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주의와 생체권력

* 생체권력: 미셸 푸코가 그의 저작들에서 계보학적으로 다루는 개념으로서, 근대 권력이 개인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말한다.

데카르트의 합리주의 철학이 근대국가의 탄생기에 행해졌던 생체공학 프로젝트의 철학적 표현이라면, 고전주의 비평은 그것의 미학적 표현이었다.
고전주의 비평가들은 예술가들에게 점잖음(bienseance), 진리충실성(vraissemblance), 합리적 규칙의 체계(canon) 등을 규준으로 제시했다. 당시에 이 규율은 국가의 통제 아래 놓인 아카데미를 통해 모든 예술가들에게 강제로 부가되었다.

◆ 절대주의 국가의 미학 강령
이 고전주의 미학의 강령에는 한편으로 과거와는 다른 근대적인 예술관이 구현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이 강령은 당시에 이루어지던 중앙집권화의 프로젝트에 발맞추어, 시민들의 취향 역시 아카데미를 통해 국가적 취향 아래 포섭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고전주의 비평가들이 미적 이상으로 내세운 인간의 상에는 절대주의 국가가 보고싶어했던 모범적인 신민의 상을 구현한 것이다.

<나폴레옹 대관식>, 다비드

◆ 감성론의 부활
감각을 배제하는 데카르트의 급진적인 합리주의는 로코코 시대를 거치면서 완화되어, 이성의 통제 아래 감각을 다시 받아들이는 시도로 이어진다. 바움가르텐의 ‘미학’(=감성론)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발생한 것이다. 아울러 데카르트가 배제한 상상력은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부활하게 된다.
“미는 개념이 아니다”라는 칸트의 언급은 데카르트식 급진적 이성주의를 구현한 고전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다.

◆ 탈근대 미학: 시각에서 촉각으로
바움가르텐에 의한 감성론의 부활 이후 후설,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들뢰즈 등의 철학자들이 탈근대적 미학론을 펼쳐나간다.

원근법으로 그려낸 표상은 사실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다. 그 첫째 이유는 우리 눈이 두 개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우리의 눈 즉 소실점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셋째는 평면을 투시하는 우리의 망막은 정작 곡면이다. 때문에 눈으로 보는 3차원을 2차원적 평면 위에 표현하는 것은 상당히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

원근법에 있어 ‘본다’는 것은 고정된 정신보다는 사실 움직이는 육체에 가깝다. 탈근대 철학자들은 기존에 절대적인 위상을 부여했던 시각의 특권을 벗어 던지고 하위 개념이었던 촉각, 동감각을 부각시키려 하였다. 그리하여 현대예술에 와서는 시지각의 오래 된 모델이 무너져 버린다.

<사과와 오렌지>, 세잔느	<앙느씨의 호수>, 세잔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