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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2월 20일] 강물이 될 때까지
::: 이 아침의 시
 

강물이 될 때까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흐린 강물이 흐른다면
흐린 강물이 되어 건너야 하리

디딤돌을 놓고 건너려거든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디딤돌은 온데간데없고
바라볼수록 강폭은 넓어진다
우리가 우리의 땅을 벗어날 수 없고
흐린 강물이 될 수 없다면
우리가 만난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사람이 아니고
디딤돌이다
신대철 (1945~ )
1945년 충남 홍성 출생. 1968년 「강설(降雪)의 아침에서 해빙(解氷)의 저녁까지」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단에 등장함. 시집으로는 『무인도를 위하여』『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등이 있다.
그랬다. 사람·풍경·책 그리고 시, 이런 것들은 내가 그들에게로 투신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딱딱한 껍질 같은 것이 자꾸만 나를 안으로만 가둘 때, 나는 숙성되지 못한 울음에나 기대어 떠돌았다. 화계사가 그랬고, 적벽강이 그랬고, 금강이 그랬다.
'흐린 강물이 되어 건너야 하리', 풍경이 말을 걸면 마음보다 먼저 몸을 열어야 하리. 바람 불어 쓸쓸한 것들 몰려와 나를 자꾸 풍경 밖으로 밀어내려하면, 한 줄기 바람이 되어 같이 흔들려야 하리. 그리고 내가 지금 내뱉는 말들이 '사람'을 만나려면, 만나서 예쁜 수련 같은 것을 피워내려면, 내가 먼저 내 말 속으로 들어가 떨어야 하리라.
이제 새벽이 오면 새벽의 몸속으로 걸어 들어가 새벽이 뿜어내는 알 수 없는 빛에게로 내 몸을 던져야하리. 통째로, 던져야 하리라. ‘우리가 우리의 땅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시의 넓은 행간 사이에서 바르르 떠는 사이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기다리는 사람이 올 것이다. 내가 기다림이 될 것이다.

12월 '이 아침의 시' 시 소개는 박진성 시인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박진성 시인의 촌평과 더불어 시의 향기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1978년 충남 연기 출생.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 졸업. 2001년 『현대시』등단. 시집『목숨』간행
디카데미 수강생들이 뽑은 11월의 최고 강좌는 베스트 페키지, <철학 BEST OF BEST>로 선정되었다.
이정우 선생님이 선물하는 철학의 나침반, <철학이란 무엇인가>
역사와 사회의 밑바탕을 관류하면서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는 위대한 철학자들에 대한 사유, <서양철학사 탐방>
회화, 조각, 문학, 영화, 사진, 미디어 모두를 아우르는 진중권. 그가 펼치는 폭넓은 ‘미학’의 세계에 푹 빠져보시라! <현대미학-숭고와 시뮬라크르>
한 상에 차려진 세 개의 강좌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은 지식만이 아니다. 내 자신에 대한 사랑, 인간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이해이다. 이 추운 겨울, 디카데미의 베스트 강좌를 통해 내 지성과 감성의 온도를 1도씩, 2도씩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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