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화자는 지금 경이로운 시선으로 폭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지고 있으니까 경이로운 것이겠지요. 화자에게 그 절벽은 공포감을 갖게 하는데 폭포는 거침없이 떨어지고 있으니까 아, 하는 찬탄이 절로 나오는 것이겠지요. 비류직하만이 제대로 폭포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이 역으로 초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법이지요. 공즉시색이라는 말도 떠오르네요, 그림으로 따지자면 폭포는 빈 색일 터이고(공) 그러기에 그 空이 물방울들을 더 살아나게 만드는 거지요. 空이기에 물방울을 환기시키는 힘이 더 크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떨어진다’라는 동사입니다. 이 종결어가 각 연에서 각각 다른 구절들과 결합하여 의미의 변주와 함께 생동감을 보장하고 있지요. 1연에서는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2연은 ‘쉴사이없이 떨어진다’, 3연은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5연은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로 의미의 확장과 함께 그 어떤 주술적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각 연의 종결어는 모두 ‘ㄴ다’로 끝나는데요, 이 ‘ㄴ다’의 반복에는 화자가 자신에게 던지는 주문, 바램 같은 것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고 그것이 시인이 노리는 반복에 의한 주술적 효과가 아닌가 하고 여겨진다는 말입니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사이없이 떨어진다”, 큰 것은 규정할 수가 없지요, 대도무문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큰 길에는 문이 없는 법이지요, <노자>에 보면 ‘어리석은 자는 말로 표현하려하고 현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2행은 설명적 구절로 이루어진 대목이고요, 3~4행은 상당히 역동적 이미지가 살아나는 대목이네요. 폭포는 여기서 시제(時制)를 초월하여 언제나 한결같이 떨어지는 형상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고매한 정신’으로 비유되면서 의미의 심화를 보여주고 있지요.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까 칠흑어둠이네요, 칠흑어둠은 도시에서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깊은 시골에 가야 칠흑어둠이 있지요, 이 칠흑어둠은 적막어둠이기도 합니다, 이 적막어둠 속에서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집니다. 폭포는 어둠 속에서 더욱 맑고 뚜렷한 소리를 내는 법이지요. 저는 폭포가 떨어지는 계곡에서 밤을 지새운 적이 있는데요, 너무도 무섭고 살이 떨려서 새벽이 되기가 무섭게 하산을 하고 말았지요. 김수영은 폭포를 보며 ‘무서운 기색’을 느꼈다고 하는데 저는 그 폭포소리를 칠흑어둠 속에서 들으며 오들오들 떨어야 했지요.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귀가 멍해지고 내가 그 소리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 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수영은 여기서 ‘곧은 소리’를 들었군요. 저는 이 시를 폭포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