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그리는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정치이론가로 마르크스주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급진적 비판 이론을 발전시켰다.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에서 국가이론을 가르치던 그는 1960-70년대 '노동자주의'(Operaismo) 운동의 주요 이론가로 활동했으며 '자율주의'(Autonomia) 운동의 지적 지도자였다. 1979년 적군파(Red Brigades)와의 연계 혐의로 체포되어 이탈리아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했고 파리 8대학에서 강의했다. 2000년 이탈리아로 돌아와 남은 형기를 마친 후 계속해서 글로벌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그의 주요 저작으로는 『마르크스를 넘어선 마르크스』(Marx oltre Marx) 『혁명적 과정의 구성』(Il potere constituente) 그리고 마이클 하트와 공저한 『제국』(Empire) 『다중』(Multitude) 『공통체』(Commonwealth) 3부작이 있다. 네그리는 학문적 이론가이면서 동시에 실천적 활동가로서 현대 좌파 정치철학의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제국과 다중의 정치학
네그리 사상의 핵심은 현대 세계 질서를 '제국'(Empire)으로 규정하고 이에 저항하는 새로운 혁명적 주체로 '다중'(Multitude)을 제시한 점이다. 『제국』에서 그는 하트와 함께 현대 글로벌 자본주의가 더 이상 개별 국민국가들의 제국주의적 지배가 아닌 탈중심화된 네트워크 형태의 새로운 주권 체제로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구성적 권력』(Potere Costituente)에서는 민주주의의 혁명적 재구성 가능성을 탐구하며 기존 질서를 넘어서는 '구성권력'의 개념을 발전시켰다. 스피노자 연구서인 『야생의 아노말리』(L'anomalia selvaggia)와 『무한의 정치학』(Politica dell'infinito)에서는 스피노자의 내재성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자신의 정치철학의 토대로 삼았다. 네그리에게 '다중'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의 '프롤레타리아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혁명적 주체로 그들의 '공통적인 것'(the common)을 생산하는 활동이 자본주의적 지배에 저항하는 핵심이 된다.
생명정치와 현대 좌파 이론에 미친 영향
네그리의 사상은 푸코의 '생명정치'(biopolitics)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킨 점에서 현대 정치철학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다중』과 『공통체』에서 그는 현대 자본주의가 단순히 경제적 착취를 넘어 삶 전체를 포섭하는 '생명정치적 생산'으로 발전했다고 분석하며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저항 형태를 모색한다. 2011년의 『신자본주의와 공통체』(Il comune in rivolta)와 2018년의 『다중의 어셈블리』(Assembly)에서는 오큐파이 운동 아랍의 봄 등 21세기 사회운동들을 분석하며 네트워크화된 저항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네그리의 사상은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슬라보예 지젝 등 현대 좌파 철학자들과의 활발한 논쟁을 통해 더욱 발전했으며 특히 오토노미아 운동의 이론적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의 '정동적 노동'(affective labor) '비물질 노동'(immaterial labor) 개념은 후기 자본주의 노동 형태를 이해하는 주요 분석 도구가 되었으며 21세기 좌파 정치운동과 대안적 공동체 구상에 지속적인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