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꽃이 다지? 꽃다지

 이른 봄, 아직 누르스름한 때를 벗지 못한 땅 위에 제일 먼저 노란 꽃을 피워 올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름도 어여쁜 꽃다지를 아시나요? 꽃다지는 털을 부숭부숭 달고 이른 봄 제일 먼저 땅 위에 초록으로 올라옵니다.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오리털파카로 도배를 한 다음 땅 위에 쏘옥, 고개를 내밀고, 햇볕이 좀 따뜻하다 싶으면 노란 꽃대를 쑥 뽑아 올리는 식물입니다. 냉이가 있나 밭고랑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온 발치에 걸리는 게 꽃다지입니다. 냉이보다 흔하디 흔하고 생명력 또한 강해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어렸을 때 꽃다지를 캐 가지고 오면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꽃다지는 삶아서 먹어도 되긴 하는데 털 때문에 입안이 꺼끌꺼끌햐."
 그 때 알았지요. 사는 형편이 조금 나아진 것을. 냉이보다 훨씬 캐기 쉬워서 대바구니 가득 담아 왔던 기억이 납니다.
꽃다지의 꽃은 노랗게 십자화 모양으로 달리는데 꽃은 작지만 한곳에 모여 나기 때문에 밭둑에 졸로라니 솟아 있으면 그것 또한 매우 어여쁜 모습이 됩니다. 샛노란 꽃 안에 따스한 봄볕을 잔뜩 물고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씨앗은 핫도그 모양으로 작게 달리는데 그 안에는 수십 개의 씨앗이 벌레 알처럼 들어 있습니다. 꽃이 진 자리마다 핫도그 모양의 씨앗주머니가 달리고 그 안에 또 수십 개의 씨앗이 들어 있으니 번식력은 그야말로 끝내줍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 꽃은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하고 꽃 전설 쓰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꽃 전설을 익히 들은 아이들이라 제법 비슷하게 흉내를 내더군요. 그 중 꽃다지는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저 자신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제법 그럴 듯한 이야기를 얼핏 하더군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나물을 뜯다가 노랗게 올라온 꽃만 뜯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이 꽃이 다지?" 하고 물었습니다. 그 바람에 '꽃다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좀 썰렁한가요?

 이제 꽃다지는 씨앗 영글기 하느라 바쁠 겁니다.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 벌써 열매를 맺는 겁니다. 지금도 피고 지는 들꽃들은 무수히 많은데 들여다보지도, 매만지지도 못했는데 어느 새 지고 열매맺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이 떠오르는군요.
 '봄은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간다.'
 아, 봄날은 간다. 이 봄이 다 가기전에 금방 지고 말 것들에 한번 더 눈도장 찍어 두세요. 올 봄은 죽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사진 자료는 생태교육연구소 <터>에서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