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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11월 08일] 사직서 쓰는 아침
::: 이 아침의 시
 
사직서 쓰는 아침

상기 본인은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하여
이처럼 화창한 아침
사직코자 허오니
그간 볶아댄 정을 생각하여
재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머슴도 감정이 있어
걸핏하면 자해를 하고
산 채 잡혀먹기 싫은 심정에
마지막엔 사직서를 쓰는 법
오늘 오후부터는
배가 고프더라도
내 맘대로 떠들고
가고픈 곳으로 가려 하오니
평소처럼
돌대가리 같은 놈이라 생각하시고
뒤통수를 치진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전윤호(1964~ )
1964년 강원도 정선 출생 . 동국대학교 사학과 졸업
1991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옴.
첫 시집『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1995) ,『순수의 시대』(2001),『연애소설』(2005) 간행.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숱한 월급쟁이들이 죄도 없이 무더기로 무조건 잘려 나가던 시절이 있었는데 화창한 아침 스스로 사직서를 내던지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거기다가 배가 고프더라도 지 맘대로 떠들고 가고픈 곳을 돌아다니겠다니 멋있다. 배짱도 대단하다,
그런데 그렇게 사표를 던지면 던졌지, 마지막까지 굽실거리며 눈치를 보는 양이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볶아댄 정이라느니, 뒤통수를 치진 말아달라는 등 나가면서도 통사정이니 말이다. 그렇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먹고 사는데 힘이 된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사직서를 쓰자. 화창한 아침에만 쓰지 말고 돌대가리 소리를 들은 날 회사 화장실에서도 쓰고 술 먹고 자다 깬 새벽에도 사직서를 쓰자.

11월 '이 아침의 시' 시 소개는 이상국 시인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이상국 시인의 촌평과 더불어 시의 향기를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1946년 강원도 양양 출생.
1976년 『心象』 신인상으로 등단.
1985년 첫 시집 『동해별곡』 간행.
1989년 두번째 시집 『내일로 가는 소』와 『우리는 읍으로 간다』(1992)『집은 아직 따뜻하다』(1998) 등을 간행함. 백석문학상·민족예술상·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10월의 베스트 강좌는 박정하 교수의 패키지 강좌로 선정되었다. 올바른 삶과 그에 대한 방법론을 다루는 윤리학 입문. 박정하와 함께 실천이성의 뒷면에 있는 강제적 도덕성을 논박하라, 정치철학입문! 통통 튀는 정공법으로 주요 쟁점을 파헤치는 역사철학입문. 어느 것 하나 쉬운 강좌는 아니지만, 수강생들은 그와 함께 하면서 어느 것 하나 어려움 없이 즐거울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사색과 철학의 계절인 10월, 수강생들의 보내준 뜨거운 호응을 힘입어 박정하 교수의 패키지 강좌 막강입문시리즈를 디카데미의 베스트로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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