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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열매를 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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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면 추석인데 송편 빚을 생각은 하지 않고 막 가을로 들어선 것대산에 올랐습니다. 산길에 피어있던 꽃들은 열심히 씨앗 익히기에 바뻤습니다. 아까시나무 둥치를 타고 올라간 으름덩굴은 어느 새 어린아이 조막만한 열매를 내놓았습니다. 산길을 더 거슬러 올라가다 처음으로 동백나무 열매를 보았습니다. 나무나 식물은 시기에 따라 참 다양하게 모습이 변합니다. 꽃이 필 때, 잎이 막 돋을 때, 잎이 다 자란 후, 그리고 열매를 맺었을 때 등 시기에 따라 모습이 많이 다릅니다.
 이른 봄, 산에서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트리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산동백나무라고 불리는 생강나무입니다. 생강나무는 잎에서 생강냄새가 난다하여 붙은 이름입니다. 노란 축포가 터지듯 이른 봄 우리의 산자락에 꼬마전구를 제일 먼저 켜놓는 나무입니다. 꽃이 진 후 오리발 모양의 잎이 납니다. 가을이 되면 앵두보다 약간 작은 까만 열매가 열리는데 그 열매에서 바로 동백기름을 짰습니다. 우리 할머니들이 쪽진 머리를 하실 때 쓰던 기름입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읽을 때는 남도에 많이 피는 빨간 동백꽃밖에 몰랐습니다. 그 소설을 읽으면서 왜 노란 동백꽃이 피고 알싸한 향기에 취했다고 했을까 의아해 했습니다. 알고보니 동백꽃은 바로 생강나무였습니다. 그걸 몇 해 전에야 알았습니다. 알고 나니 노곤한 봄날의 노란빛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동박나무라고도 하는데 바로 '정선아리랑'에 동박나무가 나오기도 합니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 장철 임 그리워서
나는 못 살겠네
아우라지 지 장구 아저씨
배 좀 건제 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동백나무 열매를 주우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간 후 나무 밑에서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지난 겨울 떨어진 열매가 낙엽에 쌓여 있다면 그 핑계로 님을 만나러 배를 타고 갈 수 있을 텐데' 하는 애틋한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여인네들의 마음을 많이 받아주는 나무였나 봅니다.
이제 생강나무 잎은 제일 먼저 샛노랗게 물들을 겁니다. 봄을 제일 먼저 알리고 또한 가을을 제일 먼저 알리기도 하지요.
사진 자료는 생태교육연구소 <터>에서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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