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민들레처럼

 봄날 보도블록 사이에서 샛노란 꽃을 피워올리는 민들레를 보며 아,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양지녘에서 따순 햇볕을 받으며 조는 고양이처럼 깜빡 봄볕에 긴장을 풀고 몸을 내 맡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고운 바람이 코밑을 간지럽히도록 평상 마루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고픈 그런 봄날입니다.

 민들레 꽃을 보면 마치 상추쌈을 배불리 먹은 후 감당할 수 없는 졸음이 몰려오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따뜻한 햇볕과 민들레의 노란 꽃대궁, 따끈따끈한 보도블록으로 이어지는 생각 때문일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흔히 도심 속에 보는 민들레는 서양민들레입니다. 색깔이 아주 진한 노란색이고 보도블록틈새나 가로수 밑 등 땅이 조금만 있어도 잘 자라는 식물입니다. 공해에 강해서 아무리 복잡한 도시 공간이라도 자라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날리는 편입니다. 아파트 옥상에 먼지나 흙이 쌓여 있어도 그곳에 씨앗만 떨어지면 싹이 나고 꽃이 핍니다. 꽃봉오리로 있을 때는 땅바닥에 바짝 붙어 있다가 꽃이 필 때면 머리를 반짝 치켜듭니다. 아주 콧대 센 여인네처럼 말입니다. 그러다 꽃이 지고 하연 관모를 단 씨앗이 영글 때면 줄기를 더욱 길게 뽑아 올려 최대한 바람을 많이 탈 수 있도록 합니다. 대궁이 낮게 숙여 있다가도 씨앗 날릴 때가 되면 반듯하게 일어섭니다. 그런 다음 바람을 타고 유유히 홀씨가 되어 날아갑니다. 세상 속으로.
도심지역에서 벗어나 야외로 나가보면 간혹 미색으로 핀 민들레를 볼 수 있습니다. 서양 민들레보다 꽃이 약간 커보이고 색깔 또한 은은한 노랑색을 띠어 첫눈에 보아도 푸근한 느낌이 드는 것이 있는데 흰민들레 또는 우리 민들레라고 합니다. 예전부터 이 땅에서 자란 토종 민들레인데 공해에는 약한 편이라 야외로 나가야만 간혹 볼 수 있습니다.
 서양 민들레와 흰민들레의 구분은 꽃받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서양민들레는 꽃받침이 꽃을 감싸고 있지 않고 뒤로 발라당 재껴져 있습니다. 흰민들레는 다소곳하게 꽃을 바치고 있습니다. 꽃색깔을 봐도 금방 알 수 있지요.
 서양민들레는 싹이 튼 후 그 해에 꽃이 피는 반면 흰민들레는 싹트는데 수년이 걸립니다. 번식력으로는 비교가 안될 만큼 서양 민들레가 센 편입니다. 민들레 홀씨가 하얗게 날리는 것을 보면 다음 해 길 위에 얼마나 많은 노란불이 켜질까 짐작이 갑니다. 사람들 발길에 짓이겨도 다음 날 꼿꼿이 일어서는 민들레, 민들레처럼 이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봄밤입니다.

사진 자료는 생태교육연구소 <터>에서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