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屛風>은 김수영의 초기 시 중 대표작으로 꼽을만한 작품이지요. 수영 자신도 “현대시로서의 진정한 자질을 갖춘 처녀작”이라
스스로 평가한 바 있는 작품입니다. 김수영은 시에 일상어를 과감히 도입시킨 장본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어를 과감히 도입시켰으면
시가 쉬워야 하는데 어렵다는 점이지요. 난해한 작품이 많은 게 김수영입니다. 이 시가 그렇습니다. 이 시의 해설을 찾아보았는데요,
납득할만한 해설이 없더군요. 해설 상의 공통적인 점은 모두 ‘빈소에 쳐놓은 병풍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해석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 시를 보면 병풍의 그림이 나오는데요, ‘병풍의 그림’이 ‘빈소’에 내걸릴 수
있을까요? ‘병풍’은요, 뼈대있는 집안에서 시집을 갈 때 가지고 가는 것이지요, 생활의 공간에서 장식용으로, 바람을 막는 도구로도
쓰입니다. 그리고 애 ? 경사에 쓰이는 게 ‘병풍’이지요. 애사에 쓰이는 게 ‘글씨가 나오는 병풍’이고요, 경사에 쓰이는 게 ‘그림이
나오는 병풍’입니다. 경사에 ‘글씨가 나오는 병풍’은 쓰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애사에 ‘그림이 나오는 병풍’은 쓰지 않지요. 그런데
이 시를 보면 일관되게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고, 언뜻 보면 이 ‘병풍’이 ‘빈소에 쳐놓은 병풍’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빈소에 쳐놓은 병풍을 통해 죽음을 노래한 것’이라고 해석을 하는 것이지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해석을 하는 지 일행일설을 통해 밝혀보고자
합니다.
“병풍은 무엇에서부터라도 나를 끊어준다/ 등지고 있는 얼굴이여/ 주검에 취한 사람처럼 멋없이 서서/ 병풍은 무엇을 향하여서도
무관심하다”, 병풍은 병풍인데 아래의 행들을 보면 그림이 있는 병풍임을 알 수 있지요, 병풍의 그림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다산과 장수를 의미하는 십장생을 주로 다루곤 하지요. 십장생이라고 하면 장생불사를 표상한 10가지 물상입니다.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또는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아래의 행을 보니 ‘용’이 있고, ‘낙일’이 있고,
‘飛瀑’이 있네요. 저는 첫 행을 ‘병풍은 일상의 그 어떤 것,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부터라도 나와 단절시켜 준다’ 정도로 해석을
했습니다. 그렇게 ‘병풍’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병풍’은 일상의 어떤 것, 세상의 어떤 것을 ‘등지고 있는 얼굴’이지요. ‘죽음에
취한 사람처럼 멋없이 서있는 게’ 병풍이고, 세상의 그 어떤 것에도 ‘무관심’한 게 병풍이지요.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어 그럴까요?
“주검의 全面 같은 너의 얼굴 우에/ 용이 있고 낙일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끊어야 할 것이 설움이라고 하면서/ 병풍은
허위의 높이보다도 더 높은 곳에/ 飛瀑을 놓고 幽島를 점지한다”, ‘병풍’의 얼굴이 ‘주검의 全面’같대요, ‘全面’은 모든 면이라고
해석을 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죽음의 모든 면’이 되겠고, 이 ‘모든 면’에 강조점을 찍고 읽어보자면 ‘주검의 전면’은
‘현상적 죽음이 아닌 본질적인 죽음까지를 포괄하고 있는 얼굴’이 아닐까 싶군요. 아니나 다를까 그 ‘얼굴’ 위에 ‘용’이 있고
‘낙일’이 있네요. ‘용’과 ‘낙일’은 생과 사, 상승과 하강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요? ‘용’은 상서롭고, 신령스럽고, 영험스러운
상상 속의 동물입니다. 용은 물을 다스리는 수신 또는 우신으로 여깁니다. 물이 뭡니까? 생명의 젖줄 아닌가요? 그런 점? src=http://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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