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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설움, 며느리밑씻개
며느리의 설움, 며느리밑씻개 비가 내린 뒤 숲에 들어가면 무척이나 분주한 소리가 납니다. 숲 속 땅 밑으로 물이 스미는 소리, 키 큰 나무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소리, 물이 불을 때로 불어 물잔치를 하고 있는 계곡물 넘쳐나는 소리……. 거기다 숲으로 난 작은 오솔길에는 빗물이 자박자박 배어 있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짜그락짜그락 속삭이기까지 납니다.
비 온 뒤의 숲을 보면 참 풍요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앙증맞은 꽃을 피우고 있는 수염가래부터 키 큰 일본잎갈나무까지, 물을 쑥쑥 빨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절로 느껴집니다. 이파리는 반들반들 빛이나구요, 작은 키 나무에 얼키설키 뻗어 있는 덩굴식물까지 고개 빳빳이 세우고 배불러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하는 듯한 포만감이 느껴집니다. 숲에 들어갈 때는 되도록 긴 바지를 입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망토군락을 이루는 가시 달린 덩굴식물 때문입니다. 망토군락, 또는 소매군락이라 함은 숲이 시작되는 곳에 자라나는 식물 집단을 말하는데 그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대부분 덩굴이나 줄기에 가시를 달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숲이 시작되니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의 표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맨 다리로 들어갔다가는 종아리에 불긋불긋한 상처가 나기 십상입니다. 숲 가장자리에 나는 식물로는 환삼덩굴이나 며느리밑씻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며느리밑씻개는 잎의 뒷면 은 물론 잎자루, 줄기까지 가시가 돋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입니다. 가시가 난 방향을 보면 모두 아래로 향해 있습니다. 날카롭게 벼른 가시가 아래로 향하는 것은 벌레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벌레들은 감히 가시 돋은 줄기를 기어오르지 못하게 되거든요. 또 한 가지, 가시의 중요한 역할은 덩굴을 감아 다른 나무에 기어오를 때 아주 긴요하게 쓰인답니다. 가시가 아래로 향해 있기 때문에 어떤 물체든 잘 붙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며느리밑씻개의 잎을 따서 씹어 보면 시큼한 맛이 납니다. 맛이 시큼하다는 것은 먹을 수 있다는 것이고 독이 든 풀을 먹었을 경우 해독작용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며느리밑씻개나 그와 비슷하게 생긴 며느리 배꼽의 잎에는 시금치나 무청 못지 않은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꽃은 줄기 끝에 피어나는데 꽃잎 끝은 분홍색이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흰색으로 피어납니다. 며느리밑씻개에는 웃지 못할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옛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밭에 나가 김을 매고 있었습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고랑을 따라 김을 매고 있는데 갑자기 며느리가 배가 아프다며 볼일을 보러 간다고 하였습니다. 며느리가 볼일을 보는 사이 어머니는 곱지 않은 눈길로 김을 매고 있었겠지요. 며느리가 볼일을 다보고 밑씻개 거리를 찾아 두리번거려 보았지만 마땅히 할만한 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께 밑씻개 할 것 좀 갖다 달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가뜩이나 마뜩찮은 며느리인데 심부름까지 시키니 더더욱 미울 수밖에요. 시어머니는 가시가 잔뜩 돋은 며느리밑씻개를 뜯어다 건넸답니다. 며느리는 울상을 지으며 밑을 닦았겠지요. 그 때부터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답니다. 며느리가 얼마나 미웠으면 밑씻개하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이 풀을 뜯어다 주었을까요. 며느리밑씻개를 보면 옛날 며느리들의 시집살이가 얼마나 고달팠는지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욱 모질게 가시를 달고 숲으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자료는 생태교육연구소 <터>에서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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