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는 중세를 종결 시키고 근대라는 새 시대를 연 영웅이라고 봐도 좋다. 사람들은 그를 회의주의의 원조 혹은 합리주의를 연 철학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그를 선구자라고 부르기 보다는 대표자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맞는 표현이 될 것이다.

당시의 서구 사회는 이미 회의주의가 팽배하던 시절이었다. 사회, 문화, 정치는 이미 크나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고, 사회구조는 중세 시대의 신(神)만능주의를 벗어던지고 인본주의를 태동시키려던 찰나였다. 이런 상황에 부응해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 낸 것이 데카르트라면 그가 근대를 열었다기보다는 근대가 그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지도 모른다.

데카르트는 상당히 열린사람이었다. 그를 보면 시대가 선택한 사람은 역시나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프랑스어로 저술활동을 했다. 라틴어가 아닌 불어로 책을 썼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마치 조선시대에 한문으로 유학을 논하지 않고 한글로 학문을 했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이다. 그렇게 그의 주체중심의 철학은 특유의 꼼꼼함으로 아래에서부터 근대인들을 모두 포괄하려 하였다.

데카르트! ‘나’를 바라보다

데카르트 이전의 철학은 나 이외의 타인에게 그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데카르트에 들어서 드디어 타인을 비추던 나의 눈동자는 나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풍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풍경을 바라보는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를 생각하니까 자연히 내가 생각하는 걸 또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회의의 연쇄과정 속으로 과감히 뛰어들었다. 이를 우리는 ‘방법적 회의’라 부른다.

방법적 회의는 단순한 회의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절벽에 서 있고,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본다고 치자. ‘여기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될까?’ 하고 과도한 실험정신으로 몸을 날리면 나는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죽게 된다. 여기서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를 적용한다면 직접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뛰어든다는 가정을 하고 그 가정에 관한 결과를 치밀하게 그리고 엄밀하게 유추해나가는 것이다. 방법적 회의는 일종의 사고실험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지렛점을 찾아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데카르트는 무언가 확실한 것을 얻고 싶어했다. 누가 봐도 자명한 것.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자신이 확실한 것을 찾고 싶어 한다는 의지를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BC 287년 경~BC 212년)의 지렛대에 빗대어 표현한다. 아르키메데스는 비중이라는 것을 처음 찾아낸 사람이다. 그런 아르키메데스가 말한다.

“만약에 내가 요구하는 길이의 막대기와 저 허공에 한 점만 고정시켜준다면 나는 지구를 움직일 수 있다.” 라고.

자신이 원하는 조건만 충족시켜 준다면 지렛대원리를 이용하여 지구라도 능히 들 수 있다는 말이다.

데카르트가 찾고 싶은 것은 이 지렛대의 지렛점이다. 불변하는 것. 너무나 고정적이어서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100% 그에 대한 결과 값이 나오는 것 말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말한다. “이 아르키메데스 포인트를 찾고 싶다.”라고.

데카르트는 그것을 찾아냈을까?

물론 찾아냈다.

그가 찾아낸 자명한 제1원리는 ‘생각하는 나!’였다. 데카르트에게 있어서는 이것만이 자명하고 불변의 것이었던 것이다. Cogito ergo s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