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막 사이버 디지털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저와 같이 옛날 식의 '아날로그 사고'에 익숙한 사람은 인터넷이 주도하는 세상의 변화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문학 청년 시절, '평생 시를 쓰겠다'는 각오로 문단에 데뷔한 해가 1956년이니까 어언 반세기가 다 됩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상은변해도 참으로 많이 변했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원고지를 고집하다 수년 전부터는 컴퓨터를 이용해 글을 쓰고 있으니 말입니다. 처음 컴퓨터로 글을
쓸 때 느꼈던, '가벼움' 쪽으로 자꾸만 향하는 문체의 변화가 떠오릅니다. 가벼움이 우리 민족성과 맞는다는, 그래서
인터넷 시대는 바로 우리 시대이기도 하다는 우스개도 있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의 이용은 너무 가볍지 않나 하는 걱정도
적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시(또는 문화예술)가 옛날과 같은 형태로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인 일입니다. 대체로 활자 매체에
의존해 온 시에게 탈(脫) - 활자 매체의 새로운 시대는 분명히 위기입니다. 하지만 기계화와 대량 생산이라는 산업혁명의
폭풍 속에서 시는 왕자의 자리를 산문에 넘겨주기는 했지만, 민중 언어의 발견에 의해서 오히려 그 영역을 확대한 바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극단적으로 개인화하고 파편화하리라 예상했던 인터넷이 오히려 전지구화하면서 국가간 계급간의 빈부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연결망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은 암시하는 바 크다고 봅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갈수록 문화예술의 영역이 자본의 위력에 밀려 자꾸만
왜소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시의 경우 광범위한 대중과의 접촉은 이제 꿈 같은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과연, 그 많던 대중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하는 안타까움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인터넷 공간에 '문화예술의 향기'가 넘쳐나는 근거지를 마련할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이러한 평소의 문제 의식과 더불어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대중적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하나로 모인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작은 결실이 바로 [아트앤스터디]의
개원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누구나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수준 높은 문화예술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비단 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인사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았던 일이라고 봅니다.
현재 사이버 교육의 경우 자격증, 어학, 컴퓨터, 수능 등 주로 '기능적인' 측면에만 치우쳐 있다고 합니다. 이는
썩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어떤 직접적인 이해 관계를 떠나 뭔가를 창조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 창조의 욕망을 채우는 일은 인간의 상상력이 집약된 문화예술의 몫입니다.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네티즌들은 [아트앤스터디]를 통해
문화예술 관련 재교육은 물론 평생교육을 받을 수 있는 '큰 멍석'으로 적극 활용했으면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문화예술인들은 장르와 장르를 넘나드는 통합적 상상력의 자극을 받고,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네티즌들과의 쌍방향 대화를
통해 새로운 21세기형 '열린 네트워크'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그래도 남는 문제점은 여럿 있습니다. 특히 인간적 유대감 부족은 어찌할 수 없으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다양한
'오프라인(off-line)' 만남을 통해 보완해 나간다면, 강사와 수강생 사이의 벽을 허무는 일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아트앤스터디]의 개원을 문화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축하하며,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네티즌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