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창세 신화

고대 이집트의 경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주요 종교 중심지에 대개 그 도시의 주신을 창조신으로 하는 창세 신화가 전승되어 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주가 탄생되기 전 “태초의 대양”의 특성을 설명한 “헤르모폴리스 창세 신화”와 태양신 아툼을 중심으로 하는 “헬리오폴리스 창세 신화”이다.

한편 이집트 최최의 수도인 멤피스에는 주신 프타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했다고 전해지는 “멤피스 창세 신화”가 존재한다. 말씀을 통한 창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멤피스 창세 신화는 고대로부터 전승된 이집트의 종교 문서 중 가장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강과 2강에서는 이러한 이집트의 창세 신화들을 살펴볼 것이다.

부활과 영생, 그리고 신적 질서

이집트 신화 중 창세 신화와 더불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오시리스-이시스 신화이다. 오시리스-이시스 신화에는 형제인 세트에 의한 오시리스의 살해, 이시스 여신에 의한 오시리스 부활, 호루스의 탄생, 세트와 호루스의 대결 등과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집트인들에게 부활과 영생을 약속하는 신화적 선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창세 신화와 오시리스-이시스 신화는 각각 우주의 창조와 오시리스의 부활, 호루스의 왕권 계승 등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이들 신화가 창작된 원래의 목적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집트인들은 창조주-지배자인 태양신이 지상에 현현한 것이 파라오라고 생각했으며 파라오의 이상적인 지배가 우주의 질서인 마아트를 구현한다고 생각했다. 진선미를 포괄하는 개념인 마아트가 지상에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가 필요했다. 이 강좌에서는 신적 질서인 마아트가 어떻게 붕괴되었으며, 또 어떻게 회복될 수 있었는지도 살펴볼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범람 속에서 이집트 신화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에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