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산행을 하셨군요. 겹겹이 이어진 산의 능선들이 사뭇 정겹습니다. 하덕규의 노랫말이 생각납니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한 줄기 바람처럼...'
그런데 뭔가 허전하신가요? 그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어떤 사진을 보며 사진을 찍은 사진가가 허전하다면 보는 사람이 허전한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이 장면에 어떤 한 요소가 더해진다면 그것이 무엇일지 정말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이 사진은 그 자체로도 자연이 갖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사진가 자신이 허전한 데는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것 같습니다. 이 사진은 어느 산골 마을에 사는 약초 캐는 부부나 어느 숨어사는 은둔자의 라이프 스토리를 사진으로 엮어 연작사진으로 만든 일련의 여러 사진들 가운데 한 장으로 들어갔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진 한 장으로는 허전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단 하나, 사진을 찍으신 분이 이 사진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한 정서, 감정, 사연, 생각이 분명하지 않고 막연하기 때문입니다.
셔터를 누르시기 전에 잠깐! 한 번 생각해보세요. 왜 나는 이 장면을 보며 셔터를 누르고 싶은 것인가? 나로 하여금 사진을 찍고 싶도록 만든 것이 과연 무엇인가? 그 정체를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면 사진이 막연해집니다.
내가 친한 친구에게 이 장면이 나에게 준 감동을 사진이 아닌 언어로 설명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형용사"를 사용할 것인가?!!!
그냥 막연히 '야 그 산 죽이더라' 정도 가지고는 안 됩니다. 정말 작품이 되려면 구체적인 형용사가 필요합니다. 쓸쓸함, 장쾌함, 자연의 위엄, 허무, 시간의 궤적, 태고의 순결함, 푸근히 안기고 싶은 자연의 품......등등 어떤 장면을 보고 느끼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형용사는 무수히 많을 것입니다.
우리가 풍경사진을 찍는 목적은 (다른 장르의 사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보았던 풍경에 대한 느낌과 정서와 생각을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도 이미지를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일 것입니다.
셔터를 누르시기 전에! 내가 이 장면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형용사로 말하면 어떤 단어일까?!!! 사진가는 언어가 아니라 그 생각키웠던 단어 형용사를 화면으로 표현하는 것이 역사적 사명입니다.
만일 님이 촬영하신 이 사진을 하나의 형용사로 표현하신다면 어떤 단어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진을 찍으실 때는 항상 셔터를 누르시기 전에 하나의 형용사를 떠올려보세요. 사진이 엄청 발전합니다. 발전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비로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보는 사람들을 향하여..... 그런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진, 그런 이야기가 찐하게 담겨 있는 사진, 우리는 그런 것을 일컬어서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나누기로 하겠습니다.
참, 정작 이 작품 이야기는 안 했군요. 전체적으로 블루 톤이 끼어서 느낌이 차갑군요. 구성상으로는 가로사진이 장쾌한 첩첩 산중의 능선을 시원하게 보여주는 데 더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구성에서 위 아래가 좀 많습니다. 기존의 사진을 가지고 대략 고쳐보니 이런 정도면 구성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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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시원한 산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별 특징없이 남들과 비슷한 사진을 찍은 것인지....? 풍경사진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전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단순히 좋다는 느낌뿐입니다. 선생님의 고견을 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