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폐한 강변을/ 영혼보다도 더 새로운 해빙의 파편이/ 저 멀리/ 흐른다”, ‘초봄’은 겨울에서 봄으로 막 접어드는 순간일 테니까 ‘황폐한 강변’이라는 표현이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화자에게 ‘초봄’의 이미지는 ‘황폐한 강변’에 ‘해빙의 파편’이 흐르는 것입니다. ‘해빙의 파편’이라고 하니까 표현이 상당히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순수 우리말인 ‘얼음알갱이’ 정도로 윤기를 칠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김수영은 멋 부리는 표현을 사용해도 꼭 한자어를 동원합니다. 한자 개념을 동원하는 것은 자칫 진정성을 훼손하기가 쉽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지요. ‘영혼’은 정신 정도로 해석을 하면 큰 문제가 없을 듯싶습니다. 할 말이 별로 없으니까 ‘강’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해보고 지나갈까요. ‘강’과 ‘천’은 어떻게 다르나요? ‘강’은 ‘천’보다는 약간 큰 것을 말하지요. 아시다시피 ‘강’의 고어는 ‘가람’이지요. ‘가람’은 ‘?’과 ‘?’이 합쳐진 것인데 ‘?’은 갈래라는 뜻을 나타내는 옛날말이고요, ‘?’은 접미사입니다. 그러니까 ‘가람’은 갈래진 것, 물줄기의 갈래가 모여 흐르는 것을 일컫는 거지요. 결국 ‘강’은 물이 갈래져 흐르는 것이란 뜻입니다. 여하튼 2연은 ‘밖’의 생동감을 말하고 있네요. 1연의 닫힌 공간인 ‘안’의 답답한 심사와 대조시켜 ‘밖’의 생동감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보석같은 아내와 아들은/ 화롯불을 피워가며 병아리를 기르고/ 짓이긴 파냄새가 술취한/ 내 이마에 신약처럼 생긋하다”, 김수영은 양계장을 했는데요, ‘아내와 아들’이 ‘화롯불을 피워가며 병아리를 기르고’ 있군요. ‘아내와 아들’은 ‘병아리’를 기르기 위해 ‘화롯불’까지 피워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화자는 ‘술취해’ 있네요. 화자의 심사가 복잡합니다. ‘초봄’에 ‘뜰안’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고 그것도 ‘술’이 취해 닭장 내음을 ‘신약처럼 생긋’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할 말이 또 없으니까 이번엔 ‘아내’의 개념에 대해 살펴볼까요.(웃음) ‘아내’의 옛말은 ‘안해’이지요, ‘안’과 ‘해’가 합쳐져 ‘안해’가 된 것이지요, ‘안’은 집안을 의미하며 ‘해’는 요즘으로 따지면 ‘에’ 정도가 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아내’는 집안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할 수 ? src=http://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