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지금까지 거의 경험하지 못했던, 특수한 종류의 광기와 폭력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은 정상과 비정상, 참과 거짓,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의 구분을 거의 소멸시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온갖 언어 폭력은 다양한 형태의 물리적 폭력과도 결합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침묵하는 다수,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은 장기 울분과 집단 우울 상태에 빠진 채 삶의 동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경제 위기까지 겹치고 있습니다. 

​폭력과 광기를 부추기는 세력들로 인해 사회가 정상 작동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이성과 이성적 행위가 실종된 것입니다. 더 암담한 것은 이 세력의 핵심 인물이 탁핵으로 공권력 행사에서 배제되어도 이데올로기적 의미에서의 내전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도구적 이성이 저지르는 폭력과 광기를 분석해 인류에게 값진 인식을 매개해 온 테오도어 W. 아도르노의 비판 이론이 현재 한국사회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문병호 교수가 12강에 걸쳐 아도르노 사상을 강의하며 아도르노로 한국사회를 진단, 해석하고, 대안을 모색합니다. 이 강의의 우선 목적은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대표하는 이론가로, 독특한 보편 사상을 구축한 아도르노가 어떤 학문적/시대적 배경에서 자신의 학문적 물음을 제기하였고, 어떤 방식으로 답을 시도했는지를 살피며 그 이론의 요체를 공부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어 강의에서는 아도르노의 역사철학, 인식론, 사회학, 미학/예술 이론 등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진단과 해석, 그리고 대안 제시에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를 찾아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