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강 벤야민의 미디어 이론 Ⅰ

◆ 벤야민의 미디어 이론 ①

▲영상미디어의 세 가지 세대

1세대) 사진, 영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발터 벤야민은 모더니티를 규정하는 중요한 속성으로서 미디어를 들었다. 벤야민의 생각은 오늘날 지나친 낙관주의라고 판명이 되었으며 그가 말한 개개의 명제들은 오늘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전체 미디어 이론의 판을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세대) TV, 라디오

귄터 안데스Gunter Anders, 맥루한Mcluhan

귄터 안데스는 벤야민이 영화에 대해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텔레비전의 현상학을 폈다. 하지만 안데스는 벤야민의 이야기를 거의 뒤집어서 자신의 이론을 펼치는 미디어 비관론자이다. 맥루한은 벤야민이 영화 매체에 기대했던 진보적인 기능들을 텔레비전에서 기대했다. 또한 그의 논조는 상당히 미디어 낙관론으로 기울어져 있다.

3) 인터넷, 컴퓨터

빌렘 플루서Vilem Flusser, 스티브 홀츠만

벤야민, 안데스, 플루서는 모두 독일어권에서 성장했고 독일어로 글을 쓰고 사유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독일철학, 문학에 자신들의 이론적인 토대를 두려고 했으며 모두 유태인이었다.

벤야민은 나치를 피해 망명을 가려고 피레네산맥을 넘으려다가 입국을 거절당해서 다량의 아편을 먹고 자살했다. 귄터 안데스는 미국으로 망명을 가서 접시 닦기 같은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렵게 이론적인 작업을 했으며 플루서는 체코 계통의 유태인으로 가족이 브라질로 망명을 갔는데 군사정권과의 충돌로 다시 유럽으로 넘어온다. 1990년에 고향인 프라하를 방문했다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이미지의 혁명

20세기에 들어와서 가장 커다란 변화는 이미지에서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엔 사과를 그린다고 하면 실제의 사과를 '손'을 통해 그림으로 재현하였다. 이것은 일종의 예술복제인데 19세기까지 예술이론의 주요한 이론은 자연의 모방론이었다. 이 모방과 재현은 화가의 손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예술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1830년대에 카메라 옵스큐라의 영상을 인화지에 고정시키는 방법이 알려지고,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사진이 탄생하게 된다.

→사진은 물론 세팅 작업이나 촬영 후의 가공 작업에서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지만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짧은 순간만큼은 인간이 절대로 무력하고 사람의 손은 배제가 된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는 사람의 손으로 그려진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이후로 기술이 발달, 사진기술이 대중적으로 보급이 되면서 생산되는 이미지의 거의 대부분이 복제이미지이다.

예술복제⇒ 기술복제

이미지의 혁명이 일어남. 기술복제에서는 사람의 손이 개입될 수 없다. 현대의 이미지는 대부분 기술복제된 이미지들이고 그것이 이미지 체험을 규정하게 된다.

사물을 재현하고 복제하는 손의 기능을 사진기에 빼앗기고 난 후 회화는 사진기로는 할 수 없는 회화만의 고유한 매체성에 주목하게 된다. 회화는 형과 색의 자유로운 실험으로 나가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회화가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현대회화는 1960년대의 'Return of the real', 즉 구상이 다시 복귀할 때까지는 모더니즘의 주류로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다시 복귀한 구상적인 이미지는 복제 이미지의 형태로 1960년대 팝아트에 들어오게 되는데 그것도 사진의 영향이다.

▲벤야민의 이론

「사진의 짧은 역사」에서는 사진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이 논문의 상당 부분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논문 속에 받아들여지게 된다. 벤야민은 사진의 역사가 90년이 되었고 그 동안 사진술 자체가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사진에 대한 관념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사진술의 역사를 개관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사진은 네가티브로 찍어서 포지티브로 인화를 하지만 초기 사진은 포지티브로 바로 찍었기 때문에 대부분 은판에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벤야민이 인용한 내용에 따르면 사진을 한 장 찍는 비용이 금화 30 프랑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사진촬영비용이 비쌌을 때에는 사진은 유력자들만 찍는 것이었지만 나중에 명함판 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대중적으로 확산된다. 사진기가 더욱 널리 보급되면서 동네마다 사진관이 생기고 누구나 사진기를 가지게 되면서부터는 사진의 성격 자체가 변하게 된다.

▲초기사진의 아우라적 성격

1) 유일물로서의 사진

초기 사진 같은 경우는 기술복제이긴 했지만 대량복제는 아니었다. 우리는 벤야민하면 아우라aura의 파괴를 떠올리는데 초기 사진에는 아우라가 있었다. 초기 사진의 조건 자체가 대량으로 복제할 수 없는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2) 노출시간

초기 사진은 노출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모델을 위한 목받침대나 팔받침대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초기에는 아직 회화와 사진의 대립이 존재하지 않았다. 초기 사진은 노출시간이 길다보니까 자연스럽게 화가가 모델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시각의 종합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래서 어떤 포에지의 효과가 생겨나고 아우라가 따라다니게 된다.

3) 현상조건

초기 사진의 현상 조건 자체가 노출이 길고 바로 현상이 되기 때문에 이미지가 마치 안개 속에서 사물이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듯 천천히 나타난다.

4) 시선의 마주침

벤야민이 아우라를 규정할 때 눈과 눈의 마주침을 이야기했는데 아우라적 체험이라는 것은 일인칭과 이인칭, 즉 나와 너의 체험이다. 초기 사진은 노출 시간이 길다보니 찍는 사람과 모델 사이의 시선 교환이 있는 것 같은 모종의 인격적 관계가 형성이 된다.

⇒ 후기에는 카메라나 사진의 메커니즘 자체가 네가티브 필름을 종이에 인화를 하가 때문에 은판에 인화할 때와는 달리 값이 싸진다. 또한 대량복제가 가능해진다.

벤야민은 기술이 가지고 있는 미학적인 의미를 본다. 사진은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이 예술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려고 할 때 오히려 미학성을 띠면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이 가진 매체성에 주목을 하라는 것

회화와 사진은 매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매체의 특성에 맞게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벤야민은 Atget와 Sander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아젯Atget과 잔더Sander

▶ 참고자료

으젠느 앗제[Eugene Atget]의 작품

초현실주의자들은 앗제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고, 많은 사람들이 황량한 앗제의 사진에서 나타나는 일상적인 사물들의 낯선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앗제는 자신의 작품들은 단지 자료document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앗제는 자신의 사진을 작품이라기보다는 자료로 이해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진 고유의 매체성이 앗제의 작품에서는 오히려 미학적으로 드러난다.

앗제의 작품에서는 아우라적 체험의 일인칭과 이인칭의 관계가 아니라 일인칭과 삼인칭의 관계가 된다. 즉 작품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계가 굉장히 낯설어지는 것이다.
⇒ 낯설게 하기는 '유익한 소격', '유익한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으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 받아들여지게 된다.

▶ 참고자료

August Sander의 작품

잔더는 독일에 그 당시 존재했던 모든 계급, 계층들을 찍었다. 즉 그는 대단히 사회과학적으로 도큐먼트에 가깝게 사진을 찍은 것이다.

벤야민은 사진이 화려하게 치장하고 세팅하는 식으로 회화를 따라할 게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해부학자처럼 도려내듯이 보여주는 사진이야말로 사진 고유의 성격에 맞는다고 본 것이다.

벤야민은 예술과 기술의 대립 속에서 기술이 가진 미학성을 본 것이다.

▶ 참고자료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좌익 학생운동을 하였고 나중에 시오니즘운동에 관계하였다.

대학교수 자격 취득을 위한 박사 학위 논문 「독일 비극의 기원: Ursprung des deutschen Trauerspiels」 (1928)이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거부됨으로써, 교수를 단념하고 문필생활로 들어갔다. 보들레르, 프루스트에 심취하여 그들의 작품을 번역하는 한편, 1925년부터 마르크스주의 연구에 몰두하였다.

매우 개성적인 그의 사상은 당시의 현상학(現象學)과 신(新)헤겔주의와는 현저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으며, 그의 유저(遺著)인 『역사철학의 테제』에는 종말론적 역사관이 보인다. 나치스에게 쫓겨 망명 도중 자살하였다. 저서로 『괴테의 친화력』(1924~1925)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1936) 『계몽』(1961) 등이 있다.

◆ 벤야민의 미디어 이론 ②

▲모더니티에 대한 규정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서문에서 토대(하부구조)는 금방 변하는데 상부구조의 변화는 토대의 변화를 따라가는데 시간이 걸리고 산업 혁명, 기술혁명은 이미 오래 전에 이루어졌지만 산업화가 문화, 상부구조에 끼치는 영향은 서서히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벤야민은 모더니티를 사진과 같은 미디어와 연관시켜 설명을 한다. 19세기의 예술과 20세기의 예술은 완전히 다르다. 회화에서는 대상성이 사라지고 추상이 발달하며 음악에서는 화성이 사라진다. 연극에서는 인과 관계가 사라지는 부조리극이 등장하고 시에서는 의미가 사라지는 무의미시가 등장한다.

벤야민은 모더니티를 토대의 변화가 상부구조에 끼치는 영향의 측면에서 규정을 한다.
→토대의 변화는 상부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상부구조에 있는 사람들의 미감美感 자체가 변했다는 것이다. 토대는 생산력이고 생산력이 상부구조인 문화의 영역에 기술을 통해서 영향을 끼친다. 벤야민은 사진과 영화 같은 복제 기술이 토대가 상부구조에 영향을 끼치는 본질적인 기술이라고 본다.

벤야민이 살던 당시 독일의 부르조아지들의 미감은 여전히 19세기에 머물러 있었고 새로운 것에 적대적이었기 때문에 벤야민 이런 관점 자체가 낡았다고 본다. 예전에는 예술이라고 하면 창조성, 비의성, 영감 같은 개념으로 예술을 설명해왔다. 벤야민은 이러한 고전주의적 미학들(천재성의 미학, 창조성의 미학)이 파시스트들이 지도자에 대한 아우라를 만들어내는 현상과 연관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벤야민은 이러한 낡고 보수적인 미감에 맞서 새로운 기술복제시대에 맞는 모더니티의 미학을 확립하려고 하였다.

복제는 사실 먼 옛날부터 있었다. 동전에 새겨진 제우스의 모습이나 로마 시대의 황제의 초상들은 대량으로 복제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중세후기에 목판화가 등장하고 15세기에는 구텐베르크의 인쇄술과 종이가 등장한다. 책이 등장한 이후에는 낭송의 문화에서 묵독으로 바뀌게 된다. 자기가 읽는 책의 내용을 내면의 소리로 듣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데리다가 말한 'S' entondre parler(자기가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서를 혼자서 한다는 것은 인성구조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오늘날의 시대를 기술복제 시대로 규정하는 이유

1) 양적인 이유

복제의 보편성⇒ 이것은 쉽게 말해서 복제를 못할 것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망원렌즈나 현미경렌즈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찍을 수 있게 되었다.

2) 질적인 이유

복제가 어느 단계에 도달해서 일종의 양질변화(양적인 변화가 어느 임계를 넘으면 질적인 변화를 초래)가 일어나 원본과 복제의 관계가 전복이 된다. 옛날에는 복제가 원본을 닮으려고 했다면 이제는 방향이 뒤집혀 원본이 복제를 닮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 즉 복제가 원본의 생산 자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예) 에드가 드가는 카메라의 눈을 흉내낸다. 이것은 화가들이 복제를 따라가는 경우이다.
뒤상의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최근의 하이퍼리얼리스트들의 작품들, 사진을 이용한 앤디 워홀의 작품들

▶ 참고자료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 NO. 2(뒤상)



무대에서의 발레 연습(에드가 드가)


하이퍼리얼리즘의 예
리처드(척클로스)

▲원본과 복제의 뒤바뀜

19세기까지는 사람들이 사물을 원본을 직접 지각했지만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사진의 영향으로 이미지를 보기 시작한다. 원본과 복제의 뒤바뀜은 오늘날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패러다임이다. 오늘날 이러한 패러다임은 단지 이미지의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유전자 복제에도 나타난다.

원작에 대해서 복제가 가지지 못한 점은 현존성presence이다. 프레장스는 지금 여기에 관계가 있는 개념이다. 원작은 '거기'에 가서 '그 때' 볼 수 있는 것이다. 모나리자를 보려면 루브르로 가야한다. 하지만 복제는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원작은 지금 여기에서만 볼 수 있지만 복제는 지금이 아니라 언제라도, 여기가 아니라 어디서라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아우라의 정의

아무리 가까이에 있어도 어떤 먼 것에 일회적 나타남

▲복제가 가진 고유성

복제는 원본이 가진 지금 여기의 성격, 즉 현존성을 가질 수 없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벤야민은 복제가 원본이 가질 수 없는 고유한 점들을 가졌다고 본다.

1) 첫 번째, 복제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약을 초월해서 언제 어디서라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확산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벤야민에게 있어 대중이라는 말은 경멸어가 아니라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트 같은 진보적인 개념인데, 복제가 되어야지 대중이 그것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복제 기술이 있기 때문에 복제작품이 대량으로 생산되고 헐값으로 떨어지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상 최초로 대중이 예술적인 수용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2) 두 번째로 사진과 영화의 복제기술은 예전의 복제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육안으로 세계를 보는 방식을 체현하는 것이 회화인데 사진은 더 이상 육안이 아니라 기계의 눈으로 세계를 본다. 벤야민은 이것이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인데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확대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복제가 원본보다 나은 측면이 있다는 것

확대촬영은 결국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을 확장시키고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시간 자체를 연장시킨다.⇒ 공간의 확장과 시간의 연장

시간과 공간이라는 존재의 형식이 바뀌므로 존재의 체험방식이 달라지게 된다.

▲아우라Aura의 파괴

오늘날 우리는 주요한 정보들을 TV나 라디오에서 혹은 신문을 통해서 얻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남이 본 것을 보고 남이 들은 것을 듣는 것이다. 19세기에는 육안으로 사물을 보았지만 이제는 지각방식이 달라져 눈과 사물 사이에 카메라의 렌즈가 끼어 들게 되는 것이다. 즉 오늘날의 체험은 미디어를 통해 매개된mediated 체험이라는 것이다.

미디어의 등장으로 현대인의 지각 방식 자체가 파괴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아우라의 파괴이다. 복제는 아우라를 파괴했고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어떤 사물이든 아우라를 파괴해서 보려고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인의 욕망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

아우라의 파괴→아무리 멀리 있어도 어떤 가까운 것에 반복적인 나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