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는 자의적이다
오늘날 우리가 언어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은 어떤 거냐 하면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를 한번 생각해 봐요. 언어는 무슨 기호에요? 제멋대로 만들었다고 해서 자의적 기호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그러니까 현대인들은 근대인들은 사물의 이름을 붙일 때 어떻게 붙였냐하면, 고심해서 붙인 게 하니라 어떻게 붙인 거예요? 제멋대로 편할 대로 붙인 거예요. 자기의 어떤 물질적 필요, 또는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서 제멋대로 붙인 거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물의, 사물과 사물의 본질과 사물이 애초에 갖고 있던 그 언어적 본질과 우리가 자의적으로 붙인 그 기호 딱지, 이게 맞겠어요? 안 맞겠어요? 전혀 맞을 수 가 없다는 겁니다. 자 그런데 벤야민이 말할 때 그래선 안 된다는 거거든요. 그게 바로 근대적인 언어관이고 벤야민(Walter Bendix Schonflies Benjamin)이 볼 때 부르주아적 언어관이에요.
▲ 언어를 보는 방식과 사물을 보는 태도
사물의 이름을 붙일 때는 어떻게 붙이느냐하면 자의적으로 붙이는 게 아니라 그 사물에 내재된 본질 있잖아요? 모든 사물에는 뭐가 들어 있어요? 벤야민은 언어적 본질이 들어 있다고 그랬어요. 그것에 맞게끔 거기다 음성을 부여해주어야 된다는 거예요. 쉽게 말하면 그런 거잖아요.
아기를 낳았을 때 이름 붙이는 것하고, 집에 강아지 들여왔을 때 이름붙이는 것하고는 차원이 다르죠. 아기를 낳았을 때는 그 이름 붙일 때 굉장히 고심을 하죠? 반면에 다른 것들은 제멋대로 그야말로 자의적 기호처럼 붙일 수가 있잖아요. 이름 붙이기. 언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거예요.
▲ 근대문명의 병적인 부분을 알기 위하여
벤야민이 자꾸 창조설화로 돌아가는 것은, 정말로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어가지고 진흙을 갖고 아담을 만들고, 갈비뼈를 뽑아서 이브를 만들고. 뭐 이런 만화 같은 얘기를 정말 믿어서 하는 얘기가 아니에요. 이건 말하는 방식이거든요. 말하는 방식입니다. 이걸 통해가지고 벤야민이 지적하는 것은 근대문명의 어떤 병적인 부분들을 지적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비합리적이죠. 어떤 면에서는 그렇죠? 무슨 사물에 무슨 언어적 본질이 들어 있고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이런 발상법이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합리적일 수 있는 거예요. 합리적인 것보다 더 합리적일 수가 있다는 겁니다.
▲ 비합리적인 것이 더 합리적이다
얼마 전에 삼보일배 있죠? 새만금 사업. 삼보일배 할 때 수경스님이 그런 얘기를 합디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삼보일배를 통해서 말없는 생물들, 새만금에 살고 있는 일억 생명체들을 대신해서 말을 하고 있다고 했을 때. 그 사람, 그 아주 과학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잖아요. 아니 갯지렁이가 당신한테 뭔 얘기를 했다고, 당신이 조개가 하는 말을 들어봤어? 아주 말이 안 되는 얘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합리성이 더 합리적인 거잖아요.
우리 그걸 알죠? 생태계의 중요성이라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수경스님이 생물을 대하는 태도하고 소위 개발론자들이 생물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아주 다르다는 겁니다. 어떤 면에서 다르냐? 사물 안에 언어적 본질이 들어 있다고 했을 때는 사물과 나 사이에는 뭐가 가능해요? 그쪽이 언어를 가지고 있고 나도 언어가 있잖아요. 뭐가 가능합니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죠. 반면에 사물 안에 언어가 없다고 했을 때는 그건 하나의 물건에 불과한 죽은 물건이고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한 겁니다. 그건 뭐예요? 이제부터는 조작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맘껏 착취해 먹을 수 있는 것이 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