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혹은 아테네 찬가

- 발표 연대 미상 / 진위(眞僞) 여부 논란
- <오레스테이아> 3부작 발표 순서: <안티고네>-<오이디푸스 왕>-<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 손자에 의해 401년경 상연
- 아테네에서 죽는 오이디푸스: 아테네 찬가 / 아테네 시민들의 ‘문화적 이상’
- 비극의 목적: 교만의 경고, 사소한 과오에 의해 고통받는 자에 대한 연민
- 테세우스 왕의 캐릭터: 아테네적 휴머니즘

2.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의 ‘수동성’

-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 능동성 이면의 본질적 수동성
-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의 경우 수동성
- 비극의 모티브: 운명의 변전(變轉) / “복(福)을 받게 된다”는 신탁(神託)
- “신들의 뜻은 측량할 수가 없도다”라는 의식의 표출

3. 등장인물 및 장소

- 오이디푸스
- 안티고네 / 이스메네―그의 딸들
- 콜로노스의 주민
- 테세우스―아테나이(Athenai)의 왕
- 크레온―테바이의 왕
- 폴뤼네이케스―오이디푸스의 장남

- 사자(使者)
- 코러스―콜로노스의 원로들로 구성된

* 장소: 콜로노스에 있는 자비로운 여신들의 성역 앞

4. 프롤로그(prologue)

§. 자비로운 여신들 앞의 오이디푸스: 제36행～제47행

[콜로노스의 주민] 더 물어보기 전에 이 자리를 뜨시오.
그대는 밟아서는 안 되는 곳에 와 있소.
[오이디푸스] 여기가 어떤 곳이요? 어느 신께 바쳐진 곳이오?
[콜로노스의 주민] 침범해서도 살아서도 안 되는 곳이오. 이 곳은 대지와 어둠의 딸들인
무서운 여신들(=Erinyes)의 소유외다.
[오이디푸스] 내가 그 엄숙한 이름을 듣고 기도하려고 하는 그 분들은 어떤 분들이시오?
[콜로노스의 주민] 이 곳 백성들은 그 분들을 만사를 보시는 ‘자비로운 여신들’이라고
부르고 있소. 그러나 다른 곳에서는 다른 이름이 마음에 들겠지요.
[오이디푸스] 그렇다면 그 분들은 탄원자를 자비롭게 받아주시겠군요.
나는 이제 여기 이 자리를 절대로 뜨지 않겠소.
[콜로노스의 주민] 그게 무슨 뜻이오?
[오이디푸스] 그것은 내 운명의 암호(暗號)외다.

⇒ 테세우스 왕의 도움을 청하는 오이디푸스

§. 오이디푸스가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 제84～제110행

[오이디푸스] 무서운 얼굴을 하신 여왕님들이여, 내 이제 비로소
그대들의 이 땅에서 무릎을 구부리고 휴식을 취했으니
포이보스와 나에게 불친절하게 대하지 마소서.
그 분께서는 내게 그 많은 불행들을 예언하시며
내가 종착지에 도착하여 존엄하신 여신들의
자리에서 피난처를 발견하게 되면
훗날 이러한 안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나이다.
그 분께서는 또 내가 그 곳에서 고달픈 인생을 마감하되
나를 받아 주는 자들에게는 이익을,
나를 내쫓는 자들에게는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하셨나이다.
그리고 그 징표들이 지진이나 천둥이나 제우스의 번개로
오게 될 것이라고 그 분께서 말씀해 주셨나이다.
이제야 나는 알게 되었나이다. 이번 여행길에서
그대들의 확고한 전조가 나를 이 원림으로
인도하였다는 것을.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그대들을,
취하지 않은 내가 포도주를 즐기지 않으시는 그대들을
나의 방랑길에서 맨 먼저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잘라서 다듬지 않은
이 엄숙한 자리에 앉지 않았겠지요. 그러니 여신들이여,
아폴론의 예언에 따라 어떻게든 내가 드디어
내 인생을 종결하고 마감할 수 있게 해 주소서,
언제나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불행의 노예인 내가
그대들에게 그럴 가치가 없는 자로 보이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들어 주소서, 태고의 어둠의 상냥하신 따님들이여,
들어 주소서, 위대한 팔라스의 도시라고 불리는 아테나이여,
모든 도시들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그대여,
오이디푸스의 이 가련한 환영(幻影)을 불쌍히 여기소서!
지금 이것은 이미 이전의 모습이 아니니까요.

- 겸허히 임종(臨終)을 준비하는 오이디푸스
- 복수의 여신들에게 속죄를 위한 고행
- 아테네적 휴머니즘

5. 등장가

§. 코러스의 태도 변화: 제174～제175행 / 제203～제207행

[오이디푸스] 이방인들이여, 내가 그대들을 믿고 이 곳을 뜰 테니
내게 부당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주시오.

[코러스] 가련한 자여, 이제 편안해졌을 테니
말하시오. 그대는 인간들 중에 뉘시오?
그대는 뉘시기에 이렇게 고달프게 이끌려 왔소?
어느 나라를 내가 그대의 고향이라고 부를까요?
[오이디푸스] 이방인들이여, 나는 고향이 없소이다. 그러니 하지 말아 주시오….

⇒ “고향이 없다”는 뜻: 기원 찾기의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가?
⇒ 오이디푸스의 내력을 캐묻는 코러스의 질문 방식: 이성의 합리성

§. 불가촉의 죄 / 안티고네의 탄원
- 제226～제236행 ②제237～제253행

①[코러스] 아아 아아!
[오이디푸스] 불운한 사람이지요.
[코러스] 아아 아아!
[오이디푸스] 얘야,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것이냐?
[코러스] 나가시오! 그대들은 이 나라를 떠나시오!
[오이디푸스] 그렇게 되면 그대는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이오?
[코러스] 당한 것을 갚는 자는 아무도
운명의 벌을 받지 않는 법이오.
한쪽의 기만이 다른 쪽의 기만에 맞서서
그 보답으로 이익이 아니라 고통을 가져다 주는
것이니까. 그대는 그 자리에서 도로 물러나시오.
서둘러 우리 나라를 떠나시오.
그대가 우리 도시에 더 큰 짐을
지우지 않도록 말이오.

②[안티고네] 외경심을 가진 이방인들이여,
그대들은 나의 늙으신 아버지의
본의 아닌 행위들에 관하여 소문을 듣고는
그 분을 용납하려 하지 않으시니,
제발 부탁이에요, 이 가련한 나를
불쌍히 여기세요, 그대들 이방인들이여!
나는 나의 아버지를 위하여 탄원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그대들 자신의 피에서 태어나기라도 한 양,
나는 아직도 앞을 볼 수 있는 눈으로 그대들의 눈을 응시하며
탄원하고 있는 거예요, 그대들이 이 비참한 분을
동정해 주실까 해서. 불쌍한 우리는 마치 신께 의지하듯
그대들에게 의지하고 있어요. 자, 그대들은 우리에게
바라기 어려운 은총을 베풀어 주세요.
나는 그대들에게서 비롯되고 그대들에게 소중한 것들,
그러니까 지식이나 아내나 재물이나 신들의 이름으로 탄원하고 있어요.
그대들은 신께서 이끄시는 한, 거기서 도망칠 수 있는
인간은 한 명도 발견할 수 없으실 테니까요.

- “수동적으로 당했다”는 것을 의미함

§. 이스메네의 등장 및 신탁의 예언: 제389～394행

[이스메네] 아빠가 살아 계시든 돌아가셨든, 그 곳 사람들이 언젠가는
자신들의 행복을 위하여 아빠를 찾게 될 것이라고 했어요.
[오이디푸스] 누가 나 같은 사람에 의하여 행복해질 수 있겠느냐?
[이스메네] 그들의 권세는 아빠의 손에 달려 있대요.
[오이디푸스]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비로소 내가 영웅이 된단 말이냐?
[이스메네] 신들께서 전에는 아빠를 쓰러뜨리셨으나 지금은 일으켜 세우시니까요.

- 비존재→ 영웅 / 측량할 길 없는 신의 뜻
- 도구적 존재로 이용하려는 이스메네
- 두 아들의 왕권 다툼에 대한 오이디푸스의 분노와 저주: “우주적 화해”는 없었다.

§. 코러스의 제주(祭酒) 의식 및 기도 권유
- 제486～제491행

[코러스장] 우리가 그 분들을 ‘자비로운 여신들’이라고 부르듯이,
그 분들께서 구원을 청하는 탄원자를 자비로운 마음으로
받아 주십사고. 그렇게 기도하시오, 그대 자신이든 아니면
그대를 위하여 기도하는 사람이든. 들리지 않도록 말하고
목소리를 높이지 마시오. 그러고는 물러나되 되돌아보지 마시오.
그렇게만 하고 나면 나는 서슴지 않고 그대 편을 들겠소.
그렇지 않으면, 나그네여, 나는 그대가 염려스럽소.

§. 오이디푸스의 죄: 제521～제533행

[오이디푸스] 나는 최악의 재앙을 당했소, 이방인들이여.
본의 아닌 행위들에 의해서―신들께서 나의 증언이 되어 주소서―
당했던 것이오. 그 어느 것도 나 자신이 택한 것이 아니었소.
[코러스] 어째서요?
[오이디푸스] 아무 영문도 모르는 나를 도시가 사악한 결혼으로
나의 재앙이었던 신부(新婦)에게 묶었던 것이오.
[코러스] 내가 듣기로, 그대는 불명예스럽게도 어머니를
잠자리의 상대로 삼았다던데?
[오이디푸스] 아아 이방인들이여, 그 말을 듣는 것은 내게는 죽음이나 다름없소.
저 두 소녀는 내가 낳은…
[코러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오?
[오이디푸스] 두 딸이오, 두 저주요.
[코러스] 오오 제우스여!
[오이디푸스] 나와 한배에서 태어났지요.

§. 테세우스의 등장
- 전형적인 아테네적 이상을 구현하는 인간
a. 곤경에 처한 인간을 돕는 힘과 능력을 갖춘 인간
b. 약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한 심성의 인간

cf. 그리스 시대의 이상적 인강상

- 아킬레우스: 고귀한 혈통과 용기의 상징 / 우정과 신의(信義) 상징
- 헤라클레스: 물리적 힘과 폭력
- 테세우스: 새로운 인간상 / 힘과 용기를 갖추고 자비를 베푸는 인간형

§.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의 사상: 제551～제568행

[테세우스] (도시쪽에서 등장하며) / 그대가 눈이 피투성이가 되며 장님이 되었다는 말을 나는
전에도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서 들은 까닭에 그대를 당장
알아볼 수 있었소, 라이오스의 아들이여. 그런데 지금
이리로 오면서 들은 소문에 의하여 나는 더 확실히 알게
되었소. 그대의 의복과 불행한 얼굴이 그대가 누구라는 것을
내게 분명히 보여 주기 때문이오. 그래서 나는 그대를 동정하며
묻고 싶소. 가련한 오이디푸스여, 그대는 우리 도시와 나에게
대체 무슨 용건이 있어 여기 서 있는 것인지,
그대 자신도,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불행한 소녀도.
말하시오. 그대는 틀림없이 끔찍한 운명을 말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나는 거기서 떨어져 있고 싶겠지요.
하지만 나는 나 자신도 그대처럼 이방인으로 자랐으며,
이국 땅에서 혈혈단신으로 목숨을 걸고
수많은 위험들과 싸웠다는 것을 알고 있소.
그래서 나는 지금 그대처럼 이방인인 어느 누구에게서도
돌아서거나 보호해 주기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오.
나는 내가 한낱 인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일이면 나에게
그대보다 더 큰 몫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오.

§. 테세우스를 찾은 이유: 제576～제578행

[오이디푸스] 내가 이리로 온 것은 내 이 비참한 육신을 그대에게
선물로 주기 위함이오, 보기에는 볼품 없지만. 그러나 거기서
생기는 이익은 아름다운 모습보다 더 클 것이오.

§. 테세우스의 약속: 제657～제667행

[테세우스] 나는 알고 있소.
아무도 내 뜻을 거슬러 그대를 이 곳에서 데려가지 못할 것임을.
화가 나면 많은 위협들과 많은 말들을
헛되이 내뱉곤 하지만, 마음이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면 위협들은 사라지게 마련이지요.
설사 저들이 점점 대담해져서 그대를 데려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해도, 내가 알기로, 우리 사이의 바다는
넓고 항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오.
그러니 나는 그대에게 내 결심이 아니더라도 안심하라고
권하고 싶소, 진실로 포이보스께서 그대를 이리로 보내셨다면.
내가 여기 없더라도, 내 이름이 그대를
해악으로부터 지켜 줄 것임을 나는 알고 있소.

6. 정립가(Stasimon)

- 아테네 찬가: 제668～제719행 참고

cf. 크레온의 등장: 크레온 vs 테세우스

- 크레온: 권력 강화를 위해 오이디푸스 이용 목적, 협박과 납치(오이디푸스 두 딸)
- 테세우스: 아테네적 휴머니즘의 구현, 관용과 자비
→ 크레온에 맞서 정의(正義) 가치 세우기: 두 사람의 논쟁

§. 테세우스의 정의: 제886～제890행

[테세우스] 웬 소란이오? 무슨 일이오? 대체 그대들은 무엇이 두려워서
콜로노스의 주이이신 해신(海神)께 제단에서 제물을 바치고 있던
나를 제지하는 것이오? 말하시오, 내가 다 알 수 있도록?
그래서 나는 발에 쾌적한 것 이상으로 빨리 이리로 왔던 것이오.

§. 오이디푸스의 자기 변호: ①제960～제964행 / ②제969～제997행

① [오이디푸스] 이 후안무치한 자여, 자네의 그따위 말에 의하여 어느 쪽 노인이
더 망신당했다고 생각하나? 나냐, 아니면 자네 자신이냐?
자네는 살인이니, 근친상간이니, 재앙이니 하는 말을 자네 입으로
나에게 내뱉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나는 비참하게도 본의 아니게
참고 견뎠던 것이야.

② [오이디푸스] 자, 말해 보게나. 아들의 손에 죽을 운명이라는
어떤 신의 말씀이 신탁으로서 아버지께 닥쳤기로서니
그 때는 아버지께서 낳으시지도 않고 어머니께서 잉태하시지도 않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나를 자네가 그 일 때문에 비난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정당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내가, 실제로 그랬듯이, 불행을 위하여 태어나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구에게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아버지와 치고받게 되어 그 분을 죽였기로서니 자네가 이 본의 아닌
행위를 나무란다면 그것을 어떻게 정당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머니에 관해서―이 가련한 자여, 자네의 누이였던
그 분의 결혼에 관해서 말하도록 나를 강요하다니 자네는
부끄럽지도 않은가―내 말하겠네. 자네가 그렇게까지
불경한 입을 놀렸으니 나도 잠자코 있지 않겠네.
그 분은 어머니였네. 그래 나의 어머니였네―이 무슨 불행이란
말인가―그러나 나는 몰랐고 그 분도 몰랐네. 그리고 그 분은
자신의 수치가 되도록 자신이 낳은 아들인 나에게 자식들을 낳아 주었네.
그러나 이 한 가지만은 나는 잘 알고 있네. 자네는 의도적으로
나와 그 분을 이렇게 헐뜯고 있는 것이네. 그러나 나는 본의 아니게
그 분과 결혼했고 본의 아니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네.
그 결혼에 있어서도 그리고 자네가 언제나
심한 욕설로 윽박지르는 친부살해에 있어서도
사람들은 나를 죄인이라고 해서는 안 될 것이네.
내 자네에게 묻겠는데 이 한 가지만은 대답해 주게나.
만약 지금 여기서 누가 다가와서 올바른 사람인 자네를
죽이려 한다면 자네는 죽이려는 자가 자네의 아버지인지
묻겠는가 아니면 당장 되갚아 주겠는가?
생각건대, 자네는 살고 싶으면 그 범인에게 되갚아 주고
정당한 이유를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보지 않을 것이네.
그런 재앙 속으로 나는 들어갔던 것이네.

7. 엑소도스(Exodos): 겸허한 죽음을 대하는 오이디푸스

§. 오이디푸스의 유언: 제1124～제1138행

[오이디푸스] 그러니 신들께서 그대에게, 그대 자신과 이 나라에
내 소원대로 복을 내려주시기를!
왜냐하면 경건과 올곧은 품성과 거짓 없는 말을
나는 인간들 중에서 오직 그대들에게서만 발견했기 때문이오.
나는 그것을 알고 이런 말로 갚는 것이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대 덕분이라고.
그러니 왕이여, 내게 오른손을 내밀어 주시오, 내가 그 손을 만지고
그대의 얼굴에 입맞출 수 있도록, 그것이 적법하다면!
그런데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렇게 영락한 주제에
내가 어찌 감히 죄의 오점이라고는 전혀 동거하지 않는 분은
만지기를 바랄 수 있겠소? 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을 허용하지도 않을 것이오. 나의 이 짐은
이미 그 속에 말려든 사람들만이 나누어 질 수 있기 때문이오.
그러니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내 인사를 받으시오.
그리고 앞으로도 여태까지 그러셨듯이 나를 성실히 보살펴 주시오!

§. 소포클레스의 비극적 세계관 표출
- 세 번째 정립가 (제1211～제1248행)

[좌1] 적당한 몫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긴 수명을 바라는 자는,
내가 보기에 분명히
어리석음에 집착하는 자로다.
오랜 세월은 즐거움보다는
슬픔에 더 가까운 많은 것들을
쌓게 마련이고, 적당한 몫을 넘어
지나치게 오래 살게 되면
즐거움은 더 이상 아무 데서도
찾을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종국에는
만인 공통의 구원자가, 죽음이 찾아온다네,
하데스의 운명이 축혼가도 없이,
뤼라도 춤도 없이 나타나면.

[우1] 태어나지 않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일단 태어났으면
되도록 빨리 왔던 곳으로 가는 것이
그 다음으로 가장 좋은 일이로다.
경박하고 어리석은 청춘(靑春)이 지나고 나면
누가 고생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누가 노고(勞苦)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시기, 파쟁, 불화, 전투와 살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난받는 노령이
그의 몫으로 덧붙여진다네,
힘없고, 비사교적이며, 친구 없고
불행 중의 불행들이 빠짐없이 모두 동거(同居)하는 노령이.

[종가] 나만이 아니라 여기 이 불쌍한 사람도
그런 노령이 되었구려. 마치 북풍을 향하고 있는 갑(岬)이
사방에서 겨울 파도에 매질을 당하듯이,
이 사람도 파도처럼 덮치는
무서운 재앙들에
심하게 매질을 당하니,
그것들은 더러는 해가 지는 곳에서,
더러는 해가 뜨는 곳에서,
더러는 한낮의 햇빛이 있는 곳에서,
또 더러는 어둠에 싸인 리파이 산들에서 오는 것이라네.

§. 오이디푸스의 죽음과 애탄가: 제1447～제1499행 (참고)
- 천둥과 번개 예고 → 테세우스 호출

§. 오이디푸스의 장중한 최후: 제1541～제1555행

[오이디푸스] 자, 우리 그 장소로 떠나고 더 이상 지체하지 맙시다!
얘들아, 따라오너라, 이리로! 전에 너희들이
이 아비의 길잡이였듯이, 이번에는 기이하게도
내가 너희들의 길잡이가 되었으니까.
자, 오너라. 내게 손대지 말고, 내가 이 나라에서 묻히게 되어 있는
그 신성한 무덤을 나 혼자서 찾아 내게 해 다오.
이 길로, 이리로, 이 길로 오너라! 인도자 헤르메스와
지하의 여신께서 나를 이 길로 인도하시니까.
오오 내게는 빛이 아닌 빛이여, 전에는 네가 내 것이기도 했으나
이제는 마지막으로 내 육신이 너를 느끼는구나!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최후를 하데스에 숨기러
가는 길이니까. 그러나 가장 사랑하는 친구여,
그대 자신과 이 나라와 그대의 신하들은
부디 행복하시오! 그리고 번영 속에서도
죽은 나를 생각하시오, 그대들의 영원한 행복을 위하여!

⇒ 인간 실존의 덧없음을 상기할 때, 신의 자비를 얻는다.

cf. 오이디푸스의 죽음 장면을 전하는 사자(使者)
- 제1648～제1666행

[사자] 그러나 우리가 떠난 지 잠시 뒤에 뒤돌아보았을 때
오이디푸스는 온데간데없고,
왕 한 분만이 마치 어느 누구도 눈 뜨고 볼 수 없는
무언가 끔찍한 것이 나타난 양 눈을 가리려고
얼굴에 손을 갖다 대고 계신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 우리는 왕께서
대지와 올륌포스의 신들에게 잇달아 기도하고
경배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분이 어떤 운명에 의하여 세상을 떠났는지는
테세우스 그 분 외에는 어떤 사람도 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때 그 분을 없애버린 것은
신의 불을 내뿜는 번개도 아니고 갑자기 바다에서
일기 시작한 폭풍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것은 신들께서 보내신 사자(使者)거나, 아니면 사자(死者)들의 세계가,
대지의 견고한 토대가 그 분이 고통당하지 않도록
호의에서 열렸던 것입니다. 그 분의 호송은 비탄도 질병도
고통도 수반되지 않고, 어떤 인간의 그것보다 더 경이로운
것이었으니까요. 내가 하는 말이 어리석어 보인다면,
나를 어리석게 보는 이들에게 믿어 달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