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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쟁이의 딸, 쑥부쟁이
요즘 산자락마다 아련한 보랏빛으로 가을 바람을 맞고 있는 꽃이 있습니다. 얼핏보면 흰빛으로 보여 눈에 잘 띄는 꽃입니다. 산에서 피는 꽃치고 꽃이 제법 큰 편에 속하기 때문에 눈에 더욱 잘 들어옵니다. 가운데는 노란 통꽃이 조밀하게 피고 가장자리에는 연보랏빛 혀꽃이 빙 둘러 피어 있습니다.
이 꽃을 보면 고향의 뒷동산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그 때는 꽃 이름이 뭔지, 뭣에 쓰이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어린애의 눈높이 맞춰 흔히들 부르는 잠자리꽃이라고 불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도감에 나와 있는 이름은 쑥부쟁이였습니다.
어렸을 적, 뒷동산 너럭바위 옆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쑥부쟁이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쑥부쟁이가 막 피기 시작할 때는 바로 잠자리가 한창 공중을 휘젓고 다닐 때였습니다. 그래서 쑥부쟁이 한 송이를 꺾어 들고 뱅뱅 돌리며 노래를 부르고 놀았습니다.
잠자리 동동
잠자리 동동
이 꽃에 붙어라
이 꽃에 붙지 않으면
똥물에 빠져 죽는다.
그래서 잠자리 잡을 때 쓰는 꽃이라고 하여 잠자리 꽃이라고불렀나 봅니다. 해마다 쑥부쟁이을 꺾어 들고 빙빙 돌리며 노래를 불러도 잠자리를 잡기는커녕 꽃에 한번도 앉지 않는 걸 알았습니다. 그 때는 막연하게 이 꽃으로 어떻게 잠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만 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때를 생각해 보면 쑥부쟁이가 가을볕처럼 따뜻한 그림 한 장을 선물로 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쑥부쟁이라는 이름에는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의 딸'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거기에는 슬프고도 슬픈 전설이 내려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대장장이의 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쑥부쟁이는 이 집의 큰딸로 태어났습니다. 마음씨 고운 큰딸은 동생들을 위해 항상 산과 들로 쑥을 뜯으러 다녔습니다. 어느 날 사냥꾼에게 쫓기는 노루 한 마리를 숨겨 주어 살려주게 되었습니다. 그 날 산을 내려오다 멧돼지 함정에 빠진 사냥꾼을 구해 주게 되었습니다. 사냥꾼은 큰딸의 마음씨에 반해 다음 해 가을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큰딸은 늘 산에 올라 사냥꾼을 기다렸습니다. 사냥꾼은 오지 않고 어머니가 병석에 눕자 큰딸은 산에 올라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노루가 나타나 세 개의 구슬을 주며 소원을 말하라고 하였습니다. 마음씨 고운 쑥부쟁이는 어머니 병을 낫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리고 사냥꾼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러자 사냥꾼이 나타났습니다. 사냥꾼은 나타났지만 이미 결혼도 하고 자식을 둘이나 낳았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사냥꾼은 쑥부쟁이와의 약속을 잊어버려서 미안하다며 이제라도 결혼하여 다시 살자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쑥부쟁이는 기다림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그의 처자식을 위해 사냥꾼을 다시 서울로 보내달라는 소원을 빌었습니다.
쑥부쟁이는 어느 날 산에서 쑥을 뜯다가 발을 헛디뎌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나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났는데 사람들은 쑥부쟁이가 동생들의 주린 배를 걱정하여 나물을 돋아나게 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쑥부쟁이의 보라빛 꽃잎은 노루가 건네준 주머니 빛깔이었고 노란 꽃술은 그 속에 들어 있던 구슬과 같은 색깔이었고 길다란 꽃대는 사냥꾼을 기다리던 큰딸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답니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쑥부쟁이라고 불렀답니다.
착한 쑥부쟁이죠?
쑥부쟁이를 볼 때마다 보랏빛 꽃잎에 아련한 슬픔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더욱 애잔한 마음이 듭니다.
사진 자료는 생태교육연구소 <터>에서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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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공부 많이 합니다. 
한삼덩굴
옛날 어느 마을에 살던 중년의 부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귀한 아들을 하나 얻었답니다. 콩밭을 매기 위해 아기를 밭둑에 눕혀 놓고, 골 하나 매고 돌아와 젖 먹이고, 또 다른 골을 매고 와 젖을 먹이고.... 다시 돌아와 보니, 저런! 아기가 없어졌답니다.부부와 동네 사람들은 횃불을 밝히고 한밤중까지 아이를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어요. 날이 밝았고 아기는 결국 유골로 발견되었지요.아기의 고운 뼈를 양지에 묻어 주고 엄마는 명복을 빌었대요. 그 무덤에서 자라난 풀이 '도꼬마리'였답니다.그후 어머니는 아기를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결국 아기를 따라갔지요. 동네 사람들은 아기 옆에 엄마를 묻어 주었어요. 어머니의 무덤에서 풀이 자랐는데 바로 '한삼'이었다고 합니다. 양손을 뻗어 아기를 찾으려는 마음이 깃들어 '한삼'이 된 어머니와, 엄마를 찾으려고 아무나 지나가는 것이 있으면 들어붙는 '도꼬마리' 아기... 참 슬픈 이야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