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강 동아시아 미술의 음란함(2)

일본의 성(性)문화와 춘화

요시와라

  1603년 2월, 도쿠가와 이에야스(?川家康, 1543-1616)가 에도(江?)에 바쿠후(幕府)를 열고 도시건설이 착착 진행되면서 에도에는 매춘업소가 급격히 불어났다. 신흥계획도시인 에도에는 여성에 비해 남성이 훨씬 많았기에 교토에 있던 매춘업소들도 에도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이때 쇼지 진나이(庄司甚?)라는 남자가 등장했다. 일찍부터 야나기초(柳町)에서 매춘업소를 꾸리고 있었던 그는 에도 각지에 산재한 매춘업소를 한 군데 모으겠다는 제안을 했고, 바쿠후는 1617년 3월에 이를 허가했다.
  바쿠후가 진나이(진에몬甚右衛門으로 개명했다)에게 내준 땅은 갈대가 우거진 습지대였기에 이름도 갈대밭이라는 의미로 ‘요시와라(?原)’라고 했고 다음해 11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8년 뒤인 1626년에 좋은 운을 받으라고 ‘요시와라(吉原)’라고 이름을 고쳤다.
  영업을 막 시작한 요시와라는 에도 곳곳에서 일하던 유녀(遊女)들이 한곳에 모이면서 유녀들의 단골들도 따라 몰려왔기 때문에 성황이었다. 에도 시가지가 급격히 팽창하면서 애초에는 갈대밭 한가운데였던 요시와라가 시내 한복판이 되었다. 그러자 바쿠후는 풍기상 좋지 않다며 1656년(메이레키明?2년) 10월, 요시와라를 아사쿠사(?草) 지역으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당시에 아사쿠사는 에도 중심부에서 한참 먼 곳이었다. 그런데 명령에 따라 옮기기도 전인 다음해 정월 유명한 메이레키의 대화재로 요시와라는 죄다 불타버렸다. 이래저래 요시와라는 아사쿠사에 새로이 자리를 잡았는데 면적은 애초보다 훨씬 넓어졌다. 이를 대화재 이전의 요시와라와 구분해서 ‘신(新)요시와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곽은 에도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당시의 유곽으로는 에도의 ‘요시와라’ 외에도 교토의 ‘시마바라(島原)’, 오사카의 ‘신마치(新町)’, 나가사키(長崎)의 ‘마루야마(丸山)’가 유명했다. 매춘을 한 곳으로 몰아놓으면 매춘 영업을 관리하기도 좋고 그 밖의 지역에서는 매춘을 근절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일견 그럴 듯하지만 실제는 전혀 달랐다.
  공창(公娼)인 요시와라와 바깥에는 갖가지 형태의 사창(私娼)이 존재했는데, 그런 사창이 모인 환락가를 ‘오카바쇼(岡場所)’라고 했다. 공중목욕탕에서 매춘을 하는 ‘유나(湯女)’ 또한 요금이 비교적 저렴했다는 점 때문에 요시와라 유녀의 강력한 경쟁 상대였다.

  요시와라의 유녀에게는 등급이 매겨졌는데 ‘다유(太夫)’가 가장 높은 등급이었고, 그 다음은 ‘고시(格子)’, ‘산차(散茶)’, ‘쓰보네(局)’ 등이었다. 하급의 유녀는 ‘하시(端)’였다. 18세기 말 이래 유녀의 등급은 14개였고, 최고 등급의 유녀와 최하 등급의 유녀의 화대는 100배 차이가 났다. 요시와라의 유녀들은 출신이 다양했다. 가난한 농촌 출신 뿐 아니라 교토의 귀족 집안이나, 바쿠후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몰락한 다이묘 집안의 딸도 있었다. 요시와라에서 영업을 하는 이들은 전국을 돌며 유녀의 재목을 찾았다. 유녀들은 대부분 네다섯 살 때부터 유곽에서 유녀로서의 교육을 받았다.
  요시와라 안에 있는 가게의 격식이나 접대부의 이름, 출신지, 화대 등 요시와라에 대한 온갖 정보를 담은 안내책자도 있었는데 이를 『요시와라사이켄(吉原細見)』이라고 했다.
  요시와라는 기본적으로는 유곽이었지만, 요시와라가 당시 에도의 남성들에게 제공했던 건 성적 서비스 뿐 아니라 꿈과 환상이었다. 요시와라에서는 달마다 공연과 전시회 등의 이벤트와 축제가 있었고, 이를 보러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에도에서는 유녀들이 유행을 선도했기 때문에 요시와라에서는 첨단 유행의 복식과 화장법 등을 알 수도 있었다. 또 요시와라는 당시의 문인과 예술가들이 모이는 일종의 살롱 구실도 했다.
  요시와라의 유곽 안에서는 누구나 평등했다. 사무라이와 조닌의 구별이 없었고, 신분이 높다고 가마를 타고 들어올 수도 없었고, 사무라이는 칼을 지닌 채 들어올 수 없었다. 요시와라에서 권력과 신분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매춘의 장에서는 ‘돈’이 곧 권력이었을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요시와라에서 모든 걸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여기에 일종의 품위가 따라붙어야 했다. 에도 사람들은 이를 ‘이키(?)’(‘스이’라고도 읽는다)라고 불렀다. ‘이키’란 매우 까다로운 덕목이다. 일단 요시와라의 격식에 밝아야 함은 물론이고 그에 걸맞은 세련된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키’는 식견이 풍부하고 생각도 트여 있고, 풍류를 즐길 줄도 아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문학을 영어로 번역한 대표적인 번역자이며 일본과 도쿄에 대해 깊은 식견을 지닌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Edward Seidensticker, 1921-2007)는 에도 문화의 본질을 연희성(演戱性) 혹은 연극성이라고 했다. 에도 문화는 무언가를 후세에 남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특정한 공간과 시간에 모였던 아름다운 구성요소는 시간이 지나면 흩어져 사라질 뿐이었다고 했다.

에도 문화의 정수는 가부키(歌舞伎)와 유곽이었다. 그리고 유곽에서 보내는 우아한 하룻밤은 그 자체가 또한 극이나 연희라는 측면을 지니고 있었다. 다도(茶道)와 마찬가지로 갖가지 요소를 복잡하게 뒤섞어 한순간의 완벽함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다. 실제로 가부키가 유곽에 미친 영향은 컸다. 양자는 공생관계에 있었다고 해도 좋다. 요시와라건 다른 홍등가건, 결국은 색(色)을 파는 것이 목적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연극적이었던 것이다.

  요시와라를 묘사했던 우키요에에서는 성매매에 담긴 비정하고 가혹한 성격이 탈각되어 있었다. 우키요에 화가들은 요시와라와 유녀들을 동경과 몽상을 담아 묘사해 왔고, 이것이 에도 안팎에, 아울러 일본 안팎에 요시와라가 우아하고 신비로운 공간이라는 관념을 각인시켰다.
  일본이 개항을 하고 메이지 시대로 들어선 뒤 1872년 일본 정부는 서구로부터 요시와라가 인신매매를 기반으로 성립했다는 비판을 받자 요시와라 유녀들의 해방령을 내렸다. 유녀들은 업소에 속박된 신분에서 벗어나 계약제로 일하게 되었다. 이후 요시와라는 단순한 성매매 지역이 되었고, 도쿄에서는 요정(料亭)이 정점을 차지한 새로운 화류계가 형성되어 과거 요시와라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8년에 일본 정부가 시행한 매춘금지법은 명목상으로만 이어져 오다시피 했던 요시와라의 운명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인의 성 관념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은 성에 대한 금기에 그리 얽매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에도 시대의 일본인들은 간통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편이었다. 물론 사무라이들의 세계에서는 간통은 사형으로 다스릴 죄였지만 조닌들의 세계에서는 달랐다. 원칙적으로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는 걸 잡아낸 남편이 아내와 정부(情夫)를 둘 다 죽여도 죄를 묻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아내와 정부를 죽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대부분 정부가 돈을 내고 일을 무마했다. 에도의 유명한 재판관 오오카 에치젠노카미(大岡越前守)는 1730년대에 간통사건에 대해 정부가 남편에게 7냥짜리 금자(金子) 한 덩이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그때부터 이 7냥이 간통의 ‘시세’가 되어 7냥을 내면 남의 아내와 통정할 수 있는 불문율이 생겼다.
  또 젊은 사내가 남의 집에 숨어들어 그 집 딸과 관계를 갖는 ‘요바이(夜這い)’는 일본의 촌락에서 널리 성행했다. 바쿠후는 도시와 농촌에서 관례적이었던 난교축제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니까 에도 시대에는 일본 전체 인구의 약 1할에 해당하는 사무라이 사회만이 성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요구받았을 뿐(이런 사무라이들도 요시와라에 가면 색을 즐길 수 있었다) 나머지 피지배 계급은 성적으로 분방했다.
  19세기 중반에 서구에 문호를 개방하기 전까지 일본에서는 남녀의 혼욕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도시의 공중목욕탕에서는 마치 요즘의 지하철이나 찜질방에서처럼 여성을 추행하는 사내들도 있었고, 한편에서는 미혼남녀가 욕탕에서 맞선을 보기도 했다. 실제로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에서는 16세기에 매독의 공포가 확산되기 전까지 유럽에서 공중목욕탕은 알몸의 사교장이자 공공연한 윤락의 공간이었다고 했는데, 일본도 사정이 비슷했다. 에도의 욕탕에서 손님의 수발을 들었던 ‘유나(湯女)’들은 종종 윤락행위를 했다.

우키요에 춘화의 발전

  일본의 춘화에 대한 기록은 헤이안(平安) 시대(794-1185)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실제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춘화는 무로마치(室町) 시대(1336-1573) 말기에 제작된 것이다. 이 시기에는 남녀의 성교를 담은 두루마리 그림(??)이 많이 나왔다. 이들 춘화는 결혼을 앞둔 귀한 집 여성에게 첫날밤의 일을 알려주기 위한 안내서로서 제작되었다. 하지만 이밖에도 춘화가 사악한 기운이나 재앙, 화재(火災)를 막는다는 믿음이 만연했다. 일본의 무사들이 갑옷 안쪽에 춘화를 넣거나, 러일전쟁이나 태평양전쟁에 징집된 일본 병사들의 배낭 속에 춘화가 들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여성의 성기를 상서롭지 못하게 여겼던 관념에서 유래한 것이다. 여성의 성기를 그린 그림이 외부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막거나 없애는, 부적 같은 효과를 낼 거라고 믿은 것이다. 중국에서도 청나라 때 춘화는 부적을 겸하는 경우가 많았다. 명나라 말에 사천(四川)을 지배했던 장헌충(張獻忠, 1605-47)은 자신의 군대가 학살한 여성들의 몸을 성기가 적진을 향하도록 내걸었다. 이렇게 하면 적의 대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일본 춘화에서 양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우키요에 춘화’이다. ‘우키요에(浮世?)’는 에도 시대에 발전한 풍속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키요에는 비단이나 종이에 한 장씩 그리는 육필화와 여러 장인들이 협동 작업으로 찍어내는 목판화로 나뉘었는데, 목판화의 비중이 점점 커져서 결국 ‘우키요에’라고 하면 주로 목판화를 가리키게 되었다.
  우키요에 판화는 이야기책의 삽화와 한 장 한 장 감상할 수 있는 판화, 이렇게 양 갈래로 제작, 유통되었는데 춘화도 마찬가지였다. 유명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나 고전을 야릇한 내용으로 각색하여 성적인 장면을 묘사한 삽화를 곁들인 책이나, 아예 애초부터 성적인 이야기와 그림을 함께 엮은 책이 널리 유통되었다. 춘화를 가리키는 별명으로는 ‘마쿠라에(枕?)’라는 말이 가장 널리 쓰였다. ‘마쿠라에’는 말 그대로 ‘베갯머리에서 보는 그림’이었다. 또, 춘화첩은 흔히 ‘와라이혼(笑い本)’이라고 불렀다. 옮기자면 ‘웃는 책’, ‘(보는 사람을)웃게 만드는 책’ 쯤 된다.
  춘화를 인쇄물로 유통시킨 일은 중국에서 시작되어 일본에 알려진 것이 사실이고, 에도 시대의 춘화에서는 명나라 춘화에서 받은 영향도 부분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춘화는 색채와 구도, 사실성과 상상력 등 모든 면에서 중국 춘화보다 훨씬 다채로운 면모를 보인다. 스즈키 하루노부(鈴木春信, 1725-70)와 기타가와 우타마로,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 1760-1849) 등 우키요에를 대표하는 화가들 대부분이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춘화를 만들었다. 우키요에 춘화첩은 서민들이 부담 없이 구입했던 값싼 종류와 부유한 계층을 위해 값비싼 재료를 써서 정교하게 만든 것으로 나뉘었다.

일본 춘화의 상상력

  일본 춘화의 특징을 들자면 첫째, 어지러울 정도로 다채롭게 전개되는 상상력, 둘째, 성기에 대한 물신주의인데, 이 두 가지 특징은 종종 겹친다.

  첫째, 다채로운 상상력.
  우키요에 춘화에는 유독 엿보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목욕탕을 훔쳐보는 건 물론이고 도둑이나 자객, 혹은 주변 사람이 은밀한 애정 행위를 엿본다. 그 중에서도 훔쳐보기에 대한 상상의 절정은 하루노부의 판화에 등장하는 ‘엄지왕자’이다.
  일본판 ‘엄지왕자’는 1712년, 에지마 기세키(江嶋其?)의 대중소설 『곤탄이로아소비후토코로오토코(魂膽色遊?男)』에서 처음 나왔는데, 의미를 옮겨 보자면 ‘콩알사내의 섹스여행’쯤 된다. 대강의 줄거리인즉, 교토에 제 어머니가 말(馬)을 통째로 꿀꺽 삼키는 꿈을 꾼 뒤에 임신해서 태어난 사내가 있었다, 태몽 그대로 이 사내는 성기가 말처럼 컸기 때문에 맞는 짝을 찾을 수가 없어 줄곧 혼자 살았다. 23세 되던 어느 날 이 사내가 산속에서 선녀를 만났는데 선녀는 그에게 『침상의 비전(秘傳)』을 한 권 주었다. 선녀는 여기에 더해 선약(仙藥)을 내주었는데, 그걸 받아먹자 사내의 몸은 금세 콩알만큼 작아졌다. 이 약의 효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콩알사내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그녀의 애인인 남자의 품속으로 들어가면 그 자리에서 그 남자와 혼이 뒤바뀌어서는, 그녀와 마음껏 섹스를 할 수 있었다. 이리하여 사내는 선약과 책을 끼고 섹스여행을 하며 각지를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한편 에도의 대중소설에서는 ‘투명인간’에 대한 상상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머리에 쓰면 모습이 안 보이게 되는 삿갓이나 모자를 구해서는 남의 규방(閨房)을 훔쳐본다는 내용이었다. ‘콩알사내’를 상상해 낸 에지마 기세키는 이런 식의 ‘훔쳐보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던 셈이다. 기세키의 이 소설이 유명해지자 다른 소설가들도 비슷한 글을 닥치는 대로 써냈고, 나중에는 콩알사내(豆男) 뿐 아니라 콩알여자(豆女)까지 등장했다.
  이런 소설책들 중 가장 유명한 건 스즈키 하루노부가 삽화를 그린 『후류니지이로마네에몬(風流艶色?似ゑもん)』이다. ‘마네에몬(?似ゑもん)’ 즉 ‘콩알사내’는 에도 안팎으로 ‘색도탐방(色道探訪)’을 다니다가 나중에는 요시와라로 들어가 그곳을 휘젓는다. 물론 이 콩알사내를 앞세워 하루노부는 요시와라의 ‘색도(色道)’를 꼼꼼이 묘사한다.

  둘째, 성기에 대한 물신주의(페티시즘).
  성기를 의인화하거나 심지어 성기를 요괴나 귀신처럼 묘사한 그림 등이 수없이 제작되었다. 일본 춘화를 처음 본 사람들은 성기가 실제보다 훨씬 크게 그려진 것을 보고 놀란다. 이미 헤이안 시대부터 춘화에서는 성기를 크게 그렸다는 기록이 있다. 왜 일본 춘화에서는 성기를 그처럼 크게 그렸던 걸까? 이 물음에 대해 일본의 연구자들은 이런저런 설명을 시도하지만 딱히 이거다 싶은 설명은 아직까지 나오질 않았다. ‘거근(巨根)’에 대한 강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에 대해 일본 연구자들은 결코 거근에 대한 강박은 아니라며, 남성기와 함께 여성기도 크게 그려져 있음을 강조한다. 요컨대 성행위의 열락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성기를 크게 그렸다는 것이다.
  성기에 대한 물신주의는 성기를 온갖 모습으로 변형시키는 상상력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우타가와 구니사다(歌川?貞, 1786-1865)가 그린, 얼굴과 성기가 뒤바뀐 그림은 성기에 대한 물신주의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에도 시대 이후의 춘화

  에도 시대에 춘화나 춘화집은 곧잘 단속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바쿠후에게 이를 말살할 생각은 없었다. 춘화나 춘화집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는 사무라이 신분을 가진 자가 제작에 관여했을 때에 한정되었다.
  개항에 뒤이어 수립된 메이지 정부는 서구화를 강력하게 추진했고, 이런 과정에서 일본 전래의 성 풍속과 성 관념은 서구식의 기준에 맞춰 재단되었다. 목욕탕의 남녀혼탕은 금지되었고 유곽인 ‘요시와라’는 폐쇄되었다. 우키요에 춘화도 엄격히 금지되었다. 하지만 우키요에 춘화의 경우에는 ‘춘화’에 대한 강압보다도 ‘우키요에’ 자체의 입지가 사라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다양한 재료와 세련된 기법으로 제작된 춘화집은 더 이상 나오질 않았고 우키요에 춘화는 조악한 형태로 제작, 공급되다가 사진술이 들어오면서 ‘에로사진’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일본의 문인이나 연구자들 중에서는 춘화가 우키요에의 주종을 이루는 듯 여겨지는 것을 유감스러워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성급한 일반화일지 모르겠지만 우키요에가 대중의 값싼 취향에 영합해 온 저속하고 경박한 매체가 아니라 고상하고 품격이 높은 예술품임을 강조하려는 사람일수록 한편으로 춘화가 우키요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시키려 들곤 한다. 하지만 재야 학자와 수집가들이 꾸준히 연구하고 그 성과를 축적한 결과, 최근에는 우키요에 춘화에 대한 국제적인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끝]