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신이란 말은 일본사람이 만든 것

‘무속’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뭐가 연상이 되세요? 무당, 굿, 귀신, 당집, 신 내림. 무속이 우리 생활 속에 얼마나 남아있을까요? 지금도 사실은 생활 속에 또는 우리 심리구조 속에 굉장히 많이 남아있습니다. 무속은 미신인가요, 아닌가요? 사실은 미신이라는 표현은 우리가 만든 표현은 아닙니다. 일본사람이 만든 거지요.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고 들어오면서 무속을 미신이라고 밀어낸 것이죠. 본래 남산에 있던 국사당을 헐어버리지요. 그런데 일본 사람들이 무속은 미신이야 하면서 국사당을 헐고 신사를 짓죠. 무속이 미신이라면 일본의 신사는 더 미신입니다. 미신이라는 말 자체는 일본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무속은 전통사회 속에서 거부감 없이 진행되어 오던 것인데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면서 무속은 미신이라며 밀어내고 신사를 앉힌 것이고, 그 후에 우리 문화의 흐름은 미국 중심의 문화로 가버렸고, 사회 많은 부분에 기독교 이렇게 가면서 무속은 계속 비과학적이고 미신이고 하면서 밀려갔던 것이죠.


▲ 무속은 여전히 곳곳에 많이 남아있다

오늘날에 무속이 어떻게 남아있을까? 굉장히 많이 구석구석에 남아있습니다. 어려서 자랄 때에는 대개 방에 들어가려면 문지방 밟지 말라고 했어요. 그리고 어머님은 고사를 잘 지내셨어요. 고사 지내시고나면 대개 떡시루 놓고 물 한 그릇 떠놓고요. 왜 지내셨는지 모르겠어요. 대개 ‘집안 잘되게 해주세요, 사업 잘 되게 해주세요.’ 하는 의미였겠지요.

중ㆍ고등학교 때에도 신상조사서 보면 반드시 종교란이 있습니다. 어려서 종교란에 어머니께 물어보면 어떤 때는 유교라고 쓰라고도 하셨고 무교라고도 쓰라고 하셨어요. 무교가 종교가 없다는 뜻이셨는지 무속을 다른 표현으로 무교라고 하신건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 보면 고사 안 지낸 집이 별로 없을 거예요.


▲ ‘신난다’는 말과 무속의 관계

혹시 이런 표현들 많이 들어보셨지요. 신난다. 신이 나오는 거예요. 신이 감춰져 있던 모습을 드러낸다. 신바람(신이 일으키는 바람), 신명 등. 신바람을 일으키는 풍물이 사물놀이입니다. 김덕수 사물놀이패 세계까지 나가서 공연하는데 그 밑바닥의 근원은 무속부터 오는 것입니다. 예전에 많이 보셨죠. 행사 같은 때 나오는 ‘농자천하지대본’ 그것을 사실 옛날로 가면 농촌사회 어디에서든 맨 처음 농사 시작할 때 매개 굿으로 시작하는 것이에요. 그 때 농자천하지대본으로 나오는 거예요.

농촌만이 아니라 어촌마을에서도 풍랑 안 만나고 물고기 많이 잡히게 하는 굿을 했죠. 별신굿, 용왕제 등의 다른 이름으로 남아있지만 전부다 굿이었습니다. 마을 굿 공동체 굿이지요? 그런데 지금 남아있는 것은 개인 굿이지만 본래 굿은 공동체 굿입니다.


▲ 생활 속의 무속문화

무속은 해체하는 문화이기도 하고, 풀어내는 문화이기도 하고, 몰입해 들어가는 문화이기도 하고, 카오스적인 문화이기도, 저항문화이기도 합니다. 실제 우리 속의 무속은 여전히 많은 심리구조, 사유구조 속에 남아있고, 우리의 생활 문화구조 속에도 굉장히 큰 힘으로 남아있습니다.

미국에 무속 무당의 굿에 대한 연구들이 있어요. 굿을 해서 병이 나았다. 이게 과학적입니까? 비과학적이죠. 그런데 그런 연구들에서 대개 그런 경우를 플라시보효과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심리적인 보상을 받아서 그런 효과 나올 수 있다’라고 합니다.

옛날 전통사회로 가면 지역마다 활인원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병원입니다. 활인원에는 반드시 두 사람이 있습니다. 살려야 하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즉 의생이 있고 또 무(巫)가 있습니다. 의사가 못 살리는 것은 무가 살리는 거예요. 이 전통사회 속에서 무속이라는 건 아까 말씀드렸던 미신의 개념이 아닌 생활문화로서 우리 속에 여전히 있었던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