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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이야기
창 밖으로 상당산성 쪽을 바라보면 산 정상에 희끗희끗 흰눈을 이고 있는 소나무들이 보입니다. 사시사철 푸르다고 하여 상록수라고 불리는 나무입니다. 그렇다고 소나무에 낙엽이 없을까요?
소나무 밑에 가보면 소복히 쌓인 솔잎을 볼 수 있습니다. 누런 솔잎이 얼키설키 쌓여 그 아래는 빛이 잘 스며 들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로인해 소나무 밑에는 다양한 수종이 살지 못합니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햇빛을 너무 좋아해서 소나무 밑으로 빛이 새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나무 밑에는 다른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합니다. 빛이 들지 않아서 행여 가리기라도 하면 이리 휘고 저리 휘며 햇빛을 더 많이 받으려고 애쓰고 그것도 수월치 않을 때는 누렇게 말라 죽어 버리는 게 소나무입니다. 다른 수종이 살지 못하는 이유는 소나무에서 나오는 특유의 물질 때문이기도 합니다.
솔잎은 분명히 지는데 항상 소나무에는 파란 솔잎이 붙어 있는 게 처음엔 저도 무척 신기했습니다. 대게 새 솔잎은 봄에 납니다. 활엽수종은 대부분 봄에 잎이 피어 가을이면 지는데 솔잎은 그 다음 해 가을에 진답니다. 그로인해 항상 푸른 솔잎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소나무 잎을 잘 살펴보면 두개로 되어 있는 것과 세 개로 갈라져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두 잎으로 되어 있는 것은 흔히 조선소나무라고 불리는 것이고 세 잎으로 되어 있는 것은 리기다소나무라고 불리는 것으로 수종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소나무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한 학생이 그러더군요.
"아, 그래서 솔잎 뽑을 때 할머니가 두 개인 것만 뽑으라고 했구나." 하더군요.
솔잎이 두 개인 것은 우리가 송편을 찔 때 쓰는 나무인 바로 조선소나무 입니다. 잎이 세 개 달린 리기다소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땔감용으로 조림을 했다고 합니다. 리기다 소나무는 나무 둥치 중간중간에 솔잎이 돋아 나와서 쉽게 우리 소나무와 구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 소나무는 둥치가 휘어지긴 했지만 매끈할 정도로 깨끗하게 자랍니다.
리기다 소나무는 송진이 많이 나서 땔감용으로는 그만이지만 목질이 약해서 목재용으로는 쓸 수가 없답니다. 그에 비해 우리 소나무는 목질이 단단하여 주건축재료로 쓰였고, 나무껍질과 솔잎과 송화가루는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소나무 신세를 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매달아 나쁜 기운을 막았고, 죽을 때 소나무 관에 누워 소나무가 있는 산에 묻히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우리나라 역대 임금 중에 소나무를 제일 아낀 사람은 정조대왕이라고 합니다. 정조는 백성들이 조림해 놓은 나무를 자꾸 베어 가자 나무에 엽전을 매달아 나무를 베어 가야할 형편이면 이 돈을 가지고 가서 땔감을 살지언정 베지 말라고 하였답니다. 이에 백성들의 마음이 움직여 나무를 상하게 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또, 어느 해에 소나무에 송충이가 무성하자 정조는 송충이를 잡아 자기 입에 넣어 씹었답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수만 마리의 까치와 까마귀가 모여들어 송충이를 자아 먹더라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정조의 소나무 사랑을 가히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소나무를 곧은 선비의 성품에 비유하곤 합니다. 곧은 절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소나무는 흔들리지 않았을까요? 봄날 누렇게 날리는 송화가루를 보면 소나무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나무도 봄빛은 저버리지 않으려고
마지못해 담황색 꽃을 피웠도다.
우습구나 곧은 마음도 때로는 흔들려서
남을 위해 황금가루로 단장하누나
-이규보의 송화(松化) 전문-
사진 자료는 생태교육연구소 <터>에서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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