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세요.
(㉠)라는 차원에서 보면, 살아있는 생명체가 자기의 결핍을 채워줄
어떤 것과 맺는 것은 굳이 인간적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는 거죠.
입이 있으면 다 먹어야 해. 그건 입을 가진 모든 존재에 공통된
것이지 인간적인 상황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와는 다르게 (㉡)은 단순한 동물적인 충족의
상태가 아니에요. 이를테면, 내가 갈증이 나면 물을 마시면
해소되죠. 그건 need가 충족된 거예요. 그런데 나는 콜라를
먹고 싶어. 이건 물 마신다고 해결되나요?
제가 아는 친구 중에, 버거킹에서 나오는 와퍼라는 햄버거에
맛을 들인 애가 하나 있었어요. 얘가 대전에서 살게 됐는데,
그 당시에는 와퍼를 파는 버거킹이 없었단 말이에요. 주말이
갑자기 와퍼가 먹고 싶어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서울역 근처에서
와퍼를 먹고 대전으로 돌아갔대요.
 이런 건 (㉠)가 아니죠. 물론 콜라에 중독돼서 그렇다고
할 수도. 중독도 굉장히 독특한 상태예요. 그런데 이런 상황은
단순히 우리의 생물학적인 결핍을 충족시킴으로써 해소되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입니다.
목마르면 목을 마셔서 해소되고, 가려움증을 긁으면 해소되는
것이 자연적인 상태의 (㉠)라면, (㉡)이라는 것은 상당히
문화적인 욕구예요. 인간 고유의 욕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와퍼나 콜라 같은 경우는, 딱히 습득된 습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가지는 고유한 차원이 있다는 거예요.
 인간 (㉢)이 다른 동물적 상태와는 다른 고유한 차원이 있는데,
라캉은 그를 일러 (㉡)이라고 불렀습니다. 보통 입을 가진
존재와, 인간 존재의 뚫려있는 구멍이 그것을 채워주는 어떤
대상과 맺는 관계의 차이를 아시겠죠?
다른 생물들이 가지는 (㉢)을 채우는 방식과 인간의 (㉢)이
가진 독특성과 그것이 채워지는 방식이 다르다는 거예요. 다른
걸 하나 더 갖고 있다는 거죠. 뭘 갖고 있느냐? 다른 동물보다
(㉢)을 하나 더 갖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라는 것은 라캉이 보기에, 다른 유기체보다
하나 더 우월한 (㉣)을 갖고 있는 데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보다 결핍을 하나 더 갖는 데에 기초합니다. 결핍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캉이 이 얘기를 아주 자세하게 전개하지는 않지만, 지젝도
초반부터 인간이란 무엇이고 어떤 존재라며 차근차근 설명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아요. 밑천이 금방 드러나거든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