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TV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납량특집물을 다룬다. 뜨거운 여름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납량특집의 맛. 그것은 공포가 가진 묘한 미학이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귀신을 무서워하면서도 TV가 들려주는 괴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심지어 이불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눈을 둥그렇게 뜨고 화면을 주시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왜 귀신은 무서울까? 이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던져보자. 우리는 살아있는 사람이 피를 흘리고 있을 때는 불쌍해하거나, 괴로움을 공감하려 한다. 그런데 귀신이 입가에 피를 흘리며 서 있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귀신의 피를 닦아주고, 불쌍해하는 사람은 없다. 대신에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다. 둘 다 생긴 것은 비슷한데, 산 자의 모습은 연민의 대상이 되고, 죽은 자의 모습은 납량특집물의 소재가 된다. 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보편적인 설명은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해서.'이다.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며, 귀신은 죽음을 상징하는 존재이며 따라서 귀신을 맞닥뜨린 인간은 공포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보편적인 설명의 방식이라면, 다소 다른 설명도 존재한다.

다른 설명방식을 따르자면, 인간이 귀신이 무서운 이유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겨서다. 인간과 비슷하다는 것은 일단 귀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제한다. 즉 설명하면 다음과 같은 주장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과 비슷하면, 그 결과로 무섭다?"

다소 엉뚱한 결론 같지만, 이러한 예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것은 특히 일본의 로봇개발에서 마주한 난점이기도 한데, 일본의 로봇은 어딘가 섬뜩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의 로봇이 갖는 특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로봇기술이 발달한 미국에서 만든 공장의 자동기계, 나사(NASA)에서 화성에 보낸 로봇 등은 인간과 전혀 다르게 생겼고, 그 결과 기계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러나 일본에서 끊임없이 시도하는 분야는 바로 인간과 비슷한 로봇 만들기, 즉 안드로이드(android)의 제작이다. 적어도 안드로이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일본은 오늘날, 마치 사람처럼 걷고, 미소 짓는 로봇을 시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어딘가 사람과는 달라서 로봇인 것을 알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이때, 인간은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어설프게 웃으면서 악수를 청해오는 로봇의 서늘한 손길. 마치 사람과 너무 비슷한 마네킹이 섬뜩한 것처럼, 일본의 로봇기술도 같은 원리에 기인한 비호감의 난점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인간과 비슷하나 인간이 아닌 로봇의 섬뜩함. 그것은 납량특집물의 귀신이 무서운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