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중심적이고 영향력 있는 연구 주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권위주의 국가 이론; 2)기술적 합리성과 계몽적 이성 비판; 3)자본주의의 문화 포섭.

첫 번째 주제는 주로 프리드리히 폴록과 호르크하이머에 의해 탐구되었는데 이들은 평의회 코뮤니스트들처럼 소련을 국가 자본주의로 이해하면서 어떻게 국가 자본주의가 권위주의 국가와 결합되는지를 탐구했다. 이들은 시장의 자동조절 장치가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게 되면서 국가 개입에 의한 조절이 일반화되었고 그것은 자유주의적이든 파시즘적이든 사회주의적 변형이든 상관없이 권위주의 국가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폴록에 의해 착수된 두 번째 연구 주제는 자본주의적 기술 발전, 특히 자동화(automation)의 효과에 대한 탐구이다. 그는 자동화가 전체주의 사회로 가는 경향을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이것은 이후 상황주의 운동과 자율주의 운동에, 기술 발전을 사회적 생산력의 향상이라는 시각에서만 일면적으로 평가해 온 사회 민주주의적 기술관에 대한 중대한 비판을 제공했다. 기술적 합리성이 가져오는 야만적인 소외의 효과에 대한 탐구는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에 의해 계몽적 이성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되었다. 이들은 기술적 합리성을 경제적 강자의 지배력에 기초한 지배의 합리성으로 이해한다.

이들이 이 기술적 합리성에 대한 비판을 세 번째 주제, 즉 대중 기만을 위한 계몽의 양식으로서의 문화 산업 비판으로 발전시킨 것은 그러므로 자연스런 것이다. 문화의 자본주의에의 포섭이라는 주제에 대한 이들의 탐구는 이후 경제적 생산의 영역을 넘어서는 경제적 소비 영역(바꾸어 말해, 재생산의 영역)에 대한 탐구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다.

▲ 비판이론의 한계

이들의 연구가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보다 적실한 이해를 위한 중요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하로 스며든 혁명적 주체의 형상을 전혀 포착하지 못했으며 비가시적인 형태로 발휘되는 그것의 역동적 힘도 포착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혁명적 주체성, 인간의 생산적 힘의 자율성은 오직 비판의 형태 속에서만 등장한다. 이들에게서는 비판의 무기가 무기의 비판으로 전화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

▲ 루카치: 사물화와 예술의 변증법적 방법

루카치는 헤겔과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을 종합하려 시도한다. 그것은, 헤겔의 ‘예술의 종말’ 이론을 ‘자본주의의 예술 적대성’ 개념으로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자본주의의 사물화하는 힘, 그것의 파편화 경향은 구체적 총체성의 창조라는 예술의 원리와 배치된다. 고전 철학의 근본 문제는 ‘사회적으로 파괴되고 파편화된 인간, 부분 체계들 사이에서 분해된 인간이 사상적으로 어떻게 복구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이 고전 철학의 문제의식은 루카치에게서 ‘파편화를 강요하는 이 사물화하는 세계에서 예술은 어떻게 구체적 총체성을 재생산할 것인가’라는 미학적 과제로 재현된다. 이러한 과제 설정은, 그가 이후에 존재론적 표현으로서의 미를 제기했던 예술가 미학자들과 대립하면서 부단히 방법론적 미학을 추구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것은, 그가, 고전 철학이 비록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이율배반의 형태 속에서이긴 하지만, 부르주아 사회의 완벽한 사상적 재생산, 부르주아 사회의 선천적 연역에 당도했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들이 사용한 변증법적 방법 덕분이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루카치에게서 고전 철학의 변증법적 방법은 부르주아 사회 속에서 움직이면서도 ‘부르주아 사회를 넘어서는’ 힘에 다름 아니며, 그것은 ‘주객동일자, 행사(Tathandlung)의 주체, 발생의 “우리”를 자기 삶의 근거로부터, 자기 안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계급, 즉 프롤레타리아트’가 물려받아야 할 유산으로 간주된다.

예술에 적용된 변증법적 방법, 파편화된 사회에서 구체적 총체성을 재생산할 예술 방법이 루카치에 의해 리얼리즘(Realismus)으로 정의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루카치는 부르주아적 고전가들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예술 방법으로서의 비판적 리얼리즘이 곧장 프롤레타리아트의 예술적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는, 사회주의 작가들이 리얼리즘적 예술을 창조하려면 객관 현실을 구체적 총체성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힘으로서의 당파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는 레닌의 당 문학론이나 스탈린의 사회주의 리얼리즘론에서와는 달리 작가의 프롤레타리아 당과의 사상적 조직적 연루를 중시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한편에서는 블룸 테제 이후 당 밖에서 활동했던 루카치 자신의 이력과 연관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예술가의 진지성이 객관적 현실을 총체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충분한 주체적 능력일 수 있다는 그의 고전주의적 미학관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위대한 리얼리즘’ 이론은 분명히 스탈린주의의 사회주의 리얼리즘론보다는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창조적 가능성을 열어준다. 하지만 그의 미학 이론과 비평도 좌익 예술가들에게 부르주아 혁명기에 창조된 위대한 고전문학가들 ---가령 발자끄, 똘스또이--- 의 방법을 새로운 형태로 재생산하라는 규범으로 전화되고 만 점에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자들의 예술적 창조 활동의 근거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표현하는 방법 역시 다종다양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의 미학 속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는 그의 미학은 예술가의 창조적 능력에 너무 작은, 혹은 너무 천편일률적인 의상을 입히는 것으로 작용한다. 그것은 방법을 존재 초월적인 것으로, 나아가 그것을 존재의 영혼으로 간주하는 헤겔적 사유의 깊은 부정적 유산으로 보인다. 그는 예술에게, 생동치는 계급 구성(class composition)의 과정 속에 직접 참여하여 현존하는 계급 관계를 변혁시키도록 요구하기보다 그 투쟁적 과정의 외부에서 그 과정의 총체성을 형상적으로 재생산해 내도록 요구했다. 리얼리즘의 문제를 둘러싼 그와 브레히트의 대립은 방법 논쟁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예술의 역할, 계급투쟁 속에서의 그 존재 양식 등의 문제가 깔려 있다.

▲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론과 대중예술

발터 벤야민의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1934)은 루카치의 발상법으로부터의 획기적 전환을 보여준다. 루카치가 상품 사회의 사물화 효과를 자세히 분석하면서도 ‘리얼리즘의 승리’, 즉 방법의 승리라는 낙관주의적 전망 속에서 탈사물화된 예술에 대한 미학적 전망을 밀고 나갔다면 벤야민은 자본주의의 기술 진보가 예술의 존재 양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를 담담하게 탐구하는 방법을 취한다. 예술 작품의 기술적 복제가 점점 더 강도를 더해 가면서 관철되는 예술 현실 ---사진과 영화, 특히 영화--- 을 고찰하면서 벤야민은 그 복제가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거기에는 시간과 공간에서 예술 작품이 갖는 유일무이한 일회적 현존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본다. 그는 이 일회적 현존성을 아우라(Aura)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이 아우라의 붕괴를 가져온 사회적 조건을 탐구한다.
그렇다면 그 조건은 무엇인가? 벤야민에 따르면, 그것은 오늘날의 삶에서 날로 커가는 대중의 중요성과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사물을 공간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보다 자신에게 가까이 끌어오고자 하는 현대의 대중의 열렬한 욕구와 관계를 맺고 있다. 이탈리아 자율주의자들의 용어를 빌면 바로 ‘대중 노동자’의 형성과 그들의 욕구가 아우라의 붕괴를 촉진하는 역사적 조건인 셈이다. 이것은, 벤야민에 의해 ‘대중은, 예술 작품을 대하는 일체의 전통적 태도가 새로운 모습을 하고 태어나는 모태이다’라는 명제로 제시된다.

▲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 개념

기 드보르는 영화감독으로서 벤야민이 말한 바 있는 영화적 스펙터클의 개념을 사회 분석의 개념으로 확장시킨다. 그의 「스펙터클의 사회」는 현대 자본주의를 ‘스펙터클 자본주의’로 정식화하고 그것을 혁명할 길을 찾아내려는 이론적 시도이다.
‘현대적 생산 조건들이 지배하는 모든 사회들에서, 삶 전체는 스펙터클의 방대한 집적으로 나타난다. 직접적으로 삶에 속했던 모든 것은 표상으로 물러난다’. 「자본론」에서의 ‘상품의 방대한 집적’은 「스펙터클의 사회」에서는 ‘스펙터클의 방대한 집적’으로 치환된다. 삶의 각각의 측면에서 떨어져 나온 이미지들은 자체의 고유한 일반성 속에서 별개의 거짓 세계로 펼쳐지고 자율적 운동을 전개한다. 마르크스의 용어를 빌면 그것은 피상적이고 물신적인 형태, 즉 완성된 자본 물신이다.

자본이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이듯이, 스펙터클도 ‘이미지들의 집합이 아니라 이미지들에 의해 매개된 사람들 간의 사회적 관계’이다. 따라서 그것은 ‘하나의 이미지가 될 정도로 축적된 자본이다’. 그것은 권력의 전체주의적 관리의 시대에 나타나는 권력 자신의 자화상으로 기존 질서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행하는 자신에 관한 담화이다. 그것은 하나의 수동성의 제국으로서 분열, 분리, 고립의 재생산에 기초하고 있는데 스펙터클의 보편화된 분열은 현대 국가, 즉 사회 내부의 분열의 보편적 형태이며 분업의 산물이자 계급 지배의 기관인 현대 국가와 불가분의 것이다. 스펙터클의 형식과 내용은 모두 기존 체제의 조건과 목표를 총체적으로 정당화할 뿐 아니라 그 정당화의 영원한 현존이다. 그것의 성공은 곧 세계의 프롤레타리아화이다.

드보르의 스펙터클 자본주의 이론은 노동계급의 수동화, 즉 구경꾼으로의 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경꾼의 의식은, 평평한 우주에 수감되어 있고, 그 뒤쪽 면에 자신의 삶이 유배당해 있는 스펙터클의 스크린에 묶여져 있어, 자신의 상품들과 그 상품들의 정치학으로 그를 일방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허구의 화자들만을 알고 있다. 스펙터클은, 그 모든 면에서 구경꾼의 “거울 이미지”이다’.

드보르의 주요한 관심사는 ‘투쟁에 대한 이해이지 법칙에 대한 이해가 아니다’. 그가 스펙터클을 폭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스펙터클적 파열들, 즉 새로운 “상황들”의 창조를 제기한 것은 이러한 인식의 산물이다. 현대의 생산 조건 하에서 노동계급이 수동화되었다는 생각은 루카치의 ‘사물화’ 이론에서, 그리고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인간’ 이론에서 맹아적으로 표현된 바 있다. 드보르는 ‘스펙터클/구경꾼’이라는 쌍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시각적으로 재배치된 현대 사회의 적대의 구조를 설명한다.

▲ 국제상황주의자 조직

상황주의자(Situationist International:SI) 조직은 1957년에 창립되었다. 「스펙터클의 사회」 제8장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조직의 예술 강령이라고도 할 수 있다.

SI는 예술의 억압과 예술의 실현을 예술의 폐지라는 단일한 사태의 불가분한 측면들로 위치지움으로써 지금까지의 모든 예술 운동들의 한계를 돌파하려 시도한다. 드보르에 따르면, 예술의 폐지의 필연성은 스펙터클의 기계들의 파괴라는 기획의 일부이다. 왜냐하면 문화가 그렇듯이 예술도 계급 사회에서는 삶의 표상들의 일반 영역, 삶과 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일반화의 권력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드보르는 이러한 사회에서 예술의 폐지를 추구하는 부정적 운동으로서의 변화의 예술은 불가피하게 아방가르드이며,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예술의 소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언제나 뒷북을 치는 역사적 사회의 예술 속에서가 아니라 실천 속에서, 즉 직접적인 활동과 그 활동의 언어를 통일시키는 실천 속에서 재발견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이것은 삶 위에서 스펙터클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예술-시간을 삶-시간으로 통합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필수적 과정일지 모른다. SI의 구성원 중에서 드물게 비예술인이었던 라울 바네이겜의 「일상 생활의 혁명」은 이 주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

▲ 국제상황주의자 조직의 비판이론적 한계

역설적이게도 현실의 국제 상황주의자(SI) 조직은 드보르의 이론과는 달리 엄격한 규율을 갖춘 레닌주의자 조직과 유사하게 움직였다. 밥 블랙(Bob Black)은 한때 그 조직의 멤버였던 70명의 사람들 중에서 45명이 제명될 만큼 그 조직은 일괴암적이었다고 적고 있다. 상황주의자들은 스펙터클의 개념을 통해 현대 부르주아 사회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를 설명해 냈다. 하지만 ‘스펙터클이 삶에 대한 시각적 부정이자 삶에 대한 부정의 가시화임을 폭로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둔 드보르의 비판 이론은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 이론처럼 프롤레타리아트를 유토피아적 부정성 속에서만 이해하고 그것의 긍정적 힘을 밝혀내지 못함으로써, 또 사회 민주주의자들처럼 프롤레타리아트를 그 객관성과 주관성의 균열이라는 이미지 속에서 서술하면서 그것의 자율성의 총체를 규명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이 관념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는 노동 거부, 노동조합과 정당과 국가에 대한 거부, 그리고 대안 조직으로서의 평의회의 형성 등을 이론화하지 못했고 그것들에 동적 형상을 부여하지도 못했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활동에 ---지도자나 대표자로서가 아닌 촉매자로서의 전위라는 약한 형태로서이긴 하지만--- 전위적 대리주의의 각인을 남기고 있다. SI는 1972년에 해체되었다. 프랑스에서는 공산당과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회복하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수그러들고 있었고, 상황주의자들이 기대하던 노동자 평의회는 여전히 떠오르지 않고 있었던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