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열하일기』의 전모를 맛볼 수 있게 하였다.
-『열하일기』는 모두 26편(정확히 말하면, 26권 10책)으로, 그 중 7편만이 날짜 순의 여행기 방식으로 쓰였다. 나머지 19편은 매일의 여정에서 따로 떼어 별도로 완성한 문장들을 묶은 것이다. 주로 동일한 장소나 사건과 관련된 문장들이 하나의 편명으로 편집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19편의 글들은 여정 순서에 맞춰 재배치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한성을 출발해 압록강을 건너 연경으로, 연경에서 열하로, 열하에서 다시 연경으로 돌아가는 장장 3천여 리에 달하는 연행길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둘째, 감수성과 사고력의 절정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명문장 10편을 중심으로 연암 박지원 사상과 문장의 정수를 펼쳐 보인다.
- 세심하게 가려 뽑은 10편의 명문장은 『열하일기』의 여정순을 감안하여 선별한 것은 물론이고, 『열하일기』의 대표격이라 할 만하며, 연암 산문 미학의 진수에 속하는 것들이다.

셋째,『열하일기』의 원문을 이 시대 청소년들이 “즐겁고 경쾌하게 읽을 수 있는” 현대어로 다듬어 실었다.
- 판소리 광대의 구성진 입말을 듣는 듯 경쾌하고 질박하면서도 고전이 주는 옛 맛이 살아 있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은 고전문학이 독서의 큰 즐거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넷째, 작가의 해설은 청소년 독자가 명문장을 감상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개입하면서도 아주 시의적절하고 간결명료해, 문학고전 해설서의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 이 책의 해설은 원전의 이해, 원저자의 핵심 사상과 고전의 현재적 의미를 짚어낸다는 대원칙 아래 쓰여졌으며, 원문 읽기의 재미를 방해하지 않고도 원문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다섯째, 18세기 조선 후기의 정치·사회상과 북학파 실학자들의 핵심 사상, 당시 세계 문명의 중심이었던 청나라 수도 연경으로 파견된 연행사절단의 역할 등이 유기적 맥락에 놓이도록 부수적인 자료의 구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박지원은 중국과 조선의 접경지대에 겨우 첫 발을 들여놓자마자 청나라 문명의 장관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러곤 절절히 깨닫는다. '소중화'니 '북벌' 따위가 얼마나 허망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지를. 진정한 중화 문명을 본받지도 못했으며, 북벌의 방편 또한 마련해 놓지 못한 상태에서 무엇으로 청나라 오랑캐에게 병자호란의 수치를 되갚아 준단 말인가! 그리하여 박지원은 청문명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그의 꼼꼼한 눈썰미에 와닿는 모든 것을 낱낱이 기록하고, 그의 사유망에 걸려드는 것이면 무엇이든 곱씹어 걸출한 '문명론'을 창조해 냈다. 그러나 그것을 그저 글발 좋은 사상가의 단상쯤으로만 여길 수 없는 까닭은, '이용후생학파'로 분류돼 버린 연암이 정작 강조한 것이 '정덕', 곧 덕을 바르게 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쓰임을 이롭게 한 후에야, 삶을 도탑게 할 수 있고, 그런 후에야 덕을 바르게 할 수 있다! 이 '정덕'을 현대버전으로 변환하면 어떤 단어로든 대체할 수 있겠지만, '정덕'이 갖는 포괄적인 함의와 뉘앙스를 살리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작가 고미숙은 말한다. 이 '정덕'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매우 절실한 가치라는 것을. 18세기 연암 박지원의 이런 일련의 사유 맥락을 현재적 의미와 결합시켜 일관되게 이 책에서 피력하였으니, 그것이 곧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이 되는 까닭이다.

머리말 - 열하일기, 숨은 보석을 찾아라!
Intro. 그대, 길을 아는가?
출발
벗은 '제2의 나'다!
연암이 '연암'으로 들어간 까닭은?
청나라로부터 배우다 - 북학北學
검문
길은 ‘사이’에 있다!

1. 소경의 평등안: 이용후생, 그리고 정덕正德
책문
여래와 소경
득룡이
정덕正德을 환기하라!
잠꼬대
‘청 문명의 장관은 기와조각과 똥부스러기에 있다’

2. 호곡장好哭場: '아, 참 좋은 울음터로구나!'
투전
꿈
말 꼬리
호곡장好哭場
갓난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이유는?
덧달기

3. 호질虎叱: 너희가 ‘범’을 아느냐?
천하제일관天下第一關
<호질>의 ‘발견’!
미궁
주인공은 ‘범’
인간人間, 너는 누구인가?

4. 허생許生: 황금을 보기를 뱀처럼 하라.
연경 도착!
옥갑에서의 ‘야화’
변승업卞承業
허생을 인터뷰하다

5. 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 만리장성에 담긴 뜻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열하로
창대의 수난
혹부리 여인들
밤에 고북구를 나서며(夜出古北口記)
원혼들에 대한 비가悲歌
뒷담화

6.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내 이제야 도를 알았도다!
말(馬)에 대한 깊은 성찰
소경의 위태로움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다(一夜九渡河記)
마음의 행로
마침내 열하!
잠과 꿈의 ‘사이’

7. 상기象記: 코끼리를 통해 본 우주의 비의
상방 탐방기
코끼리의 형상, 코끼리의 힘
하늘이 코끼리를 낸 뜻은?
차이를 사유하라!

8. 판첸라마 대소동: 천하의 형세를 헤아리다
서곡
판첸라마
황제
황금궁전
파사팔巴思八
정탐군
천하의 형세

9. 환희기幻戱記: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호기심 황제
신기한 요술 나라
엽기적인, 너무나 엽기적인
눈속임
꿈속에 또 꿈
소경의 눈물
길 위의 삶

더 읽을 책들
박지원 연보
『열하일기』 원목차

아이세움/ 270p/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