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의 미신적 성격에 질려버린 노신

노신이 청년기를 보냈던 시대까지만 해도 청 왕조가 여전히 건재했던 시대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히 사대부의 자식들은 경을 읽어서 과거에 급제해서 입신출세해서 집안을 일으킨다. 이게 거의 일반적인 인생의 코스인데 너무너무 지겨워졌겠죠. 자기 아버지가 돌팔이 같은 한의사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했다는 거죠.

아버지를 치료하던 한의사는 이상한 약재료를 구해오라고 시키곤 했는데, 자기가 평생 그 어린나이에 귀뚜라미 잡으러 다니고 갈대 꺾으러 다니고 이렇게 온갖 짓 다했는데도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신 거죠. 그러니 천하의 쓸모없는 것이 한의학이고 이건 정말 너무나도 비과학적인 거다. 이가 갈리는 거죠. 그래서 이 때, 안되겠다. 나는 뭔가 좀 다른 방식으로 살아봐야겠다. 어차피 집안은 몰락했고 나는 이제 세상에 나가서 좀 달리 살아보자. 라고 생각을 하고 양학을 배우자고 생각을 했던 거죠.


▲ 마술처럼 치부되던 서양의 학문

그 당시 양학이란 뭐냐. 오랑캐한테 영혼을 팔아넘기는 거라는 거죠. 그렇게 생각 많이 했었어요. 실제로 우리나라도 그랬었죠. 처음에 서양의 근대문물이 막 들어왔을 때, 그 당시에 우리 조상들의 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죠.

이를테면 사진 같은 것도, 왜 사진을 찍으면 혼을 빼앗긴다. 사진을 찍을 때 렌즈하고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 저걸 쳐다보고 있으면 혼이 뺏긴다는 거죠. 렌즈가 혼을 잡아먹는다. 그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고종황제도 어진까지 찍고, 그게 아니다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그랬죠. 그렇게 과학이 마술하고 혼동되는 시대였죠.


▲ 근대적인 학문에 눈을 뜬 노신

어쨌든 오랑캐한테 혼을 팔아넘긴다고 생각되던 양학을 배우기로 결심하죠. 그래서 남경으로 나가서 ‘광무철도학교’라는 데를 다니는데 여기 나가서 뭘 알았냐면 세상에는 소위 물리, 수학, 지리, 역사, 미술, 체육 이런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죠. 그 이전의 학문이라는 것은 경을 읽는 거죠.

이때 노신이 배웠던 학문들이 근대적인 학문이죠. 근대적인 교육 체계 속으로 들어가서 새로운 종류의 근대적인 학문들을 배우기 시작했던, 그 이전 시대까지만 해도 이건 이른바 상놈이나 중인들이 배우는 과목들이었겠죠. 수학이나 지리. 역사를 물론 경에서 배우긴 했겠지만, 아무래도 달랐죠.


▲ 일본으로의 유학

노신이 이때 접한 역사라는 것은 ‘보편사’였죠. 반면에 예전의 경서, 춘추라든가 사기라든가 이런 것들은 아주 고급스러운 역사인 것이고,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이런 방식의 역사들하고 다르게 배우는 역사니까, 다른 종류의 지식체계를 가지게 되는 거죠.

여기서 노신이 학문에 심취하게 되었겠죠. 조금 더 넓은 물로 나가보자. 그래서 일본으로 건너갑니다. 중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근대 초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일본이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