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스의 위대함」과 ‘버추얼’ 맑스
질 들뢰즈는 죽기 전에 자신의 마지막 책이 <맑스의 위대함>이라고 이름 붙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이와 복잡성의 철학자가 어떻게 맑스의 ‘위대함’을 구성할 수 있을까? 그는 그 자신과 맑스 사이에 어떤 관계를 설정할까? 그리고 어떤 새로운 힘의 선들이 출현할까?
에릭 알리에즈: “들뢰즈 철학의 모든 것은 (…)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이라는 주제로 집약된다”.
자본주의의 ‘이성을 잃은’ 배치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은 물론 맑스이다. 이 접속 속에서 ‘가상실효적virtual 맑스’로서의 들뢰즈가 생성될 수 있다.

▲ 오뻬라이스모/아우또노미아
맑스주의의 문제틀에 대한 들뢰즈의 참여는 이탈리아 맑스주의의 한 조류와 일정한 관계가 있다. 1960년대에는 오뻬라이스모(operaismo; ‘노동자주의’라는 뜻)로 알려졌고 1970년대에는 아우또노미아(autonomia; ‘자율’이라는 뜻)로 알려졌던 이 조류는, 노동, 계급, 자본 등에 명백히 정통적이며 때로는 신비한 강조점을 두면서 맑스에 대한 끊임없는 재해석에 관여했다.

▲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과 맑스
들뢰즈의 사유에서 맑스의 중요성은 「앙띠-오이디푸스」 이후 널리 주목되었다. 그리고 들뢰즈 자신은 그와 가따리가 맑스주의자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들뢰즈와 맑스의 관계는 별로 탐구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다.
맑스와 들뢰즈의 관계에 대한 관심은 최근 들어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Hardt 1995; Holland 1997, 1998, 1999; Massumi 1992; Surin 1994, 1997). 이런 작품들 속에서 초점은 들뢰즈의 체계에서 자본주의 동학 분석의 중심성에 두어져 있다. 이것은 올바르다. 왜냐하면 들뢰즈는 자본의 문제를, 즉 자본주의적 사회기계 혹은 ‘사회체’가 삶의 흐름을 교묘하게 운영하는 방식을 자신의 프로젝트의 중심에 두었으며 바로 이 맥락에서 그 자신을 맑스주의자로 선언하기 때문이다.

힘들은 항상 외부로부터, 어떤 형태의 외재성보다도 멀리 떨어진 외부로부터 온다. 따라서 힘들 사이의 관계에 의해 획득된 특이성들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관계를 수정 및 전복하기도 쉽고 불안정한 다이어그램을 변화시키기도 쉬운 저항의 특이성들 또한 존재한다. 나아가 심지어 외부 그 자체의 선 위에는 균 바로 위에서 특히 부글부글 끓으면서 아직 결합되지 않은 야생적 특이성들조차 존재한다. 이것은 바로 그 맹렬한 폭풍 위에서 모든 다이어그램을 뒤섞는 소름끼치는 선이다. 그 선은 멜빌의 선이다. 격렬하게 전차를 모는 사람의 채찍질, 천개의 일탈의 선… 그러나 이 선은 아무리 끔찍할지라도 힘 관계에 의해 더 이상 측정될 수 없는 생명의 선이며, 인간이 공포를 초월하게 만드는 선이다. … 그것은 방향을 바꾸고 내부의 공간을 추적함에 의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구성하면서도 외부의 모든 선들과 같은 외연을 갖는 송과선 같은 것이다.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은 가장 가까운 것으로 전환됨으로써 내재적인 것으로 된다. 그리하여 생명은 주름들 속에 있게 된다. 이것이 중심의 방인데 이 방은 자기 스스로 충만하기 때문에 텅 빈 상태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사람은 이러한 주체화의 지대에서 자신의 속력의 주인, 상대적으로 말해서 자신의 분자들 그리고 특이성의 주인이 된다. 외재적인 것을 내재적인 것으로 태우는 보트가 되는 것이다.

▲ 노동의 거부
오뻬라이스모는 노동은 거부되고, 폐지되어야 할 것으로 보았다. → 노동을 자본의 활동, 즉 자본주의의 생산과 재생산 과정의 구성 요소로서 파악. 노동자 역시 자본에 포섭되어 있는 한 단위로 파악했다. 맑스의 『자본론』 속에서 노동자는 ‘가변자본’으로 그려진다.
오뻬라이스모는 노동에 입각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시도들에서부터 단절하려고 하였고 들뢰즈는 거기에 크게 동조하였다. 노동을 거부하는 방식에는 다양한 층위들이 존재하였다.

맑스는, 탈자본주의적 삶의 양식이 포함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일반적 측면들을 제시했다. 동일성의 제한을 극복하며, 노동을 폐지하고, 자연 혹은 세계와 물신화되지 않은 관계를 형성하는, 그리고 우리가 들뢰즈와 가따리의 해석을 따르고자 한다면, 욕망하는 기계들을 그것들의 인간중심주의적 섹슈얼리티로부터 해방시키는 생성이라는 환경이 그것이다.

▲ 프롤레타리아트와 룸펜프롤레타리아트
본래 일하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을 룸펜프롤레타리아트라고 했는데, 맑스는 이를 보나파르트 독재의 일면으로 보았다. 맑스는 룸펜프롤레타리아트를 긍정적으로 본 아나키즘과 반대로 그들을 분열 집단, 비생산적 존재로 규정한다. 맑스는 취업을 한 프롤레타리아트에게 관심을 보였다.
룸펜프롤레타리아트에게서 노동으로부터의 탈주, 에마르지나띠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이 룸펜프롤레타리아트는 정체성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일반 프롤레타리아트는 반정체성을 추구한다.

▲ 코뮤니즘: 도주의 힘
자본주의 분석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자본주의로부터의 탈주 가능성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다. 맑스는 지긋지긋한 자본주의 기계로부터 정치적으로 손쉽게 혹은 정해진 길을 따라 도피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생각하면서도 자본주의 그 자체 내부에서 형성되는, 그리고 그것에 특수한 관계 위에 그 도피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정립하려 한 탁월한 사상가로 남아 있다. 이것을 맑스는 ‘코뮤니즘’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