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그 주변 예술과의 연관성을 찾는 일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시대, 같은 공간 속에서 탄생한 여러 종류의 예술 장르라도 모두 똑같은 경향을 띠고, 똑같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술사를 살펴보다 보면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탄생한 음악, 미술, 문학, 철학의 사조(思潮)가 서로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져 해석가의 골치 아픈 수고를 덜어줄 때가 가끔 있다.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 프랑스 파리를 중심을 일어났던 인상주의 음악과 인상주의 미술, 상징주의 문학, 그리고 베르그송의 철학이 바로 그것이다.

빛의 예술을 음악의 연금술로


음악의 드뷔시, 미술의 마네와 모네, 문학의 보들레르, 말라르메, 랭보, 철학의 베르그송은 비록 표현의 재료는 다르지만 모두 예술과 철학 속에서 같은 것을 추구하던 사람들이었다. 당시 파리에는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사교모임인 살롱이 널리 유행하고 있었는데, 드뷔시는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의 살롱에 드나들며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류를 나누었다. 바로 이 살롱에서 드뷔시는 상징주의 시를 접하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풍부한 암시성에 매료되었다.

음악사를 통틀어 유일한 인상주의 음악가로 꼽히는 끌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 인상주의 화가들이 지난 세기의 먹구름을 몰아내고 캔버스 위에 빛이 지배하는 화려한 색의 향연을 펼쳤던 것처럼, 상징주의 시인들이 단어의 의미는 물론 그것의 울림과 형체까지도 시의 재료로 활용해 포착할 수 없는 시적 이미지를 구현했던 것처럼, 드뷔시는 그동안 음악을 지배해오던 모든 형식과 규율과 법칙을 벗어 던지고 오로지 빛과 유연성이 전부인 세계, 그것이 주는 느낌과 분위기만이 유일한 형식이자 법칙인 세계를 창조해냈다.

인상주의와 상징주의 그 어딘가

모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 포착하기 어려운 세계의 신비로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멜로디의 미묘한 흐름. 인상주의 음악의 모호한 화성은 인상주의 그림의 모호한 윤곽선처럼 듣는 사람에게 포착하기 어려운 효과를 던져준다. 그런가 하면 박자와 분절법 역시 미묘하다. 기본적인 강세의 법칙이 무시된다. 명확한 마디의 분절점이 베일에 싸이고, 음악은 한 마디에서 다음 마디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유동적인 흐름을 가진다. 덧없는 화성과 미묘한 음색. 베일에 싸인 것 같은 색조의 혼합과 감지할 수 없는 어렴풋한 빛. 이것이 바로 인상주의 음악이다.

인상주의 음악과 미술, 그리고 상징주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가 자신의 미적 체험을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느낌이나 정서를 아주 주관적인 방법으로 표현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느낌과 뉘앙스와 분위기였는데, 바로 이때부터 예술작품은 무언가를 말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과학적인 객관성보다 인간의 직관을 중요시했던 베르그송의 철학이 깔려 있었다. 본 강연은 프랑스 인상주의와 드뷔시 음악 사이, 예술이라는 연관 속에서 미학을 살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