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고/ 우리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 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나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 김수영 역시 ‘밭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과 ‘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가족’ 같은 시골풍경을 느끼고 있네요. 화자는 지금 여름아침의 시골을 ‘가족’으로 비유하여 쓰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의 가족은 농경성 가족이겠지요. ‘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는 한국의 산, 손에 쥘 듯 작고 아담하게 느껴지는 산의 모습입니다. 전통적 풍경을 이야기하면서 모던한 표현을 쓴 대목이 있군요.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의 표현이 그것입니다. 1연을 보니 고뇌하고 있는 화자의 모습이 그려지는군요.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는 표현에서 그걸 읽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3연의 ‘고뇌여’라고 한 행으로 처리한 표현과 연결이 됩니다. ‘통각’이 뭘까요? 각각의 감각이 교섭하고 넘나들면서 융합된 그 어떤 것, ‘고뇌’하는 바를 의지적으로 포착하여 가지고 있는 것, 사전적으로 말하자면 ‘온갖 경험에 있어서 인식, 사유하는 통일 과정의 총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화자는 지금 ‘고뇌’하고 있고, ‘고뇌’로 작용하는 각각의 감각적 요소들은 잠을 못 이루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 어느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 차차 시골동리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 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를 걸어내려온다/ 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 우에서/ 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구별을 용사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