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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만세!

“밤바다 보러 가고 싶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인생 사는 이야기가 오가는 술자리에서, 막막한 앞길에 대해 지겹도록 논쟁을 나누다가 문득 던진 말이었다. 스무 살 언저리를 함께 보낸 기억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아무 대책도 없이, 그 캄캄한 밤에 바다로 가는 막차를 탔다. 어디서 밤을 보낼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돌아와야 할지, 우리는 아무 대책도 없었지만 그 ‘대책 없음’ 하나로 낭만적일 수 있었다.

꽤 오랜 시간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서해 밤바다는 무엇 하러 여기까지 왔냐는 퉁명스러운 대답처럼 파도만 철썩대고 있었지만, 우리는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밤바다에 온 것이 내심 뿌듯하기 까지 했다.

그러나 청춘이 무언가. 만물(萬物)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이라는데, 왜 우리의 시간은 푸르지 않은가. 누군가는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렌다던 이 말이 왜 이리도 쓰리고 허망하게 들리는지. 누군가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고 하고, 그런 말로 위로받을 수 없다고도 하고, 심지어 그렇게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이야기되고 있는 ‘청춘’이 내 것이 맞는 건지.


수많은 작가들이 청춘에 대하여 쓰고, 수많은 이들이 청춘을 노래했다. 특히나 최근에 ‘청춘’이라는 이름을 달고 쏟아지는 책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모두들 그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는 젊음에 대한 아쉬움과 그때의 열정, 꿈에 대하여 말한다. 실제로 쏟아지는 그 수많은 청춘에 대한 호명들 속에서 되려 실제 젊은 이들은 자신들의 ‘젊은 시간’에 대한 스스로의 의미 부여를 잃고 헤매고 있다. 어쩌면, 이 시대에 ‘청춘’은 소비되는 상품이다.



사실 작금에 논의되고 있는 청춘에 대한 상찬(賞讚)은 그 시절을 이미 통과한 이들의 아쉬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이듦’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회에서 내던져진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지나온 ‘가능성의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현재 시대에게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일생에 단 한 번뿐’, ‘열정 넘치는 시기’ 라는 청춘에 대한 각종 호명들은 마치 현재의 청년 세대에게 건네는 위로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나간 세월에 대한 한탄과 후회와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다시, 청춘이 무엇인가. 청춘은 성장의 가능성이다. 그리하여 청춘은 영원한 방황과도 같다. 성장을 끌고 나가는 힘으로서의 문제 제기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 청춘의 의무일지도 모른다. ‘어떤 성장을 통해 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청춘이다. 나이가 젊다고 해서 반드시 청춘인 것은 아니고,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청춘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욕망이 만족되는 순간, 청춘은 끝난다. 끝없는 불안과 흔들림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진 시기, 그것이 바로 청춘일 것이다. 그래서 젊음은 어쩌면 형벌과도 같다. 다른 곳에서 위로와 위안을 구하지 않고, 자기에만 머물지 않고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타인에 대한 영향을 책임질 수 있는 존재. 궁극적으로 자신 스스로와 타인에 대한 영향을 책임지는 일을 해내는 존재, 그것이 청춘이다.

너무 거창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수 것 같지만, 나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외부의 힘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은 자기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서 출발할 것이다. 너무 거창하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 애매함 속에서 흔들리며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자, 아직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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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Jya(jya33@artnstud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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