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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크 루소의 관점

 - 이정우 (철학자)


장-자크 루소는 계몽시대에 속한 사상가이지만 계몽사상가들(philosophes)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인간에 대한 자신만의 사유를 전개한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고유하게 역설한 개념은 ‘자기애(自己愛)’의 개념이며, 이 개념은 그의 교육 사상과도 연계되어 있다.

계몽사상가들은 도시의 자식들이었다. 칸트에게 쾨니히스베르크가 없었다고, 프랭클린에게 필라델피아가 없었다고, 베카리아에게 밀라노가 없었다고, 디드로에게 파리가 없었다고, 기번에게 로마가 없었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나 루소는 자연의 철학자였다. 물론 루소에게도 제네바가 있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마음의 고향은 자연이었다.

홉스에게 ‘자연 상태(natural state)’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살벌 ? 잔혹한 세계이다. 그러나 루소에게 자연이란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타인의 시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지 않은 곳, 요컨대 반(反)문명의 장이었다. 상대적으로 문명이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경쟁과 질시, 모략에 시달려야 하고, 인간 사이에 불평등이라는 마(魔)가 끼어드는 곳이다. 루소의 사상에는 이렇게 자연과 문명의 극명한 대비가 깔려 있다.

루소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문명의 티끌들을 털어내고 무구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물론 이는 시간을 거슬러 가야 함을 뜻하지 않는다. 루소가 생각하는 것 같은 자연적인 상태로의 회귀를 뜻한다.

어떻게 이런 경지를 추구할 것인가? 루소의 사유는 크게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그 유명한 ‘사회계약론’을 향한 정치적 갈래가 그 하나요, 또 하나는 역시 유명한 그의 인간 존재론과 교육철학의 갈래이다. 사실 양자는 동전의 양면이다. 루소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회적 불평등을 타파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도래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과업은 동시에 어떻게 왜곡된 인간상을 극복하고서 본래적 인간의 면모를 회복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 점에서 그의 사회사상과 인간론/교육 사상은 굳게 맞물려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했던 본연의 인간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그는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은 ‘자기애(amour de soi)’를 타고난다고 생각했다. 자기애는 인간의 ‘본연(本然)’이며, 인간에 내재한 근본적인 정념(passion)이다. 자기애는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애를 ‘이기심(amour propre)’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는 사실이다. 이기심이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자신에 대해 욕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애는 삶 자체, 생명 자체에 대한 사랑이며, 따라서 자기애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공감과 사랑도 싹튼다. 그러나 이기심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출발하기에 이미 무구하고 아름다운 감정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때문에 루소에게 중요했던 것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서 우월감에 빠지거나 열등의식을 갖지 않는 것, 본연의 무구한 사랑을 혼탁한 욕심으로 타락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본연의 자기애를 지닐 때, 진정한 의미에서 스스로를 사랑할 때, 결국 ‘산다는 것’ 자체를 사랑할 때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 그래서 루소는 교육 역시 바로 이 자기애의 회복에 무게중심을 둔다.

루소의 이런 생각은 ‘감정교육’에 집약된다. 인간의 본래적인 감정인 자기애를 길러주는 것, 문명의 때 속에서 가지게 되는 이기심을 극복하고서 타인에 대한 아름다운 공감을 회복하는 것이 교육의 진정한 목적인 것이다. 이런 감정교육에서 예술은 자연스럽게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게 된다. 인간의 감정교육에 예술은 많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우 선생님은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 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천하나의 고원』, 『세계철학사 1』,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 등 다수의 책을 집필하셨으며, 현재 아트앤스터디 인문·숲에서 [이정우 철학교실 - 철학사 대장정I : 서양철학사] 강의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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