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능한 언어

문학의 언어라는 게, 플라톤(Plato, BC 428 ~ BC 348),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8.27 ~ 1831.11.14)에 따르면, 사물의 진리를 말할 수 없는 언어에요. 또는, 더 나아가서 현실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언어에요. 무능한 언어죠. 쓸데없는 언어. 사물의 진리 또는 현실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적 현실. 거기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침묵의 언어라고도 볼 수 있죠.

그러니까 플라톤이 처음에 얘기했듯이 문학의 언어라는 게 사물의 객관적인 진리를 이해하고, 사물을 관리하는데, 우리의 어떤 유용한 목적에 따라서 쓸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언어, 경제적 언어가 아니라는 거죠. 우리가 어떤 시를 읽을 때나, 소설을 읽을 때, 간단히 말해서 무슨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보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죠. 과잉의, 여분의 감정, 이 쓸모없는 정념(passion en vain, passion in vain)을 불러일으키는 언어라는 거죠.


▲ 문학은 ‘위험’하다?

어떤 시를 읽으면, 정말 어떤 자연이 내 앞에 현상하는 것 같아요. 정말로 비가 오기 전의 회색 빛 하늘이 나한테 현상하는 것 같고, 정말 남녀 사이의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랑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소설을 읽었더니 현실의 사랑보다 더 진짜 사랑 같은 사랑을 시나 소설이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근데 쓸모없는 정념이라는 것이, 하찮은 정념이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하찮은 정념. 즉 말하자면 미미한 정념, 무시해도 좋을 정념이 아니라는 거죠.

하찮은 정념만을 문학이 불러일으킨다고 하면 문학은 유해한 것이 아니에요. 플라톤이나 헤겔이 염려했던 것처럼 사회, 정치적 관점에서 봤을 때 별다른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언어가 아니라는 겁니다. 문학이 전달하는 쓸모없는 정념이라는 것이 항상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그런 효과를 불러일으켰고, 전통적으로 봤을 때 어떤 통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는 거죠.


▲ 문학에 대한 열정 = 반사회적 감정?

바타유(Georges Bataille, 1897.9.10 ~ 1962.7.9)가 카프카의 얘를 들면서, 카프카(Franz Kafka, 1883 ~ 1924) 가 작품을 쓰게 된 배경 같은 것을 얘기하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러니까 마치 글을 쓰는 카프카가 어땠는가. 말하자면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것, 부모님이 금지하는 것을 몰래하는 그런 어린아이의 어떤 금기위반의 행위. 그게 문학하는 사람의 어떤, 작품을 쓰게 되는 내적배경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물론 문학이 정치, 사회적 관점에서 유해하다. 큰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했어요.

이거는 우리나라에서의 마광수나, 장정일 사건 같은 것뿐만 아니라, 히틀러 시대의 문학작품 헤르만 헤세와 같은 작품은 금서로 지정돼서 불에 태워졌죠. 이런 것뿐만 아니라 그 전에 어떤 문학이 됐든, 그것이 어떤 포르노 문학이어서가 아니라 문학작품을 쓴다는 것, 그것 자체의 어떤, 바타유의 표현에 의하면, 금기를 위반한다. 일종의 어느 정도의 그 반사회적인 감정이 개입되어있다는 겁니다.


▲ 플라톤 왈(曰) 문학가를 국외로 추방하라!

바타유 표현에 의하면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할 때의 어떤 쾌감, 모험심. 여기 제가 알기로는 몇 분은 실제로 작품을 쓰고 계신 분도 있는 것 같은데. 일종의 어떤 반사회적인, 장정일이나 마광수 같은 포르노그래피에 가까운 소설을 쓰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문학에 투신하는 배경에는 알게 모르게 反사회적인 정념이 개입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것을 플라톤도 그렇게 얘기를 한 겁니다. 고대 그리스 비극작가와 문학이라는 게 아테네 시민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거죠. 그래서 시인들을 국경 바깥으로 쫓아내라는 거죠. 쓸데없는 자들이다. 사회의 여러 가지 경제적인 목적에 도움이 안 되는 인간들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