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화의 두 요소: 형과 색
미술은 기본적으로 오감 중 ‘시각’에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예술이다.

* 회화의 두 요소 1) 형태 (形)
                2) 색 (色, 光)

이 두 요소인 ‘형’과 ‘색’은 시대에 따라 위상이 달랐다. ‘형’을 높이 샀던 고전주의 미술은 인본주의적이고 고전적이고, 단아하며 이상주의적 사실주의의 미술인 것에 반해 ‘색’을 중시한 바로크 미술은 비고전적이고 동적이며, 남성적이고, 불규칙적인 성격에 자유롭고 감각적인 것이 특징이다.

◆ 객관적 비례와 제작적 비례
비례론이란 “예술 묘사의 대상이 되는 한에서 자연존재, 특히 인간 신체의 크기 관계에 관한 이론”이다.
보통 인체의 완벽하고 이상적인 비례 조건은 7등신, 8등신이라고 일컬어진다. 이는 인체가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갖기 위해서는 머리 부분이 신체의 7분의 1, 8분의 1이 되어야 한다는 비례법칙이다.

* 객관적 비례 : 인간 신체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
* 제작적 비례 : 실제의 인간 신체 비례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

◆ 비례론의 시대별 변천사

◎ 이집트 시대
두 비례가 하나로 결합된 유일한 형태로서, 이집트 예술에 묘사된 인체는 고도로 양식화되어 있으면서도 실제의 인체비례와 거의 일치한다. 이집트 예술에서는 한번 객관적 비례가 정해지면, 그것은 그대로 작품의 제작적 비례로 실현되었다. 가령 신체는 모눈 22 1/4의 길이를 갖고, 각 부위들은 그 안에서 미리 정해진 크기에 따라 그려졌다.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인들은 입상을 제작할 때 상반신과 하반신을 서로 떨어진 두 개의 도시에서 각각 제작하여 나중에 조립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즉 이집트 예술에서는 하나의 Kanon이 주어지면 수천 년 간 이렇다할 변화 없이 관습화된 채로 답습되면서, 개별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창작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 그리스 시대
실제의 대상을 방불케 하는 환영주의를 특징으로 한 그리스 예술은 인체의 묘사에서 객관적 비례를 추구했다.
신체는 움직일 때마다 각 지절들 간의 크기가 달라진다. 또 관찰의 대상이 되는 신체의 부위들이 관찰자가 보는 위치나 각도에 따라 길이가 단축되어 나타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리스 예술가들은 인체가 취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묘사의 대상으로 삼았고 사물을 눈에 보이는 대로 묘사하기 위해 단축법을 도입했다. 또 예술작품이 관찰자에게 보여질 때에 ‘아름답게’ 보이기를 원했다. 이 세 가지 과제의 해결을 그리스에서는 예술가들의 개별적 자유에 내맡겨 두었다. 바로 이 때문에 그리스 예술에서는 Kanon의 형태로 객관적 비례가 정해져도 그것이 그대로 제작적 비례로 실현될 수가 없었다. 가령 그 유명한 폴리클레이토스의 Kanon이라도, 그것을 창작의 과정에 input했을 때 그 output은 예술가들마다 각각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 이집트 예술: 감각을 초월 또는 무시
※ 그리스 예술: 시각적 감각에 의존

◎ 중세 시대
중세의 예술은 철저하게 제작적 비례에 따랐다. 중세 예술에 묘사된 인체나 생물들은 실제의 신체 측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그 묘사의 바탕에는 모두 어떤 기하학적인 도식이 깔려 있다. 중세의 장인들도 이집트의 예술가들처럼 고도로 양식화된 묘사를 보여주고 있으나, 그들은 이집트인들처럼 제작적 비례와 객관적 비례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외려 제작적 비례를 위해 과감하게 객관적 비례를 포기하고, 삼각형, 사각형, 원형, 별모양 등의 기하학적 도형을 모든 형상화의 토대로 삼으려 했다. 가령 우리는 빌라르 오느 드 쿠르의 제작 노트를 통해 중세의 장인들이 형상화를 할 때 실물의 측정이 아닌, 추상적인 도형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제작적 비례론에 따랐음을 알 수 있다.

◎ 중세 시대

중세 시대 예술에서 형은 기하학적 형태에 가까워지고, 색은 기본 삼원색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중세 예술은 현대 예술과 상당 부분 닮은 구석이 있다.

중세의 예술가들은 외부 세계의 재현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추상적인 세계, 신의 세계가 인간의 가시적인 세계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가치였다.

중세 예술의 미학은 플로티노스에서 유래한 ‘빛의 상징주의’였다. 다른 존재 세계에 속하는 것,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상징을 나타내기 위해 기하학적 기호를 사용하였고, 초자연성을 표현하기 위해 빛과 색채를 활용, 십자가 등의 교구와 제단에 황금, 보석, 비단 등 호화로운 물건을 많이 사용했다. 건축장식으로는 색유리를 많이 사용하는 모자이크 미술의 발달을 가져왔다. → 가장 감각적이고 세속적인 것과 숭고하고 초월적인 것의 모순적인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