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회운동의 위기는 스탈린주의의 탓으로 환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문제는 훨씬 깊은 것이다. 이 문제는 투쟁, 모순, 위기들로 이뤄진 사회운동 자체에 각인된 것이다. 따라서 스탈린주의의 폐기를 넘어 코뮤니즘적 사고의 형성과 그 속에서 위기가 수행하는 창조적이고 건설적 기능에 대한 이론적 분석이 필요하다. 알뛰세르는 1953~56년 스탈린주의의 위기 정세를 ‘맑스주의의 위기’로 간주하면서 맑스로 돌아가 맑스주의를 재정의하려는 노력 속에서 자신의 스탈린주의를 극복해 나간다.

▲ 알뛰세르 이론의 큰 시기 구분

1. 1950년대 ~ 1960년대 중반 (『맑스를 위하여』 『‘자본론’을 읽자』) : 이론적 실천 개념
2. 1960년대 중반 ~ 1970년대 말
3. 1980년대 ~ 1990년대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우발성의 유물론』)

소비에트 맑스주의 혹은 맑스레닌주의는 스탈린의 산업화 정책과 국가사회주의적 발전 정책에 의해 근대화의 이데올로기로 전화했다. 그러나 그것은 1953년 독일 노동자의 봉기와 1956년 헝가리 노동자 봉기에 의해 커다란 균열을 경험했다. 당주도의 국가사회주의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

1953년의 스탈린의 죽음과 이에 이어진 후루시쵸프의 개혁은 이 위기의 징후이자 위기 탈출의 노력이었다. 알뛰세르의 이론적 노력은 후루시쵸프의 개혁을 스탈린에 대한 우익적=시장주의적 비판으로 보면서 스탈린에 대한 좌익적 비판을 의도한 결과이다. 그것은 후루시쵸프의 기획이 계급투쟁의 실종을 가져온다는 판단 아래에서 이론 속에서라도 ‘계급투쟁’에 대한 당중심적(지식인적,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적, 이론적) 개념화를 지속시키고 발전시키려는 기획이었다. 이것이 ‘주체 없는 과정’ ‘이론의 자율성과 이론적 실천’ ‘중층결정’ ‘반헤겔주의’, 요컨대 ‘계급 없는 계급투쟁’론의 기획이다. 그것은 특이하게도 ‘맑스로의 복귀’라는 방법을 통해서 나타난다.

이것은 인식론의 존재론으로부터의 유리라는 기반 위에서 진행되어 프롤레타리아트의 존재론적 투쟁에 길을 열어주지는 못했지만 실체론적이고 객관주의적이며 사회학적인 계급개념과 계급투쟁관에 파열구를 내었으며 이론적 계급구성의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실천적 계급구성 개념을 낳을 수 있는 전제를 마련했다.

알뛰세르는 부단한 자기비판을 통해 맑스주의를 필연성의 아성에서 구출하여 우발성에 개방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알뛰세르만큼 진화의 관점에서 읽을 필요가 있는 저자는 드물다. 그가 최후의 순간에 우발성들의 공통적 구성의 잠재력을 발견했는가 못했는가는 탐구의 과제이다. 마주침이 그것을 말해 줄 수 있는가?

1. 1950년대 ~ 1960년대 중반 : 이론적 실천 개념 = 노동

(1) 이데올로기적 일반성(질료) ― 일반성 1
(2) 특수한 일반성과 문제틀(생산수단) ― 일반성 2
(3) 사유 내 구체(생산물) ― 일반성 3

▲ 징후적 독해

(1) 맑스에 대한 징후적 독해의 필요성: 맑스가 아담 스미스, 리카도, 헤겔에 대해 적용했던 독해방식을 맑스에 적용하기
(2) 직접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것을 인식적 재구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교정하는 것

▲ 문제틀

(1) 가스통 바슐라르로부터 전용한 것
(2) 한 이론의 동일성은 그 이론이 관계하고 있는 어떤 특정한 명제들이나 그 이론의 저자의 의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구조, 그 이론이 풀어야 할 문제들이 제기되는 방식 수준의 구조에 있다.
(3) 문제틀이란 이론의 특수한 명제들의 객관적이고 내적인 지시체계, 해답이 제시될 것을 요구하는 질문의 체계의 수준에 놓여 있다.
(4) 한 이론의 문제틀은 객관적인 것이므로 그 이론의 저자의 신념으로 환원할 수 없다. 그것은 징후발견적 독해를 통해서만 해독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