나무의 감은 빨갛게 더욱 빨갛게 홍시로 변해갑니다.
하루에 버스가 두 번밖에 들어오지 않는 시골로 들어갔더니 조만간에 바닥으로 탈싹 떨어질 것 같은 홍시가 참 많이 달려 있었습니다. 요즘 시골에선 감 딸 사람이 없어서 그냥 홍시가 되어 버려지게 된답니다. 도회지 사람들에게 감나무 한 그루에 얼마씩 받고 넘기는 분도 있지만 그런 주변도 못되는 어르신들은 하늘에 주렁주렁 박혀 있는 감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입니다.
나는 감나무 하면 짙은 그늘과 감꽃이 생각납니다. 밤새 비바람이 불던 초여름날 아침, 감나무 밑에 가보면 노란 감꽃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습니다. 감꽃을 주워 먹기도 하고 한웅큼 주워와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통꽃이기 때문에 떨어져도 모양이 그대로 있고 다른 꽃잎과 다르게 약간은 도톰한 편이기 때문에 목걸리를 만들어도 제법 폼이 났었습니다. 거기다 감나무의 넓은 잎과 두툼함 때문에 한여름에 그늘로 들어서면 서늘할 정도로 햇볕을 막아주었습니다.
감나무는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은데 사람들은 그것을 일곱 가지 덕으로 갈무리 해놓았습니다.
첫째, 오래 살고
둘째, 좋은 그늘을 만들며
셋째,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넷째, 벌레가 없으며
다섯째,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째, 열매가 먹음직스러우며
일곱 번째는 잎이 큼직하여 글씨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새가 집을 짓는 감나무도 있고 간혹 벌레 먹는 감나무도 있습니다. 거기다 잎에 글씨를 쓸 수 있다는 말도 약간은 과장이 들어있는 듯 싶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감나무를 아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감나무에 대한 예찬은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문무충절효'의 나무라고도 불립니다.
문(文)-감나무 잎이 종이가 된다
무(武)-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쓸 수 있다
충(忠)-감의 겉과 속이 모두 똑같이 붉어 표리부동하지 않다
절(節)-늦가을까지 남아 달려 있다
효(孝)-노인이 치아가 없어도 먹을 수 있는 과일이므로
거기다 감물을 들여 만든 갈옷은 얼마나 또 매력적인가요. 감나무는 정말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고마운 나무입니다.
붉디 붉게 타올라
불의 신이 불우산을 펴든 듯
구름도 타는 듯
나무도 타는 듯하니
굵은 감나무 열매가
나무를 덮었어라.
이제 감나무 예찬을 그만할까 합니다. 너무 많이 했더니 어깨도 아프고 손끝도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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