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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물에 불려 까는 게 좋다. 대추나무 연 걸리듯 자주 돌아오던 제삿날 밤 생밤 까는 몫은 언제나 내 차지였다. 생밤을 까다보면 마음이 한곳에 가지런히 모아지고 맑아진다. “새하얀 알몸”이 되어 저를 삼키는 “입술에서 다시 한 번/ 밤꽃 시절에 흐르던 눈물이” 되겠다는 저 지순하고 절절한 사랑 앞에서 누군들 숙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