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떽! 그런 소리하믄 못 써!
햇살이 다릅니다. 바람이 다릅니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한참 동안 바람을 맞던 아들아이가 하는 말, "엄마! 이젠, 완전히 봄이야!" 입가에 웃음이 피어났습니다.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혹 안다고 해도 표현하지 못할 거라도 생각했는데 저렇게 말이 툭 터져 나오듯 봄은 그렇게 사람을 벅차게 만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논둑길을 굽이굽이 돌아 원흥리 방죽에 다녀왔습니다. 이맘때면 방죽에는 두꺼비 알, 개구리 알이 지천입니다. 지난주에 짝짓기를 마친 두꺼비들이 알을 마구마구 뿌려놓았습니다. 카세트 테잎을 잡아 빼놓은 것처럼 방죽 위에는 두꺼비 알이 까맣게 있었습니다. 맨드라미씨앗처럼 까맣고 둥근 두꺼비 알이 두 줄로 우무질 안에 싸여 있습니다. 뱀의 허물 같은 형체가 방죽 위에 죽죽 떠있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징그럽다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익숙치 않은 것에 금방 경계심을 드러내는 제 자신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곧 그 방죽 주변에는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정작 징그러운 것은 눈만 뜨면 새로 들어서는 새 아파트일 겁니다. 끝없이 파헤치고 끝없이 짓고 있습니다. 처음엔 방죽을 메울 거라는 소식이 들려 매우 안타까웠는데 현재는 없애버리지는 않을 거라는 희망적인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덩그마니 방죽만 살려 놓고 주변에 아파트가 꽉꽉 들어차면 방죽의 생태는 서서히 죽어갈 것이 뻔합니다. 방죽에서 깨어난 두꺼비나 개구리는 땅으로 다시 올라가야 되는데 그 통로가 막혀있으면 모두 다 죽고 말 겁니다. 그래서 방죽의 생태를 살릴 수 있는 생태 통로를 내달라고 시에 요구할 생각입니다.
방죽 주변의 둑길에는 청보랏빛 개불알풀이 한창입니다. 이름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꽃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름에 비해 꽃은 정말 예쁩니다. 신비스러울 정도로 청색과 보랏빛의 조화를 꽃잎 위에 그려 놓는 개불알풀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이렇게 앙증맞고 예쁜 꽃에 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이 붙게된 연유는 꽃이 지고 난 뒤 열리는 열매의 생김새 때문이랍니다. 씨앗 주머니가 두쪽으로 갈라져 마치 개의 그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꽃은 이른봄부터 시작하여 늦봄까지 끊임없이 피고 집니다. 아파트 화단에는 물론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는 편이라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꽃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아이들을 데리고 아파트 화단에 피어있는 개불알풀을 설명하고 있었답니다. "얘들아! 이 꽃 이름이 뭔 줄 아니? 아마 너희들이 들으면 끄악 하고 비명 지를 걸? 이 꽃 이름은 개불알풀이야. 왜 개불알풀인 줄 알어?" 하고 묻는데 마침 동네 영감님 한 분이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떽! 그런 소리 하믄 못 써!" 하더랍니다. 그러나저나 어쩝니까. 어쨌든 이 꽃 이름은 개불알풀인데. 그런 우스운 이야기도 들어 있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꽃이랍니다. 이름 같은 건 개의치 않는 개불알풀은 이른봄 들녘에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마치 형광색 청보랏빛 등불을 켠 것처럼 말이에요.
사진 자료는 생태교육연구소 <터>에서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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